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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광고로 보는 일상생활사 (살림지식총서 559)
김병희 지음 | 2017년 5월 25일
브랜드 : 살림지식총서
쪽수 : 148 쪽
가격 : 4,800
책크기 : 120*190
ISBN : 978-89-522-3637-1-0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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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한국인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역대 정부와 기업의 광고를 통해 분석해낸
한국의 어제와 오늘
우리의 내면을 담고 있는 광고를 들여다보면
한국인의 자화상이 보인다!

‘해방 이후 한국의 풍경’ 시리즈(전3권) 중 둘째 권. 광고는 당대의 트렌드와 호흡하면서 텍스트와 이미지로 당시 대중과 발을 맞추는 미디어다. 그렇게 본다면 해방 이후 언론에 실린 광고야말로 한국 사회의 내면을 담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정부광고는 기업광고와 달리 국민계몽의 목적이나 정책을 더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민간 영역이 현재 수준으로 성장하기 이전이기 때문에 전화 사용 방법이 정부광고에 실리는가 하면, 몇 십 년 전의 정부광고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세련된 감각을 보여주는 체신부의 연말연시 우편물 이용 광고도 볼 수 있다.
이 책은 ‘여행과 통신’ ‘학생과 치기’ ‘농촌과 전통’ ‘도시와 기억’ ‘문화와 흔적’ ‘나눔과 사랑’을 주제로 한 해방 이후 나온 일상적인 광고를 통해 한국인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자화상을 캐낸다.

지금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는 정부광고
스마트폰 이용자가 4,0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외 카카오톡 가입자도 1억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미디어 환경이 이렇게 바뀐 상황에서 연말연시를 맞이해 손으로 쓴 편지나 카드를 보내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미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익숙해진 이메일이나 SNS로 안부 인사를 전하면 비용도 들지 않고 우편보다 빨리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이런 마당이니 손으로 쓴 편지나 카드가 점점 더 드물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오죽하면 하루에 우체통을 이용하는 편지도 2004년의 약 21통에서 2014년에는 7통으로 정확히 33퍼센트로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1970년대에도 2017년에도 서로 소식을 주고받는다. 다만 그 수단이 달라졌을 뿐이며 지금도 연말연시가 되면 우편물 특별 처리 기간이라 우체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상황을 맞는다. 편지의 전성시대라 할 1970년대에는 연말연시가 되면 정부광고에서 규격봉투를 써달라고 요청한 점이 달랐을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겨울이 되면 난방 연료가 사회적 의제가 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도시에서 취사나 난방용으로 연탄이 사용되었다. 대한석탄공사와 한국연탄공업협회의 공동 광고 ‘에너지 절약’ 편(1979년 8월 20일, 「경향신문」 )을 보자. “에너지 절약! 연탄 한장・석유 한방울・전기 한등”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광부가 탄광에서 일을 마치고 걸어 나오는 장면을 사진으로 제시했다. 보디 카피에서는 에너지 절약의 핵심 전략을 다섯 가지로 요약 정리했다. 가정에서 매일 연탄 한 장씩 절약하면 약 350만 톤(800억 원)의 석탄이 절약되고, 정부에서 허가한 ‘열’ 자 표시의 화덕을 사용하면 화력이 좋으며, 내화물로 만든 화덕 덮개가 방을 더 뜨겁게 하고 연탄가스도 적게 나오게 하며, 아궁이 공기구멍을 철저히 관리해야 연탄을 절약할 수 있으며, 깨진 연탄은 알뜰히 모았다가 교환해서 써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석탄공사에서 이렇게 계몽 캠페인에 가까운 광고를 싣는다면 시대착오라 할 것이다. 지금 기업과 정부의 광고에서 사랑의 연탄을 배달하는 장면이 나오는 이유는 사회적 책임을 묻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대가 바뀌어도 한국 사회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기 마련이다. 저자는 지금 풀기 어려운 사회문제의 힌트가 옛 노력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 옛것을 살펴보는 것이 어떨까, 하고 제언한다.
여행과 통신
학생과 치기
농촌과 전통
도시와 기억
문화와 흔적
나눔과 사랑

우리나라에도 전화 거는 방법을 가르치던 시절이 있었다. 45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체신부(이후 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개편)의 광고 ‘전화 거는 방법’ 편(1969년 10월 11일, 「경향신문」)을 보자. “전화기는 소중히 취급합시다!”라는 헤드라인 아래 전화 거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전화를 하려면 “먼저 상대의 전화번호를 확인”해야 하는데 “0번도 번호”라며 “0020번에 걸 때 0번을 돌려야” 통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_16~17쪽

어린이대공원의 개장을 알리는 광고 ‘축 개장’ 편(1973년 5월 5일, 「경향신문」)을 보자. (중략) 헤드라인에서는 “축 어린이대공원 개장”이라며 어린이대공원이 개장했다는 사실을 특별한 설명 없이 단순 고지했다. 그렇지만 서브 헤드라인에서는 “세계 최대의 어린이 전용 공원을 개장케 한 우리의 지혜!”라며 세계 최대라는 사실을 강조해 내세웠다. (중략) 이 광고에서는 열한 개의 사진 컷으로 구성한 비주얼이 카피보다 더 인상적이다. (중략) 광고 중앙부에는 네 가지 주요 시설의 사진을 모아 원 모양으로 트리밍해서 보여주고, 아래쪽에는 공원 배치도를 제시했다. (중략) 어린이들은 이 사진들을 하나씩 보면서 놀이기구를 타는 장면을 상상했으리라. 360도 방향의 모든 경치를 담아내는 파노라마 카메라처럼 머릿속으로는 신나게 노는 꿈을 찍었으리라. _28~30쪽

정부에서는 이미 광복 직후부터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조해왔다. 1947년에 미 제24군 헌병사령부와 한국 정부가 공동으로 홍보한 포스터 ‘어린이 교통안전’ 편을 보자. “보호하자 어린이, 살피자 보행자”라는 한글 헤드라인과 “Protect Children! Watch Out For Pedestrians”라는 영어 헤드라인을 동시에 쓰고 있다. 당시엔 영어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드물었을 텐데 영어 헤드라인을 병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교통안전 강조 운동은 미군과 한국 정부가 공동으로 하고 있는 공익사업의 하나이다”라는 마무리 카피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터. 미군이 한국 정부보다 앞에 등장한다는 점을 보면 포스터 제작은 미군 헌병사령부가 주도했음이 분명하다. _31~32쪽

1960년대에 경마를 즐기라는 광고가 신문지상에 자주 등장했다. “현대인의 스포티한 오락. 주말의 즐거운 레저”(1969년 3월 21일, 「동아일보」)같은 광고나 “사상 최대의 규모 4개국(일본 한국 미국 호주) 기수 참가. 황금의 레이스!! 대통령배 쟁탈 국제친선 경마대회”(1969년 5월 23일, 「경향신문」) 같은 광고가 대표적이다. 경마 열풍이 불었음을 입증하는 근거다. 하기야 일제강점기에도 “경성경마(京城競馬)”를 알리는 광고가 있었다.(1945년 5월 25일, 「매일신보」) 기수가 말 등에 납작 엎드려 쏜살같이 달리는 장면을 삽화로 표현했는데, 전쟁 중에도 경마를 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_88~89쪽

전쟁이 끝나고 수도 서울이 서서히 도시의 모습을 회복해가던 1950년대 후반, 우리나라는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중략) 우리 사회에서 자유 논쟁이 이처럼 계속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한국전쟁으로 억눌렸던 본성을 일깨우기라도 하려는 듯이, 여기저기서 자유가 나부꼈으니 시민들 역시 자유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중앙국립극장(현 국립극장)의 광고 ‘국립극단 공연’ 편(1957년 11월 28일, 「동아일보」)을 보자. “국립극단 제4회 공연”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연극의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하는 동시에 국내 일류 연기진이 총출연했다면서 호화 배역을 자랑하고 있다. 더욱이 하유상이 쓰고 박진이 연출한 「딸들은 연애자유 (戀愛自由)를 구가(謳歌)하다」(4막 7장)라는 공연 제목을 크게 제시했으니, 키워드를 확실히 전달하는 데에는 성공한 셈이다. 11월 28일부터 12월 5일까지 중앙국립극장에서 상연하는 동안 이 연극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_98~100쪽

손으로 쓴 편지는 오래된 문자 소통의 방법인데, 1970년대는 편지의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체신부(현 우정사업본부)의 광고 ‘연말연시 우편물 이용’ 편(1977년 12월 6일, 「경향신문」)을 보자. “우편물 이용에 대한 부탁의 말씀”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연말연시 우편물 특별 소통기간에 바르게 우편물을 이용하는 네 가지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광고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우편봉투를 쥔 채 주의사항 네 가지를 손가락에 세로로 표기한 디자이너의 유려한 솜씨다. 40여 년 전의 광고인데도 요즘의 디자인 스타일에 비겨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세련된 감각이 돋보인다. _131~1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