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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세계화인가
다니엘 싱어 지음 | 윤길순 옮김 | 2000년 11월 20일 [절판]
브랜드 : 살림인문
쪽수 : 365 쪽
가격 : 10,000 원
책크기 : 신국판
ISBN : 89-522-00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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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동안 저자는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을 독특한 시각에서 해석하고 통찰하고 정리해 왔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를 깊이 파고 들어 제시하고 있다. 자신과 우리의 시야를 넓혀 새로운 사회를 향해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나아가는 인류 역사의 다음 단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1. 유산
머리말 : 1989년과 그 모든 것
마르크스주의의 비극
자본주의로의 길
붕괴 후의 세계
사회민주주의를 위한 레퀴엠

2. 변화하는 유럽
머리말 : 빛은 서방에서 올까?
러시아의 선거 기적
폴란드 자유 노조의 슬픈 연대기
불만을 터뜨린 프랑스의 겨울

3. 대안을 찾아서
머리말 : 우리 운명의 주인이 되기 위해
노동과 여가의 경계를 넘어
국제주의 대 세계화
평등한 사회
민주주의의 재발견
현실적인 유토피아
얼마 전 서울에서는 아셈회의가 열렸었다. 아셈(ASEM; Asia-Europe Meeting)은 글자 그대로 '아시아와 유럽의 만남'을 뜻한다. 이와 때를 같이해 두 대륙의 정상들이 만나 상호 간의 경제협력 체제에 대한 논의를 하는 이 회의를 반대하기 위한 반세계화 시위도 함께 진행되었다. 세계화, 아주 단순하게 해석하자면 비록 국가는 나뉘어져 있지만 서로서로 경제적인 협력을 꾀하자는 것. 말은 그럴 듯한 이 '세계화'를 왜 반대하는 것인가?
우리가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최선책이 아니라고 느낀다면 그래서 새로운 미래를 찾고자 한다면, 역사의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프롤레타리아의 이상향을 외쳤던 공산주의 국가들이 맥없이 무너지기 시작한 1989년부터 우리는 뭔가 다른 분위기를 감지했어야 했다.
다니엘 싱어는 오랜 시간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와 뛰어난 관찰력과 유럽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 이런 그가 이 책에서 현실에 대한'부정'이 미래에 대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실에서 제시된 미래에 우리가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그런 미래를 거부한다면 우리의 미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모든 사회의 변화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행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경제의 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심각한 금융 위기는 경기 침체를 넘어서 붕괴로 다가서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현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부정(否定)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우리의 체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파악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도출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자본주의는 진정한 유토피아인가?
동구권이 무너져 간 1989년, 우리는 이때 자본주의가 승리했다고 받아들였다. 소련을 인간이 살 수 없는 비인간적인 땅이라고 주장했던 말들을 기억하는가? 이제 그 주장이 다시 대두되려 하고 있다. 유럽의 대량 실업, 미국 노동자의 빈곤, 아시아 경제의 몰락 등으로 세계적인 부(富)의 전체양은 증가했지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가진 나라와 못 가진 나라의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환경을 무시한 무분별한 성장 경제와 노골적인 인종 차별, 뿌리깊은 편견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최고라고 믿는 우리 체제의 현실이다. 이윤 추구를 통한 시장의 형성만이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유일한 장치라는 주장은 우리의 사회를, 우리의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점점 더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지배체제는 기존의 힘을 유지시키기 위한 것만은 아닌지, 자본주의가 우리를 이끌어 나가는 마지막 체제인지에 대한 의문은 너무나 강렬해 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책은 체제에 묵종하고 안일함에 젖어 자신의 권리를 잊은 사람들에게 지금은 다시 한 번 싸워야 할 때임을 강조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급격한 팽창으로 우리 세계에는 어떤 다른 대안도 없으며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의 몰락을 증거로 들이대며 여봐란 듯이 그 세력을 떨치고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를 경험하고 자본주의로 들어선 동구권 국가의 국민들에게서도 볼 수 있듯이 그 어디에서도 자본주의가 더 사람들을, 대다수 국민들을, 노동자들을 잘 살게 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이 책은 강압적으로 강요되고 있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해 점차 일고 있는 대항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은 유럽에서 온다고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이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에 근거하고 있기도 하다.

총3부로 구성되어진 이 책은,
1부, 과거로 남겨진 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1989년, 폴란드에서 시작되어 독일과 체코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마지막으로 소련에 이르는 스탈린주의 몰락을 보여 준 긴 여정의 해로 시작하고 있다. 이런 동구권 몰락이 단순히 경기 침체라는 이유 때문이었는지 그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2부, 변화하는 유럽―이 책은 유럽에 그 시각의 초점을 두었다―에 대해 쓰고 있다. 자본주의가 얼마나 많은 맹점을 가지고 있는지, 자본주의가 겪어온 긴 세월의 변화 과정을 한순간에 볼 수 있는 동구의 자본화 물결을 예로 들고 있다. 가장 거대한 공산주의 맹주였던 소련의 몰락과 자본주의로 바뀌어 가는 러시아의 끝없는 부패 등을 통해 우리는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동구의 예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가장 잘 비교·분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각기 다른 방향에서 동구의 바람을 불게 한 나라들, 러시아·폴란드·프랑스를 분석해 놓았다.
3부에서는 지금까지 제시된 상황을 바탕으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이 책이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는 없지만, 저자는 우리가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애써 치워두려 하는 부분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대안 사회를 찾기 위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노동의 종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종말이 뜻하는 것은 이윤을 위한 노동의 종말로, 노동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만 행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의 말처럼 노동과 여가의 경계를 넘어선다면 정말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 '불평등'
자본주의는 부의 편중에 따른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진정한 민중을 위한 사회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세계는 세계화라는 명목 하에 모두 미국처럼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 전형이라는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를 우린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들이 겪는 시행착오까지 따라 겪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들의 미래에 관해 말하고 있다. 민중이 자기 스스로의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운명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부딪혀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자본주의가 제시하는 미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그들이 제시해 주는 미래를 우리가 거부한다면 지금부터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진정한 평등사회는 자본주의와는 단절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우리가 꿈꾸었던 자본주의는 모든 사람에게 안정되고 괜찮은 갈수록 나아지는 자리를 사회가 제공해 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나누어지는 몫도 늘어나 모두 잘 사는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그런 믿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이런 믿음에 종말을 갖게 한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25명의 재산을 합친 것과 지구 인구의 반인 25억의 가난한 사람들의 연간 수입이 거의 맞먹는다면 우린 어떤 좌절을 느껴야 할까? 이는 분명 우리 사회가 정당하게 굴러가고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민주주의가 외치는 평등은 이제 없는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는 우리가 나아갈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는 종착역이 아닌 역사의 과정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자본주의가 궁극적인 도달점이 아니라면, 물론 이것은 자본주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현재 거의 전 세계를 잠식한 자본주의가 더 이상 확대할 영역이 없다면 변화는 필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유토피아를 찾아야 한다. 현실적이 되려면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라는 프랑스 노동자들의 한 슬로건처럼 체념으로 일관되어 온 우리 민중의 새로운 자각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