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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광고의 국민계몽 캠페인 (살림지식총서 560)
김병희 지음 | 2017년 5월 25일
브랜드 : 살림지식총서
쪽수 : 148 쪽
가격 : 4,800
책크기 : 120*190
ISBN : 978-89-522-3640-1-0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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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역대 정부는 국민을 어떻게 계몽하려 했을까?
정부광고 캠페인을 분석하며
국가와 국민의 관계 설정을 모색한다
“아이 셋부터는 부끄럽다!”
“애연가가 불편하지 않도록 담배 공급에 힘쓰자!”

‘해방 이후 한국의 풍경’ 시리즈(전3권) 중 셋째 권. ‘가정과 건강’ ‘개조와 재건’ ‘제도와 행정’ ‘건설과 수출’ ‘국민과 의무’ ‘애국과 안보’를 주제로 삼아 역대 정부가 광고를 통해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고 계몽하려 했는지 돌아본 책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출생률이 적기로 소문난 나라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정부에서는 저출산 캠페인을 몇 십 년간이나 펼쳤을 정도로 공익광고의 단골이 출생률 저하 계몽 사업이었다. 1960년대의 “적게 낳아 잘 기르자”, 1970년대의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년대의 “둘도 많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같은 계몽적 카피는 인구정책의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심지어 ‘임신 안 하는 해’, ‘남성이 더 피임하는 해’, ‘나라사랑 피임으로의 해’를 정해 범국민적 계몽 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제는 “아이 낳는 당신이 애국자입니다” 같은 헤드라인을 써야 할 정도로 장기적이고 꾸준한 국민계몽 캠페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정부광고를 통해 해방 이후 정부가 한국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갔는지 살펴본다.

장기적인 계몽 캠페인은 힘이 있다
정부가 담뱃값을 파격적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애연가들 사이에서 인상 폭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지금은 길거리에서든 집이나 회사에서든 흡연자들의 공간이 거의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전매의 날을 부활시키자고 한다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테지만, 담배를 기념하자는 취지로 국가에서 전매의 날을 법정 기념일로 정할 정도로 담배를 권하던 시절이 있었다.
전매청의 광고 ‘새 담배 발매’ 편(1974년 3월 30일, 「동아일보」)을 보자. “새 담배 발매에 즈음하여”라는 헤드라인을 세로로 쓰고 다음과 같은 보디 카피로 새 담배의 발매를 알렸다. “전매청은 이번 애연가 여러분의 선택의 폭을 보다 넓혀 드리기 위하여 제조담배의 품종을 다양화하였읍니다.” 애연가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담배 종류를 다양화했다며 살짝 애교를 부리며 포장한 셈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함에 따라 전매청은 한국담배인삼공사를 거쳐 KT&G로 이름을 바꾸었고, 이제는 담배의 유해성을 숨겼느냐며 법적 소송의 대상자가 되고 있다.
정부는 식목일에 대한 정책을 수시로 바꾸었다. 정부 수립 직후에는 매년 4월 5일을 기념일로 정했다가, 1960~1961년에는 3월 15일로 바꾸더니 다시 4월 5일을 식목일로 바꿨다. 1961년에는 대통령령을 개정해 공휴일로 지정했다가, 1973년에는 다시 기념일로 바꾸고, 그 후 공휴일로 했다가 지금은 공휴일이 아니다. 이렇게 끈질기게 나무 심기를 강조해온 것은 울창한 산림이 부국의 원천이라는 논리 때문이었다.
“나무를 심자. 나무를 심자. 희망을 심자!” 산림청에서 2014년에 제작한 「식목일 캠페인송」의 노랫말 일부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식목일에만 반짝 하는 행사로 그치지 말고 몇 년간 계속되는 ‘나무 심기 홍보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민간 기업인 유한킴벌리는 30년 이상을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그것이 화장지 생산 기업의 우회적인 홍보 활동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의 자연보호 인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하다. 정부와 기업의 계몽 캠페인용 광고는 너무나 일상적이기 때문에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는 듯 보이지만, 몇 십 년간의 나무 심기 캠페인은 우리나라 산을 붉은 산에서 푸른 산으로 바꾸는 기적을 이뤄냈다.
가정과 건강
개조와 재건
제도와 행정
건설과 수출
국민과 의무
애국과 안보

1960년대의 “적게 낳아 잘 기르자”, 1970년대의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년대의 “둘도 많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같은 계몽적 카피는 인구정책의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심지어 주부클럽연합회는 1974년을 ‘임신 안 하는 해’로, 1975년을 ‘남성이 더 피임하는 해’로, 1976년을 ‘나라사랑 피임으로의 해’로 정하고 범국민적 계몽 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중략) 대한가족계획협회의 ‘부끄러움’ 편(1985년 8월 15일, 「동아일보」에서는 “셋부터는 부끄럽습니다”라는 헤드라인을 써서 아이가 많으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고는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이 대답하는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보디 카피는 다음과 같다. “선생님께서 물어보셨읍니다. ‘형제가 몇이지요?’ ‘저 혼자에요.’ ‘나랑 동생이랑 둘요.’ ‘우리 집은 셋이에요.’ ‘와- 많다.’ 친구들이 모두 쳐다보았습니다.” _4~5쪽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의 ‘쥐를 잡자’ 편(1970년 1월 21일, 「경향신문」은 제1회 전국 동시 쥐잡기 운동을 알리는 기념비적 광고다. “쥐를 잡자!”는 헤드라인 옆에 꼬챙이에 찔린 쥐를 펜 드로잉으로 재미있게 표현했다. 1월 16일 오후 여섯 시를 기해 전국 일제히 쥐약을 놓아 쥐를 잡기로 했는데, 쥐약은 이(理)・동(洞)사무소에서 무료로 나눠주며, 2차 독성이 없는 인화 아연제 쥐약 20그램씩을 집집마다 분배하고, 안전한 쥐약이지만 개나 닭이 직접 먹지 않도록 유의하고 음료수는 뚜껑을 꼭 닫으라는 내용이다. 정부에서 쥐약 놓는 시간까지 정해주다니! 오후 다섯 시에 쥐약을 놓아도 되지만 꼭 여섯 시에 쥐약을 놓아야 하는 줄 알고 사람들이 그 시간을 맞추었다는 기사도 있다. _17~18쪽

세 부처에서 공동으로 낸 ‘부정불량식품 캠페인 3’ 편(1977년 7월 12일, 「동아일보」에서도 처음 광고에서와 똑같은 헤드라인을 쓰고 있다. 정부에서 몇 년에 걸쳐 집중적으로 부정불량식품 퇴치 캠페인을 벌였음을 확인하게 하는 대목이다. 첫 번째 광고와 거의 유사한 내용과 구조를 유지하면서 보디 카피 내용을 약간만 수정했을 뿐이다. 마무리 카피 부분에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 유해 식품이 유통된다는 것은 문화 국민의 수치”라고 지적하며 “국민이 무슨 식품이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사회 바탕이 이룩될 때까지” 정부의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1970년대에 벌써 일회성 광고가 아닌 장기적인 캠페인을 전개했다는 점이 놀라운데, 더 놀라운 것은 장기 캠페인성 광고에서 고려해야 할 메시지의 반복가능성(repeatability)에 유념해 메시지의 큰 틀은 유지하되 내용의 일부만 슬쩍슬쩍 바꾸었다는 사실이다. _58~59쪽

법원의 소송 양식은 국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계속 개선돼왔다. 법원행정처의 광고 ‘색채 용지’ 편(1962년 12월 22일, 「경향신문」을 보자. “소송기록 색채로 구분된 용지 사용에 대하여 알리는 말씀”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1963년 1월 1일부터 민사소송 및 이에 준하는 기록을 작성할 때 색지(色紙)를 사용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먼저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한 다음 장단점을 제시하고, 그다음에 색채 구별 방법을 간단명료하게 나열했으며, 마지막으로 채색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중략) “서류 작성에 있어 원고 피고 및 법원이 제각기 다른 색채로 된 용지를 사용함으로써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막을 수 있고 그 사건을 1분이라도 신속하게 처리하여 드리고자” 색지 사용으로 바꾼다고 했다. 원고와 피고 및 법원이 서류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소송 심리의 시간과 노력이 절약되며, 용지 규격의 통일로 간편하고, 용지의 비용은 종전과 다름이 없다며 색지 사용의 네 가지 장점을 강조했다. _67~68쪽

건설부(현 국토교통부)에서 경부고속도로의 준공을 경축하는 취지로 냈던 ‘현상공모’(1970년 7월 7일, 「경향신문」 내용이다. 광고에서는 “서울・부산 간 고속도로 준공 현상 퀴즈 모집기간 연장 및 문예작품 당선작 발표일 연기”라는 헤드라인을 써서 위와 같은 퀴즈 문제를 냈다. 관제엽서에 정답을 한글과 아라비아 숫자로만 써서 회답하라고 했다. 시상은 1등에 코티나 자동차 한 대, 2등에 퍼브리카(public car) 한 대, 3등에 금성 텔레비전 한 대, 4등과 5등에 중소형 라디오가 각각 한 대씩이었다. _78~79쪽

대한무역진흥공사(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의 광고 ‘수출의 노래’ 편(1964년 9월 1일, 「한국일보」을 보자. 비주얼 없이 “수출의 노래 가사 콘테스트”라는 헤드라인 등 모든 메시지를 카피로만 구성했다. “수출 실적 1억 불을 돌파하는 날을 수출의 날로 기념하고 이를 계기로 수출 증진 사상을 전 국민에게 고취하기“ 위해 수출의 날 가사를 현상 모집하니 적극 응모하라는 내용이다.
주문한 가사의 내용은 이렇다. 첫째, 수출 진흥의 무드를 일반 대중이 노래를 통하여 조성 실감케 하고, 둘째, 경쾌하고 진취적이어서 일반에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하며, 셋째, 가급적 일절(一節)로 작사하라는 것이었다. 저 1960년대에 ‘무드’나 ‘어필’ 같은 영어를 썼다는 점에서 이 광고 카피는 당시에 영어 좀 하는 어떤 직원이 썼으리라. 특히 수출 증진을 ‘사상’이라고까지 강조한 데서 지나친 계몽성을 엿볼 수 있다. _89~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