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 김민아 기자 | 1994.08.24
소설 속의 여성상이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성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여성상을 그린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출간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와 <길과 숲>,<숨어 있기좋은 방> 등 여성작가들이 쓴 3권의 장편은 20~30대 '신세대' 여성들의 달라진 삶을 각각 독특한 시각으로 묘사, 눈길을 끈다.
신이현(30)의 <숨어있기 좋은 방>은 진지함을 벗어버린 '벌거벗은 천진성'을 지닌 20대초반 여성의 이야기다. 소설의 주요 무대는 오동나무가 있고 기차소리가 들리는 여관. 주인공 윤이금은 태정이라는 남자를 만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는' 삶의 방식을 배운다.
그는 휘종이라는 선량한 모범생과 결혼하지만 '안락한 가정의 정숙한 아내'는 그에게 '맞지 않는 옷'일뿐이다. 윤이금은 결국 오동나무가 있는 여관으로 다시 돌아간다.경박하고 방종스럽기조차 한 윤이금의 삶은 여성의 내부에 잠재해 있는 '즐거움에 대한 욕망'의 경쾌한 발현으로 비춰진다. 또 한없이 가볍게 날아오르고자 하는 인간의 자유의지로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