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도, 대학원생도, 대학생도 아니지만 그는 대한민국에서 교수와 학계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교수신문> 학술부 강성민(32) 기자. ‘교수’로 대변되는 우리 학계의 움직임을 취재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교수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교수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던 그가 이번에는 거꾸로 교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최근 강씨가 펴낸 책 <학계의 금기를 찾아서>는 학계와 교수사회를 잘 알기 때문에 더욱 고심했고 그 결과 용기를 내어 펼친 ‘쓴소리’다. 
“처음에는 오히려 교수와 학계에 대해 부담이 별로 없었던 편이에요. 그런데 조금씩 구조적으로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심각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됐습니다. 교수들이 책을 묶어 내는 관행이며 학술대회에서 보여주는 실망스런 모습들…, 그런 것들이 ‘왜 문제인가’ 고민하게 됐고 그래서 비판작업을 시도한겁니다.” 

강 기자는 분명한 비판의 원칙을 스스로 정했다. 바로 ‘내재적 비판’이란 방식이다. 국외자의 시각으로 보는 ‘외재적 비판’이 아닌 비판을 당하는 대상자들의 처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수긍하게 만드는 비판을 지향한다. 그런 시각으로 그가 잡아낸 학계의 금기들은 모두 학계의 구조적 모순의 산물들이다. 스승 비판 불가, 전공불가침의 법칙, 틀에 박힌 논문 형태와 논문 지상주의, 새로운 연구 소재에 대한 막연한 꺼리기, 생존 인물 탐구 꺼리기 등이 책에서 비판하는 대표적인 우리 학계의 금기들이다. 강 기자는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그 금기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학계의 변명을 차단해버린다. 교수 사회에서만 통하는 여러가지 풍경들은 때로는 쓴웃음을 짓게 만들고 때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과감한 실명 비판을 시도하고 있는 점도 두드러진다. 

“교수들은 일단 남의 책을 잘 안읽어요. 내가 최고라는 정서가 강하기 때문이죠. 서로 학술업적을 평가해야 하는데 그걸 가로막는 장애가 너무 많아요. 또한 서로 평가할 지면도 없어요. 일간지나 학술지에 지면이 적다보니 상호 비판과 평가가 힘들죠.” 

스승-제자, 선배-후배로 얽혀있는 학계의 ‘수직 관계’가 바로 이런 금기들의 원흉이다. 그러나 그가 보기에 진짜 더 커다란 금기가 있다. 좀처럼 넘어서기 힘든. “바로 교수들 ‘자기 자신’이에요. 자신의 생각과 인식의 틀을 깨지 못해요. 그러다보니 자기 영역을 벗어나면 당황해하고 지식인의 시각을 잃어버려요.” 

결국 이런 금기들은 모두 학계에서 스스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도전하기만 깨어질 것들이다. 강 기자는 이를 위해 ‘학문학’, 곧 ‘학문이라는 것을 반성하는 학문’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역시 외국의 학문학을 수입하는 식은 안된다고 봅니다. ‘학문하기에 대한 비평’인 ’메타 비평’이 우리 학계에서 먼저 활성화되고, 이 메타 비평이 쌓여 하나의 ‘론(論)’이 생기고, 이 론이 체계화되어 ‘학(學)’이 되어야죠. 먼저 ‘학’부터 수입해서는 이 또한 기존 문제를 답습하는 꼴일겁니다.” 

취재원들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매서운 비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강기자는 교수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은 교수사회 전체의 모습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면서 “언론에 등장하는 교수들만 보고 전체 교수를 평가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덧붙였다. -살림/3300원.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