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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와 그 제자들 (큰글자살림지식총서 110)
우봉규 지음 | 2015년 1월 28일
브랜드 : 큰글자 살림지식총서
쪽수 : 116 쪽
가격 : 12,000
책크기 : 163*255
ISBN : 978-89-522-3078-2-0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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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奇行)과 깨달음의 경계
경허의 삶을 통해 선(禪)을 재구현하다
경허(鏡虛)는 한국 근현대 불교를 개창, 낡은 조선의 불교를 새로 쓴 대선사로 평가받는다. 또 1954년 이후 만공(滿空)과 혜월(慧月) 등 그의 문하에서 배출된 고승들은 불교정화운동을 주도하여 선(禪)의 근본정신과 한국불교의 전통을 되살리는 데 크게 일조했다. 한국불교, 특히 선의 정신을 논함에 있어 경허는 지금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늘 술을 곁에 두고 마시고, 길 가는 아낙을 붙잡아 느닷없이 입을 맞추는 등 승려답지 않은 기행들로 인해 경허는 파계승으로까지 몰리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 『경허와 그 제자들』의 필자는 이러한 경허의 삶이 선에 그대로 잇닿아 있다고 본다. 얼핏 허투루 보일 수 있는 그의 작은 손짓발짓마저 ‘불교’의 근본정신을 탐구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하여 필자는 일반 독자들과 유리된 현학적인 설명을 피하고, 구전(口傳)과 전기(傳記)를 풀어쓰는 방식을 택했다. ‘불교’라는 이름으로 정형화된 어떤 틀이 없는 것처럼 이론이 아닌 삶 자체로 경허를 이해해 보려는 시도다.
경허는 이미 오래 전에 우리 중생의 범주로 걸어 들어왔다. 인간의 내면을 궁극적으로 탐구해 그 실체를 구명하는 것이 진짜 불교라면 이제는 우리 곁에 선 경허를 다시 한 번 바라볼 때다. 그가 켜놓은 선 등불의 실체를 음미해 볼 때다.
그 사람, 경허
상락객(常樂客)이 되다
24가지 선화(禪話)
누가 너이고 누가 나인가
그의 제자들
그는 자신이 만들고 자신이 부술 태평가를 부르며 세상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그야말로 물이 되었다. 구름이 되었다. 33살에 그는 비로소 좁은 조선의 운수납자(雲水衲子)에서 은하(銀河)의 상락객(常樂客)이 된 것이다. 이후 그는 전국을 떠돌며 미망 속을 헤매는 대중들을 일갈하고, 오늘날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는 숱한 일화를 남긴다. 때로는 과장되게, 때로는 배꼽이 터질 정도로 우리를 웃게 만드는 그 일화들이 실은 바로 그의 실체다. _pp.19~20

경허는 어째서 아이들에게 매 맞는 것을 자초한 것일까? 그리고 분명히 맞았는데 어째서 맞지 않았다는 말을 되풀이해 계속해서 매질을 유도한 것일까? 경허는 아이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싶었던 것이다. 못난 이 씨 왕조, 그 속에서 만신창이가 된 백성들. 아이들 앞에서 속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질곡 속에서 그들을 구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특히 이 땅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아이들에게 제일 미안하기에 저들로부터 몰매 맞는 것을 자초한 것이다. 경허는 아이들에게 돈과 과자를 내주고 고개를 넘어가며 한 곡조 노래를 읊었다. _p.40

경허의 제자들 또한 경허와 필적한다. 그들은 수월(水月)과 혜월(慧月), 그리고 만공(滿空)과 한암(漢岩)이다. 이들 모두 한국 불교사의 거장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들은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향기(香氣)가 있다. 선기(禪氣)가 있다. 수월과 혜월은 남긴 문장은 없다고 하나 그 끝없는 선화(禪話)와 가화(佳話)로 이 나라 제일의 구도자로 후세의 첨앙(瞻仰) 대상이 되어 왔다. 만공과 한암 또한 문장과 덕행을 아울러 남긴 이 나라 제일의 수행자들이었다. _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