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신문(2004.6.2)

[새로 나온 책]주옥같은 고전 설교 모음
성령 / 워런 위어스비 엮음, 남정우 옮김, 살림 펴냄

“기도할 수 있는데 왜 염려하냐”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기도마저도 할 수 없는 비탄에 싸여 본 심정이라면 최소한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양호한 상태인지 잘 알 것이다. 무거워진 영혼과 혼란스런 생각에 빠져 그 유일한 구제책인 기도마저도 빼앗겨 버린 심경이 되어 본 적이 있는 이라면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것인지 절감할 것이다.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가 마땅히 빌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

기도할 수 없는 비탄에 빠진 영혼에게 이 보다 더 큰 위로를 주는 말씀도 없을 것이다. 스펄전 목사는 “참된 기도는 마음의 당황함과 비탄함으로 인해 그 정서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에 탄식의 형태로 드려집니다”고 우리를 위로한다. 기도할 수 없어 우는 우리의 탄식이 바로 기도라는 것이다. 성령은 그렇게 우리를 대신하여 기도하신다. 우리의 탄식에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며, 친히 탄식으로 간구하신다.

워런 위어스비가 엮은 ‘성령’에는 스펄전 목사의 이 ‘성령의 중보 기도’ 외에 ‘성령’을 주제로 한 열두 편의 주옥같은 설교가 들어있다. ‘제자의 직분을 감당케 하시는 성령’이라는 스펄전의 설교가 한 편 더 있고, 윌리엄 생스터 목사의 ‘성령을 부어주시는 하나님’, 알렉산더 맥클라렌 목사의 ‘주의 영이 분노하시는가’, 클로스비 길햄 쳅펠 목사의 ‘성령을 받지 못한 아볼로’, 켐벨 모건 목사의 ‘세상에 오신 성령’ 등이 실렸다. 한 편 한편의 설교가 모두 참으로 “상한 심령을 도와 새 힘을 주고, 패배한 인생을 변화시키며, 잃어버린 영혼들을 구원하는” 설교들이다.

김은홍 기자

국민일보 (2004.5.29) 25면

◇성령/워런 W 위어스비 엮음/살림(02-396-4291)

삼위일체,특히 성령을 설명하기란 힘들다. 성령의 은사에 대한 설교와 강해는 많지만 성령 자체에 대한 내용을 찾기는 힘들다. 그러나 역사 속의 위대한 설교가들은 성령에 대해 탁월하면서도 삶과 유리되지 않은 설교를 이미 우리에게 전해줬다. 스펄전과 윌리엄 생스터,알렉산더 매클라렌,캠벨 모건,찰스 시므온,존 웨슬리 등 12명이 전한 성령을 시간을 뛰어넘어 만날 수 있다.

이 시대 최고의 설교자로 평가받는 위어스비가 추천한 최고의 설교들이다. 위어스비는 모범으로 인정받는 설교들을 주제별로 묶어 1984년부터 ‘크레겔 고전 설교시리즈’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총 25권이 나왔다. 살림출판사는 성령에 이어 절기마다 적절한 내용을 계속 출간할 계획이다.

* 크리스천 투데이(2004.5.20)
명인의 책 읽기

설교는 설교를 통해 배우는 것

크레겔 시리즈 성령에 관한 대표적인 고전 설교선

▲워런 W. 위어스비/살림출판사

▲김진하(천안대학교 기독교학부 교회사 교수)
크레겔 시리즈 1 '성령'
워런 W. 위어스비/살림출판사

유학 중 매주 설교를 만들고 해야 하는 담임을 맡았을 때 내 마음 속에는 나의 설교에 변화를 주고 싶다, 다른 설교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그것은 케직 사경회에 초빙되는 영국 강해 설교자들의 설교를 듣는 기회들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싹튼 생각이었다. 그동안 지렛대로 삼았던 국내에서 출판된 책들, 쌓아온 설교 노트들이 주는 재탕의 유혹을 미련없이 버리고 새로이 출발했다.

탁월한 강해 설교 전통을 간직한 나라에서 이 기회에 정통으로 배워보고 싶었기에 대학 도서관에 간직된 설교집들, 서점에서 강해 설교집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가운데 우연히 동네 헌책방에서 이 크레겔 시리즈 전권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 무게를 몰랐기에 한 권만 시범으로 구입했다. 쓰레기들을 책장에다 더 하는 위험을 방지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것이 보화인 것을 알고 달려갔을 때는 이미 전권은 누군가의 손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그 이후에 정액을 지불했지만 그 안에 담긴 설교들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말씀만이 가슴에 큰 울림으로 남아있는 나의 반응을 보고 값을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가진 보고 임을 알게 되었다.

크레겔 설교 모음집의 설교들은 이때까지 강단에서 행해진 설교들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깊은 감동을 주었던 역사를 보유한 최고의 설교들이다. 편집자는 수많은 설교자들 가운데 동시대인들을 깨우고 위대한 교회들을 건축한 빛나는 전력을 가진 설교자들만 뽑았다.

그 당시에 목소리로 준 감동들이 문어체로 기록되면서 현장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여전히 오늘날 독자들의 갈증을 채우기에 충분한 도전들이 있다.

여기에 골라진 설교들은 요즘 강단에서 흔히 목격되는 경우들처럼 본문의 의미를 풀어주고 몇 가지 예화로 본전을 뽑으려는 얕은 잔꾀를 부린 설교들이 아니다. 독자들에게 하나님 말씀이 영감되었다는 기본 진리를 몸으로 느끼도록 만드는 설교들이다.

단순히 풀어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말씀으로 도전하고 설교가 끝난 후에 그 말씀이 가슴 속에 남게 만드는 수사적 기법이 돋보이는 출중한 강해 설교의 모범들이다. 이 설교들을 뽑아 올린 사람이 이 시대 최고의 강해 설교가 워런 W. 위어스비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26권에 이르는 전권에 백지 위임장를 줄 수 있는 믿음직한 모음집이다.

내가 아는 해외의 유명한 강해설교자들의 공통점 하나를 들라면 모두가 다른 설교자들의 설교집을 읽는 일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사람들이다. 설교는 설교를 통해 배운 것이다.

이 시리즈를 편집하기 위해 위어스비는 엄청난 분량의 설교집들을 읽었다. 영어로 된 기존 설교집 모두를 뒤진 것이다. 설교의 황제라 불리는 찰스 스펄전도 설교 준비를 하기 위해 대영박물관과 공공도서관들에 자신의 조력자를 보내 주석과 함께 많은 설교집들을 가져와서 읽었다. 영문 서적이 부족할 때는 심지어 라틴어 설교집들까지 번역가 친구의 도움을 입어면서 읽었다.

자신이 설교 전에 얼마나 많은 방대한 자료들을 읽고나서 노트에 담은 것은 상대적으로 작음을 두고 말하기를 엄청난 양의 흙을 체질하고 씻어 극소수의 사금을 얻은 일에다 비유했다. 그가 남긴 노트들과 설교들을 읽으면서 우리 스스로 체질하는 수고를 들게 된다. 그의 비유를 따른다면 좋은 설교를 읽는 일은 사금을 얻는 일과 같다. 이런 이유로 나는 학교에서 만나는 목회자들과 예비 목회자들에게 언제나 이 시리즈를 읽어야 할 도서 정도가 아니라 소장할 도서로 소개해왔다.

그러나 영어라는 장벽 때문에 학생들이 그런 책들이 있다는 것만 알고 지나가는 것이 문제였다. 이번 살림출판사의 노력으로 언어 장벽을 뛰어넘게 된 것은 내게 큰 기쁨이다. 이제 문제는 얼마나 번역이 자연스러운 강단의 언어로 되느냐, 즉 독자들을 강단 앞에 있다는 느낌을 주도록 번역하느냐이다.

목회자들이 어떻게 이 시리즈를 사용할 수 있는가도 언급하고 지나가기 원한다. 오래 전부터 설교 추세는 성경의 한 책을 가지고 시리즈로 설교하는데 어떤 설교자들은 일년, 이년을 끌기도 한다. 유익한 점도 있지만 지루하기도 하고 이동이 많은 교인들을 생각하면 짧은 시리즈들도 적당할 것 같다.

한 시리즈를 4-12주 정도 끌어간다면 한 주제를 심도있게 다루면서 청중의 흥미를 계속 유지하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실은 해외에서는 많이 그렇게 하고 있다. 크레겔 시리즈는 특정 주제에 어울리는 설교들을 가려 뽑아 놓았기에 수련회, 혹은 짧은 연속 강해 시리즈를 구성하고 참고로 사용하기에 적당하다.

내가 귀국 후에 이 시리즈를 아무 연고도 없는 살림출판사에 소개한 것은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다. 그곳이 돈 안되는 그러나 한국 신학발전에 꼭 필요한 책들을 손해를 감수하면서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느 출판사도 감히 하지 못하는 일에 뛰어든 살림의 선한 용기에 갈채를 보낸다. 크레겔 시리즈가 또 비슷한 이유로 갈채를 받는 책 목록에 끼여들지 않기를 바라고 많은 독자를 확보하여 그 이익으로 더 좋은 양질의 책들을 계속 만들어 내기를 소망한다.

글/ 김진하(천안대학교 기독교학부 교회사 교수, 영국 리즈대학교 P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