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과 俗은 하나다’
－M 엘리아데 종교와 신화…정진홍/살림－

왜 사람들은 ‘숭배해야 할 어떤 것’을 끊임없이 만들어왔을까. ‘거룩함과의 조우’라고 할 수 있는 종교적 경험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종교를 삶 속에 구현하는 인간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종교학 명저 ‘성과 속’을 쓴 멀치아 엘리아데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종교라는 인간현상에 접근한다. 이 책은 정진홍 한림대 한림과학원 교수(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가 엘리아데의 이론적 뼈대를 비교적 알기 쉽게 풀어쓴 저작이다.
엘리아데는 ‘종교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대신 ‘사람들이 무엇을 일컬어 종교라 하는가’라는 물음에 초점을 맞춘다. 앞의 질문이 형이상학적인 답변을 이끌어낸다면, 후자는 ‘종교라고 일컬어진 현상’과 ‘종교를 만들어 숭앙하는 사람들’에게로 논점을 옮겨간다.
엘리아데는 우리 삶 속에서 마주치는 일상적인 것들을 ‘속(俗)’이라 하고 개인 또는 집단의 독특한 경험에 의해 의미를 갖게 되는 비일상적인 것들을 ‘성(聖)’이라 규정했다. 가령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나무, 돌, 자동차, 건물은 모두 ‘속’의 영역이지만 이 물질이 한 개인에게 특별한 경험을 가져다 주는 순간 ‘성’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 성과 속은 분리되거나 단절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성과 속의 틈새에서 빚어진 삶의 경험을 드러낸 것이 종교라고 이해했다.
종교에 대한 엘리아데의 물음은 기존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무엇보다 특정 종교가 내세우는 논리로는 인류의 보편적 종교 경험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창조적 상상력을 통해 ‘중심’을 찾아내거나 지어낸다. 만약 이런 행위가 없다면 인간은 역사의 파멸과 공포를 감내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신화와 제의의 탄생은 이런 중심찾기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엘리아데를 접한 것이) 내게는 하나의 개안(開眼)이었다”는 저자의 고백만큼이나 의미있는 책이다. 3,300원. 

조장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