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학 전문의 살림출판사가 방대한 분량의 기독교 관련 서적을 내놓는다. 이 출판사가 기획한 기독교 신학 시리즈는 모두 세 종류.『우리 시대의 신학총서』『현대 신학자 총서』『초대교부철학-설교집』이 그것이다. 각 시리즈 모두 수십 권이 계획돼 있다. 우선『우리 시대의 신학총서』로 미국 웨스턴켄터키 대학 교수인 로널드 내시의『신앙과 이성』(이경직 옮김), 레드랜즈 대학의 리처드 칼슨 교수가 편집한『현대 과학과 기독교의 논쟁』(우종학 옮김), 시카고 대학의 윌리엄 슈바이커 교수의『포스트모던 시대의 기독교 윤리』(문시영 옮김)가 1차로 나왔다. 먼저 '신은 정말 존재하는가''기적과 부활은 과연 가능한가' 라는 의문을 한번 정도 품었거나 주변 사람으로부터 그런 질문을 받고 대답에 궁했던 경험이 있다면『신앙과 이성』이 좋을 듯하다. 인간에게 주어진 이성보다 더 큰 '이성'으로 기독교가 합리적인 신앙이라는 점을 밝힌다. 그리고 물리학과 신학을 공부한 칼슨 교수의『현대 과학과 기독교의 논쟁』은 과학과 신앙의 행복한, 혹은 불행한 만남을 세세하게 그려냈다. 누군가가 맡았을 법한 우주의 '설계'를 밝히려는 인간의 노력,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그리고 오늘날의 인간복제까지, 인류 역사에서 신앙과 과학은 화합과 반목을 거듭해왔다. 특히 다윈의 진화론은 성경의 권위를 뿌리째 흔들었으며, 진화론으로 인한 '창조-진화 논쟁'은 지금도 각국에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칼슨은 '과학은 신앙을 방해하는가, 과학과 신학은 숙명적으로 갈등 관계인가'라고 논란을 벌이는 주체들을 네 부류로 나눈다. 과학만이 진리에 닿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과학주의자, 일부 과학이론과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되 최종적인 권위는 어디까지나 성경에 있다는 창조론자, 어떤 위대한 설계자가 있어 이 우주의 현상들, 예컨대 단백질의 조합 같은 것을 관장했다는 지적 설계론자, 과학과 기독교가 상호 작용을 하지 않는 평행관계라는 상호 독립주의론자가 그들이다.기독교 윤리학 교수인 슈바이커의 '포스트 모던 시대의 기독교'는 지난해 9.11 테러 때부터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까지 미국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는 책이다. 민족과 국가 간 갈등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기독교 윤리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힘이 크게 증대된 현대에 맞게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고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윤리를 추구할 게 아니라 과거의 도덕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맞서는 사람들의 입장을 상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수천 년 전 유대민족의 윤리에서 해답을 찾는 것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한편『현대 신학자 총서』는 칼 바르트와 루돌프 불트만. 칼 본회퍼 등 외국 신학자 21명과 김재준, 안병무 등 국내 신학자 6명의 평전을 담는다. 그리고『초대 교부 철학-설교집』은 아우구스티누스 등 초대 교회의 아버지들의 저작 37권을 번역한다. 시리즈 모두 40～50대 학자들이 번역과 집필을 맡는다. 살림출판사의 심만수 대표의 설명처럼 이 기획들은 양적 성장을 이룬 국내 기독교가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양식을 내놓기 위한 것이다. 저자들 대부분이 철학과 신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아무리 뜨거운 이슈를 다루는 책일지라도 반기독교적인 내용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중앙일보 정명진 기자 (2003년 3월 18일 화요일)

성당 3500개, 가톨릭대 12개, 교회 5만개, 신학대 220개, 기독언론사 100개, 기독출판사 100개, 기독교인 1000만…. 이런 외형적인 숫자만 염두에 두면 한국은 기독교 국가이다. 그런데 그 말 속에는 자조가 묻어난다. 엄청나게 거대한 부실건물을 바라보는 심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우리 시대의 신학 총서’란 야심찬 기획물을 준비해온 살림출판사 심만수 대표가 첫 책 3권을 세상에 내놓으며 하는 말이다. “이성을 무시하는 신앙이 판을 치고, 그런 준사교화(準邪敎化)를 경멸하는 사회”, 즉 “교회와 사회가 각자의 코드만으로 몸피를 불려나가는” 현실을 보다 못해, 자신들이 직접 나섰다는 얘기다. 심 대표는 우선 그 작업의 하나로 ‘우리시대의…’를 기획, 현대 신학계에서 가장 성가를 인정받는 저술들을 선보인다고 밝힌다.그러나 책에 눈길이 가는 것은 이런 큰소리 때문이라기보다 이 총서의 책 제목만 일별해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기획자의 문제 의식 때문이다. 시리즈의 첫 주자로 간택된 『현대 과학과 기독교의 논쟁』 『신앙과 이성』(R 내쉬 지음), 『포스트모던 시대의 기독교 윤리』(W 슈바이커 지음) 3권만 하더라도 신학계와 기독교 신자뿐 아니라 인문, 사회 과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면 종교에 관계없이 구미가 당기는 제목이다. 근간 예정인 『과학과 신학』(J 폴킹 혼), 『학문적 자유와 기독교 학문』(A J 디케마 지음), 『신은 존재하는가』(R 스윈번 지음), 『역사적인 예수에 대한 새로운 탐구』(J M 로빈슨 지음) 등도 부실한 우리의 신학 출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면서 단절된 교회와 사회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가 완연하다.문제는 책의 이런 제목을 내용이 얼마나 받쳐 줄 것이냐에 있다. 총서 첫 작품인 『현대과학…』의 편저자 리차드 칼슨은 핵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다시 풀러 신학교에서 성경신학과 신학을 공부한 물리학자 겸 신학자. 스웨덴의 웁살라 대학이나 풀러 신학교 같은 이름난 학교에서 물리학과 신학을 가르치고 왕성한 연구 활동으로 템플턴 재단상을 받았다니 스칼라십은 미루어 짐작할만하다. 이런 스칼라십이 허명은 아니어서, 저자는 다른 6명의 신학자와 함께 다윈의 진화론 이후 계속된 창조?진화 논쟁을 입체적이면서도 조리 있게 정리하고 있다. 과학과 기독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창조론 ▲상호독립 ▲조건적 일치 ▲동역 관계의 4가지 견해로 정리, 그 약점과 강점을 두루 제시하면서도, 최종 선택은 독자에게 맡기는 점도 호감이 간다.이 출판사가 이와 함께 ‘현대 신학자 총서’란 제목으로 바르트, 불트만, 본회퍼 등 국외신학자 21명과 박형륭, 안병무, 김재준 등 국내 신학자 6명에 대한 평전을 국내 젊은 신학자들이 직접 집필, 출간하겠다고 밝힌 것도 기대할 만하다. 아직 첫 작품이 나오지도 않은 시점에서 섣부른 감이 있지만, 해외 인물의 평전이라면 외국의 책을 수입, 출판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풍토에서 국내 학자가 우리의 시각을 가지고 직접 집필에 나서는 것은 크게 상찬해 마땅하다.--- 문화일보 북리뷰 김종락 기자 (2003년 3월 14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