문학계에 큰 어르신이며 지성인인 이어령 선생님이 학습만화를 10편으로 엮어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덤으로 앞으로도 학습만화를 찾으실 주변에 많은 분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인지 궁금해졌다. 요즘 학교현장에서 세계사나 역사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단 소리가 나오는데, 이런 책을 도서관에 두면 좋을 책인지 궁금하여 책을 읽게 되었다. 특히나 역사만화책으로서 쉽고 재미있게 되어있는지, 책소개대로 사고의 힘을 길러주는 융합형 교과서로서 차별화된 학습만화책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이후부터 어머니께서는 학습만화세트를 종종 사주셨다. 한국사는 물론 세계사에 관한 것도 역사만화책을 통해서 조금씩 알게되었고 흥미가 생겼다. 철학, 자연, 과학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또한 쌓을 수 있었고 실제로 학교에서 과학 수업을 들으면 어디서 많이 본 내용이라 친근하고 낯선 내용은 낯선 내용대로 새로워서 궁금증이 일었다. 대개의 과학만화책은 여러 질문을 던지고 여기저기를 탐험하고 여행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어서 더욱 몰입하게 된다. 반면, 이 책은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만화로 역사적 내용을 옮기고 앞으로 문명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생각해보도록 이끌고 있다.
책에서는 인류의 4대 문명에서부터, 서양과 동양, 중동 모든 문명에 대해서 고루 이야기하고 있어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올(all)컬러인 만화라서 시선이 산만하게 여기저기로 흩어지기도 하나 대개의 그림은 글과 호응하고 상호보완적이라 이해를 돕는다. 역사만화책을 자주 보았지만, 최근에 밝혀진 역사적 사실에 대해 많은 학자들 사이에서 이야기 되는 부분 또한 이 책에서는 살짝 짚고 있는 점이 눈에 띄이기도 했다. (어느 분야이건 이전까지의 연구와 논의가 더 활발해지고 보다 타당한 쪽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정보가 취합되어 책으로 나온다고 전제할 때, 신간의 좋은 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제인 문명의 특성상 4대 문명의 생활문화(의,식,주)에 대한 이야기도 다뤄야하고, 종교, 경제적인 얘기도 꺼내야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상당한 정보량을 담고 있는 내용이 아이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게다가 본문에 사용되는 어휘자체가 굳이 어려운 단어를 선택하고 있단 느낌도 받았다. 책 속의 1장에 일부분을 본문과 함께 옮겨본다.

아담과 이브가 따 먹은 사과에서 기독교 윤리의 헤브라이즘이 나왔다면,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바친 파리스왕자의 사과에서는 미적인 헬레니즘이 발생했어.
실러의 희곡 <빌헬름 텔>의 사과에서는 독재와 싸워 이긴 민주주의 문명을 읽을 수 있고,
뉴턴의 사과는 근대 이성과 과학의 문명을 알리고 있지.
"내일 세상이 말할지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에는
문명론적인 종말의 이미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진정성이 겹쳐있어.
위의 내용은 각 한 줄씩, 만화 한 컷의 내레이션(해설)으로 담겨있다. 도입부에서 은유적이고 함축적으로 문명을 설명하려하다 보니 아직 설명도 하지않은 단어가 마구마구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점은 도입부에서 이해를 돕기는 커녕 흥미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부분에서 살펴봐도 한컷한컷이 너무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느낌이 종종 들었다. 이점은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대상이 어린이일 경우 단점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출판사인 살림의 북카페에 들어가니 이 책은 '14세 이상'에게 권장되는 책이었다. 확실히 '14세 이하'의 아이들이 읽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책이라 느껴졌다. 만화컷에서는 문명 역사 여행을 하는 주인공이 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격양된 감정이 드러날 수 있는 장면에서 여행하는 주인공을 통해 격하게 드러내는 장면이나, 어떤 문명의 쇠퇴를 익명의 누군가가 익명의 누군가를 뒷골목에서 살해하는 장면으로 묘사하는 것은 상당히 자극적이다.

각 장의 끝에서 '교과서 넘나들기'를 위해 미술, 인류, 정치 종교, 예술, 문화, 음식 등을 문명과 엮여서 줄글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 내용 또한 중학생이상은 되어야 충분히 소화할 수 있고, 의미있는 정보라 느껴졌다. 책 전반에서 등장하는 단어나 화제는 중1학년의 사회 책에서 보고 들었던 내용이지만 그 화제에 대한 인식 측면에서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어서야 배우고 생각해보게 된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오히려 어른인 나에게 교양서적으로 괜찮은 정도로 느껴졌다. 물론 동양의 문화비교에 관심이 많았던 '나'를 기준으로 하자면, 8장에 다룬 동아시아 문명에 대한 내용이 문화적인 비교 차원이 풍부하지 않고 단순하게 느껴져서 아쉬웠다.

책의 제일 마지막에는 융합형 인재를 위한 교과서 넘나들기 핵심 노트가 있다. 여기서는 '문명의 역사'란 주제 하에서 더 생각해볼꺼리, 넘나들며 질문하기가 있다. 생각해 볼 질문은 주로 동시대적 문화적 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할 것인가, 과거의 모습을 어떠했을 것이며, 미래의 모습은 어떠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답은 따로 나와있지 않지만 어느정도 주제를 좁혀 생각할 수 있도록 힌트 문장이 나와 있다. 단순히 책의 앞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생각하게 해보는 점에서 의미있는 질문들이라 생각했다. 물론 이 질문들에 답하기 활동을, 학생 혼자서 하는 것보다 학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이 또래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해보고 생각해볼 시간을 갖는 게 더 의미있는 활동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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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 ⑩ 문명편 : 문명의 역사에 담긴 미래 키워드
1장 문명의 형성과 충돌, 그리고 붕괴
미술과 문명 코카콜라와 팝아트, 그리고 맥도날드 시위
2장 인류 문명의 찬란한 시작, 4대 문명
인류와 문명 노마디즘, 여행이 문명을 창조한다.
3장 서양 문명의 시작, 그리스와 로마 문명
정치와 문명 그리스 문명의 도편추방제, 주민소환제로 되살아나다
4장 서양 문명의 발달, 기독교 문명
종교와 문명 기독교 문명 속 유토피아를 지향한 토머스 모어
5장신이 원하신다면 이루어진다, 이슬람 문명
예술과 문명 매직 카펫, 이슬람 문명의 또 다른 키워드
6장 종교의 용광로 속에서 꽃피운 인도 문명
문화와 문명 인도 문명 속 카레와 요가
7장 중남미대륙의 아스테카, 마야, 그리고 잉카 문명
음식과 문명 안데스의 감자, 유럽에 ‘악마의 선물’로 전파되다
8장 유교·불교·도교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문명
영화와 문명 태극 전사에서 쿵푸 팬더의 태극까지
9장 실크로드에서 인터넷까지, 동서양의 문명 교류
무역과 문명 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을 남기다
10장 과거와 미래의 대화를 위한 디지로그
부록 융합형 인재를 위한 교과서 넘나들기 핵심 노트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