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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버팀목이 되는 삶이 아름답다
권노갑 지음 | 1999년 10월 1일 [절판]
브랜드 : 살림
쪽수 : 318 쪽
가격 : 8,000 원
책크기 : 신국판
ISBN : 89-52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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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의 40년 정치 역정 담은 회고록. 40여 년 동안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하고 있는 권노갑 새정치국민회의 상임고문 지음. 영욕의 세월을 겪으며 김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해 온 저자인 만큼 이 책에는 김 대통령의 진솔한 인간적 모습과 그를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현대 정치사의 진면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1. 운명의 만남
2. 고난의 터널을 지나
3. 가장 어두운 밤에 별은 가장 밝게 빛난다
대통령과의 40년 정치 역정 담은 회고록

40여 년 동안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하고 있는 권노갑 새정치국민회의 상임고문(69세)의 책이 출간돼 화제다. 화제의 책은 {누군가에게 버팀목이 되는 삶이 아름답다}라는 제하의 회고록. '동교동의 사기열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책에는 40대에 대통령 후보로 나서 장안의 지가를 높였던 김 대통령의 청년 시절 활약상과 동교동의 숨은 에피소드 등 저자가 비서관 생활을 시작으로 대통령과 함께해 온 40여 년의 파란에 찬 정치 역정 및 그 '행간의 사화(史話)'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동교동계의 터줏대감 격인 저자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서 이 책은 당분간 정가의 뉴스거리가 될 듯.
제13, 14, 15대 3선 국회의원인 저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김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영욕의 세월을 겪으며 김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해 온 저자인 만큼 이 책에는 김 대통령의 진솔한 인간적 모습과 그를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현대 정치사의 진면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오랜 세월을 동고동락해 온 측근으로서 대통령의 옛 시절 모습을 기술할 때 누군들 뜨거운 감정이 앞서지 않을까. 그러나 밀착 렌즈로 들여다본 이러한 상(像)이 굴절(屈折) 현상을 일으키지 않도록 저자는 가능한 한 정치색을 없애고 인간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지난날을 회고하고 있다. 더불어 해묵은 사진첩에서 들추어낸 지난 시절의 아련한 스냅 사진들이 갈피마다 실려 있어 격동의 한국 현대 정치사의 분수령을 이루었던 사건들을 한눈에 조감케 한다.

동교동 맏형이 바라본 현대사의 빛과 그림자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저자는 자신의 굴곡 많은 인생과 그 속에서 깨우친 삶의 메시지를 '버팀목'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요약하고 있다. 그것은 저자에게 있어 두 가지의 의미를 함축한다. 하나는 개인적인 측면에서 저자의 정치 인생이 김대중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 투쟁에 그 수원을 두고 있음을 뜻하며, 다른 하나는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진정 아름다운 자질이라는 보다 보편적인 삶의 교훈을 내포한 것이다. 그 소박하지만 빛나는 진실이 이 책을 정치인의 과시용 회고록이 아닌 체감적 교훈이 살아 숨쉬는 인생 교과서로 읽히게 한다.
사람들이 가치 있는 것은 저마다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라고 나는 전부터 생각해 왔습니다. 자식을, 부모를,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고 보다 큰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냐고. 그런 맥락에서 나는 지난 시절 먼저 떠나간 동지들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봅니다. 이름이 있든 없든 역사 속으로 사라진 그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아름다운 버팀목이었던 것입니다.
첫 만남에서부터 대통령 선거전에서의 승리에 이르기까지 대통령과 함께해 온 40여 년의 세월을 자전적으로 회고하고 있는 이 책은 총3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제1부 '운명의 만남' 편에서는 대통령과의 첫 만남 이래 저자가 대통령의 비서관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가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은 목포상고 시절. 해방 직후의 혼란기에 정신적 좌표를 잃고 방황하던 후배 학생들 앞에 대통령은 홀연히 나타나 피끓는 사자후를 토해냈다. 그의 웅변에 감전된 저자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그의 국회 등록 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게 된다. 이후의 삶은 말할 것도 없이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영욕의 세월.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1967년의 '목포대전'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친히 진두지휘했던 공화당의 부정선거 공작에 맞서 김대중 캠프는 특유의 기지로 선거전을 펼쳐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또한 1970년에는 신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포스터와 피켓을 활용한 현대적 선거전략으로 2차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40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한편 김대중 대통령의 지팡이가 정치적 상징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된 내력을 밝힌 대목은 특별히 가슴을 울린다. 1971년 제8대 총선의 지원 유세를 위해 목포시에서 서울로 돌아오던 김대중 후보 일행은 도중에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다. 정부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정체 불명의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김 의원 일행이 탄 지프차를 향해 돌진해 온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당일 김 후보는 서울로 상경하자마자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지원유세를 강행해 총선을 대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 사고로 골반 관절을 다친 김대중 대통령은 이후 평생 동안 지팡이를 짚게 되었다. 그 밖에도 1973년 김 후보의 유명한 동경 납치 사건에 대해서도 저자는 측근에서 보고 들은 대로 그 진상을 상세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제2부 '고난의 터널을 지나'에는 혹독한 유신 시절, 한 줄기 희미한 서광을 따라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걸어야 했던 당시의 상황이 손에 잡힐 듯 그려져 있다. 1976년 김대중 선생이 '3․1민주구국선언서' 사건으로 구속되어 사형을 언도받게 됨에 따라 저자는 고문과 가택연금 등 갖은 고초를 겪게 된다. 그런 가운데서도 저자는 외국 대사관 및 언론매체와 접촉하며 김대중 대통령을 석방시키기 위해 목숨을 건 투쟁을 감행한다. 그 결과 이루어진 김 대통령의 미국 망명과 귀국, 6ㆍ29 선언과 마침내 얻어낸 민주화의 감격 등 격동기의 현대사 풍경이 저자의 증언을 통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편 '나의 인물 파일'은 저자가 평소 알고 지내던 정가의 인물들에 대한 비화를 소개한 대목. '걸어 다니는 인명사전'이라는 별명이 붙은 저자 특유의 마당발 기질과 그 훈훈한 인간미를 엿보게 해준다. 김두한 의원의 유명한 국회 오물 투척 사건을 비롯해서 막걸리처럼 텁텁하고 순박했던 애주가 C의원이 원내총무를 그만두게 된 사연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소개돼 있어 국회의원들의 인간적인 참모습을 가늠하게 해준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 유대관계가 남달랐던 '동교동 사람들'에 대한 여러 일화들은 이 책의 압권이다. 한겨울 김대중 대통령의 구두를 품에 안고 자다가 아침에 내놓곤 했던 이윤수 의원, 유신 시절 삼엄한 감시망을 뚫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동교동을 찾아와 소주병과 오징어를 내놓았던 이협 씨 등 정치적 빙하기를 거치며 '민주화의 빛'을 사수해온 가슴 찡한 사연들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제3부 '가장 어두운 밤에 별은 가장 밝게 빛난다'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대통령 선거전에서 승리할 때까지의 최근 행보들이 속속들이 드러나 있다. 1992년 대선에서의 패배 이후 김 대통령의 정계 은퇴 선언, 그리고 영국으로의 유학 등 대통령이 잠시 국내를 벗어나 있던 시기의 정황과 흔들림 없이 자신의 입장을 견지했던 저자의 활약상이 담담히 서술되어 있다. 특히 김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의 정계 진출 길을 터주기 위해 자신의 지역구를 양보했던 일이며, 외무부 문서변조 사건, 한보사건 등 무수한 정치적 모함에 휘말려 피고석에 서야 했음에도 행여 김 대통령에게 누를 끼칠까 전전긍긍하던 저자의 심정이 책갈피마다 배어 있다. 저자의 대통령에 대한 '외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997년 대선을 맞아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병상에서 선거운동을 지휘하는가 하면 꿈에도 바라던 대통령 선거전에서 승리의 감격을 맛보고도 대통령의 앞날을 위해 총총히 일본 유학의 길을 떠났을 정도.
이처럼 지난한 고난과 투쟁의 세월 속에서도 저자가 대통령에 대한 믿음과 민주화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꿋꿋이 외길을 걸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음과 같은 저자의 말 속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내가 죽으면 다른 것은 다 놔두고 비석에 '김대중 선생 비서실장'이라고 새겨 주면 영광이여.”
언젠가부터 나 자신이 그런 말을 해왔습니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에서 일찍이 한 인물을 만났고, 그 후 내 삶과 운명은 그분과 같은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인생 어느 한 토막을 잘라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총재와 연관되어 있으며, 그 연관 속에서 이루어진 에피소드들의 연속인 것입니다.
사람에겐 누구나 자기의 자리가 있는 법입니다.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그분의 곁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그 자리를 일관되게 지켜온 것입니다. 따라서 곰곰이 생각해 본 끝에 나는 최후에 이런 말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나는 언제나 그분 곁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