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변천사 문화적 의미 더듬어
여행이야기
이진홍 지음/ 살림출판사/ 서해문집

박영석기자  yspark@chosun.com  

입력 : 2004.07.02 17:26 37'
  
 
  
생명 유지·종족 보전을 위한 본능적 이동욕(慾), 삶의 지평을 넓힌 위대한 발견과 제국주의적 포만감을 채울 목적의 확장, 낭만·향유·학습이 있는 관광….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겠다’는 포부로 기획된 ‘살림지식총서’ 100호는 여행의 변천사와 문화현상으로서의 의미를 더듬고, 소유·존재·떠남·재탄생이란 관점에서 우리 내면과 여행의 관계 정의를 시도한다. 
‘너는 아느냐, 미지의 나라에 대한 향수와 조바심 나는 호기심, 우리들을 비참한 일상으로부터 해방시켜줄 이 알 수 없는 열병을?”(보들레르 ‘여행에의 초대) 여행은 비참한 현실을 탈피하고자 하는 선택받은 천재의 상상과 찬미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유목민의 유랑부터 실크로드, 십자군 전쟁, 바스코 다 가마·콜럼버스 같은 인물들의 ‘역사적 여행’은 19세기 들어 ‘관광으로서의 여행’을 준비했고, ‘여성 해방 지표로서의 여행’을 가능케 했다. 

순수 국내 필진의 100쪽 안팎 포켓북은 100호를 기점으로 ‘세계의 도시 이야기’를 펼친다. 아테네·로마·이스탄불·예루살렘·상트페테르부르크·하이델베르크·파리·바르샤바·부에노스아이레스·멕시코시티·나이로비 등 각 도시의 역사·문명을 담은 101~111호가 이번에 동시 출간됐고, 런던·마드리드·프라하·바그다드·베이루트·보스턴·뉴욕·둔황·홍콩·울란바토르·앙코르와트 등 35개 도시의 흔적을 되새기는 시리즈가 이어질 예정이다. 

[화제의 책]세월따라 도시따라 
살림지식총서 100호 '여행이야기' 외 11권 
이진홍 외 지음/살림/각 권 3300원  
 
 
 
 
책이 귀하던 시절에 고전이나 문학작품 문고본을 갖고 다니면서 읽었던 기억을 간직한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젊은 시절 이후 이제는 기억의 저편에 봉인된 문고본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살림출판사가 지난해 6월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겠다며 ‘미국의 좌파와 우파’ (이주영 지음), ‘미국의 정체성’ 등 ‘살림지식총서’ 시리즈를 출간하면서부터 문고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살림출판사는 최근 100∼111호를 내놓아 다양한 주제의 문고본 출간을 이어갔다.

이번에 선보인 책들은 총 12권으로 개론서 성격의 ‘여행이야기’ 외에 세계 주요 도시인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예루살렘, 상트페테르부르크, 하이델베르크, 파리, 바르샤바, 부에노스아이레스, 멕시코시티, 나이로비를 다뤘다.

책들은 단순한 도시 이야기가 아니라 인문학적 성찰이 담긴 ‘얇지만 깊이 있는’ 주제를 논했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따라가 보자. 그곳은 결코 낭만의 도시거나 우리와는 먼 그 어느 곳도 아니다. 구한말 고종이 충정공 민영환을 러시아로 보내 우리 상황을 알렸고, 월북작가 상허 이태준이 광복 이듬해 자신의 기록을 애틋이 남긴 곳이다. 사상가 아우구스티누스의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단지 그 책의 한 페이지를 읽을 뿐”이라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문학적 내용으로 충실한 책과 함께하는 여행은 가치 있는 일이다.

이번 시리즈는 어쩔 수 없는 100호 발간이라는 데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941년에 시작된 이래 3710권의 책을 낸 프랑스의 ‘크세즈 문고’나 1927년에 시작해 5200종을 넘긴 일본의 ‘이와나미 문고’처럼 전문성을 확보한 차별화된 문고본을 우리도 갖출 수 있다는 기대는 기쁨이다. 물론 다양한 분야에 여러 지은이들이 참여하다 보니 책별로 내용과 수준에 차이를 드러낸 것은 피할 수 없는 약점이었다.

문고본의 부활을 염원하는 각계의 반응은 사뭇 긍정적이다. 최재천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손쉽게 새로운 분야로 입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길잡이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나의 출판사가 그 임무를 자처한 지 1년이 지나면서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문고본 간행을 높게 평가했다. 

출판사는 앞으로 고전 해설과 평전, 어학과 사전적 주제들, 비주류 문화, 전통문화와 지방문화의 소개, 문명과 근대성의 조명 등을 다룬 문고본 시리즈를 내놓을 계획이다. 

박종현기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