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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비평과 신화분석
질베르뒤랑 지음 | 유평근 옮김 | 1998년 9월 30일 [절판]
브랜드 : 살림인문
쪽수 : 312 쪽
가격 : 10,000 원
책크기 : 신국판
ISBN : 89-855-77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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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연구에서 출발해 깊이의 사회학, 인류학 전반에까지 확대된 저자의 넓은 학문 세계를 종합적으로 보여 주는 책. [신화방법론 서설]이 원제인 이 책에서 저자는 서구 역사를 관통하는 지적 흐름을 신화적 담론의 영역으로 소환해 해석함으로써 막다른 골목에 이른 서구의 과학을 갱신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상생과 화합의 통합적 학문이 바로 그 대안으로, 이 책은 그러한 새로운 인식론적 패러다임을 이루는 연금술사의 불쏘시개, 즉 구체적 비평과 분석의 틀을 체계적으로 예시하고 있다.
1장 신화의 귀환:1860~2100
2장 시니피에의 인식론
3장 `의미의 물줄기`의 개념
4장 사회 문화적 `지형학`의 개념
5장 신화학자의 보조 개념들
6장 문학적 상상계와 신화비평 작업의 개념들
7장 신화분석:신화방법론을 향하여
21세기의 지적 기후 예보하는 나침반

한 세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천 년을 준비하는 세기말. 이 건널목의 시대에 금세기의 지적 풍토를 돌아보며 미래의 흐름을 예보하는 책이 나와 화제다. 프랑스의 대표적 석학 질베르 뒤랑이 쓴 {신화비평과 신화분석}이 바로 그 책. 상상력 연구에서 출발해 깊이의 사회학, 인류학 전반에까지 확대된 뒤랑의 넓은 학문 세계를 종합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이 책은 경계와 구분의 이분법적 사고에 의해 구축돼 온 서구 인식론이 우리 시대에 어떤 혁명적 변화를 겪고 있는가를 함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특히 날이 갈수록 지식의 미세 분화가 촉진되고 전문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물음표를 던지며 뒤랑은 학문간의 단절을 넘어 상생(相生)과 화합(和合)의 유기체적 정신을 바탕으로 한 통합적 사고 유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서구 인식론의 한계를 극복하는 미래학으로서의 단초를 열어 보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이 책은 뒤랑의 지도 하에 박사 학위를 받은 유평근 교수(56세, 서울대 불문학)가 번역을 맡아 출간에 빛을 더해 주고 있다. 뒤랑이 자신의 저서({신화적 형상과 작품의 얼굴})에서 그의 논문 전체를 요약해 소개할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한국인 제자 유 교수가 이국의 스승을 그리며 내놓은 사은(謝恩)의 선물인 셈. 유 교수는 연구 활동 외에도 대학 교육 개혁에 열성을 보이는 실천적 교육자여서 여러 모로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식의 경계 트는 연금술적 인식론 담아

{신화방법론 서설}이 원제(原題)인 이 책은 근 1세기 전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인식론적이고 가치론적인 혁명에 주목하며 미래학으로서의 신화학의 방법론을 다루고 있다. 즉 미디어의 발달과 영상 문화의 대중화로 대변되는 금세기 문화 혁명을 해부해 그 이면에 숨겨진 세계관의 변화 양상을 `신화적 담론`의 영역으로 소환, 해석함으로써 막다른 골목에 이른 서구의 과학을 갱신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
책에서 뒤랑은 서구 문화사를 하나의 거대한 `의미의 물줄기`로 명명하고 그 물줄기가 분화하고 합류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를 통해 그는 과학적 합리주의로 무장한 서구 문화가 실은 비과학적 환상, 하나의 거대한 신화적 환상에 기초해 있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수학적 실증주의나 낭만주의 시(詩) 사이에는 하등의 지적 우열 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며 역사적 세계는 하나의 신화적 모델에서 다른 신화적 모델로 몸을 바꿀 따름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런 변화는 한 시대를 지배했던 거대 테마들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한 사회가 이전의 세계관을 포기하고 다른 것을 택하게 됨으로써 야기된다. 산업 혁명에 의해 유발된 프로메테우스 신화, 즉 기술 신화에 대한 믿음이 계급적 불평등, 피비린내 나는 전쟁 등 부정적인 모습들로 현실화됨에 따라 자라투스트라와 헤르메스의 신화, 즉 상상력과 이미지의 신화로 대체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런 세계관의 변화와 함께 인류학의 비약적인 발전에 의해 서구 사회에서 무시되어 왔던 온갖 주변적인 문명들이 고유의 목소리를 되찾아 동등한 위치로 복권되기에 이른다. 따라서 뒤랑은 미래를 추동할 지적 유형은 온갖 이질적인 것들이 합류하여 이종 교배를 이루는 혼혈적인 학문, 즉 다원성에 기초한 복합 합리주의적인 학문임을 주장한다. 이는 곧 교차로의 신,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의 신화 유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문, 사회, 자연 과학의 각 분야를 넘나들며 닫힌 지식의 경계를 트는 용광로로서의 연금술적 학문이다.
한편 뒤랑은 이러한 통합적 학문을 이루기 위한 연금술사들의 불쏘시개, 즉 구체적 비평과 분석의 틀을 이 책에서 체계적으로 예시하고 있다. 이는 크게 문학 텍스트 내에서의 신화소(神話素) 분석을 통해 의미론적 분석을 시도하는 신화비평과 이를 사회적 제도, 역사적 사실 등 모든 사회적 컨텍스트로 확대해 적용하는 신화분석으로 구분되어 소개된다. 이와 함께 어떻게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들이 체계적인 하나의 심리 세계로서의 신화적 담론, 같은 유형의 비평에 이르게 되는지를 보여 준다. 그 결과 그는 이러한 다전공적이고 다원적으로 행해지는 인식론적 체계에 대해 `신화방법론`이라 이름짓고 이러한 철학이야말로 새로운 세기의 학문적 신분을 증명하는 `호적 등본`임을 강조하며 결론을 맺는다.

동맥경화 앓는 우리 학계에 신선한 자극

오늘의 시점에서 뒤랑의 저서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자못 남다르다. 이 책의 의의는 단순히 학문의 한 유파로서의 `신화비평`에 대한 소개서가 아니라 문학을 비롯해 인류학, 민속학, 사회학, 심층심리학을 두루 포괄하는 통합적 학문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 지식 혁명의 선언문이자 교과서라는 데 있다. 이 책은 전공 분야의 미시적 전문성에만 매달려 현실 적응력을 상실한 우리 교육 현실과 지적 풍토에 조종(弔鍾)을 울리며 지식인들이 우리 사회의 탯줄을 이루는 신화적 정체성을 찾아 넓은 광장으로 외출할 것을 권유한다. 이는 곧 상생과 화합의 유기체적 학문, 칸막이를 튼 광장으로서의 새로운 지식학을 구축해야만 21세기를 기약할 수 있다는 경고장이기도 하다. 이런 메시지는 곧 역자(譯者) 유평근 교수가 뒤랑의 글을 빌어 토해 내고 싶었던 속말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