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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큰글자살림지식총서 142)
노태헌 지음 | 2018년 5월 11일
브랜드 : 큰글자살림지식총서
쪽수 : 96 쪽
가격 : 15,000
책크기 : 163*255
ISBN : 978-89-522-3922-8-0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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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 위에 떨어진 영혼의 눈물
20세기 가장 빛난 9인의 피아니스트들을 담다
히 피아니스트를 ‘건반 위의 예술가’로 표현하곤 한다. 악보 안에 작곡가의 감성과 신념이 담겨있다면 피아니스트들의 눈물과 땀은 건반 위에 스며든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끌어낼 수 있는 최고의 예술적 내공을 통해 작곡가의 혼(魂)을 승화시키는 일. 하지만 이러한 숭고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피아니스트들의 존재와 의미는 쉽게 잊히는 일이 다반사다. 대중들은 귓가에 맴도는 피아노 선율만을 기억할 뿐이며 무대 뒤편으로 사라진 피아니스트들의 화려한 기교만을 떠올릴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술이 가던 길을 멈추지는 않는다.
‘명곡’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작품들이 있다면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만으로 표현이 불가능한 피아니스트들도 있다. 그들은 누구였으며 피아노의 역사 위에 어떤 발자취를 남기고 떠났는가? 이 책은 자신의 삶과 예술적 고민 위에서 치열하게 싸운 전사(戰士)들의 이야기다. 그 상처투성이의 영웅들 중에서 꼭 기억해야 할 아홉 명의 피아니스트들을 엄선했으며 그들의 연주 스타일은 물론 음악에 미친 영향력과 소소한 삶의 이야기들까지 다루었다. 아홉 명의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을 선정하느라 고심하고 다시 이들의 삶과 음악을 다각적인 방향에서 풀어내기 위해 고심한 저자의 흔적이 엿보인다. 여기에 저자가 직접 추천한 명반 리스트가 더해진다. 책을 펴는 순간 음악이 들려오는 듯하다. 그 속에서 독자들은 이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의 웃음과 눈물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피아니스트, 우리에게 다가오다
마지막 로맨티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신을 위해 모차르트를 연주하다, 클라라 하스킬
엄숙한 독일 정신의 계승자, 빌헬름 켐프
구도자 그리고 수수께끼, 스비아토슬라프 리흐테르
완벽은 나의 힘,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견고한 구조주의자, 알프레트 브렌델
바흐는 나의 운명, 글렌 굴드
건반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
진정한 코즈모폴리턴, 마우리치오 폴리니
클라라 하스킬의 음악세계를 단적으로 표현하면 ‘진흙 속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녀가 남겨놓은 소중한 유산을 듣고 있자면 좀처럼 견뎌내기 힘든 역경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 음악가로서 또 한 개인으로서 얼마나 맑은 영혼을 지닐 수 있는지 깨닫게 만든다. 고단한 삶을 살았지만 그녀가 음악의 샘에서 길어 올린 물은 그만큼 순수하고 투명했기 때문이다. 입버릇처럼 자신은 청소부나 되었어야 할 인생이라 말하곤 했던 이 겸손한 피아니스트는 다른 피아니스트들과 같이 뛰어난 비르투오시티(뛰어난 연주 기교나 기술)를 과시하기 보다는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는 기쁨이나 슬픔 같은 정제된 감정을 차분하게 설파하곤 했다. _pp.17~18

1940년 네이가우스는 모스크바에서 소비에트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리사이틀을 열고 그 자리에 리흐테르를 출연시킨다. 당시 프로코피예프의 6번 소나타를 연주하면서 리흐테르와 이 위대한 작곡가와의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되는데, 프로코피예프는 단박에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 5번 연주를 제안한다. 이후 성황리에 끝난 5번 협주곡 무대 이후 그는 자신의 7번 소나타와 9번 소나타의 초연을 리흐테르에게 맡긴다. 즈다노프38)의 비판으로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이 금지된 상황에서도 리흐테르는 리사이틀에 그의 음악을 계속 포함시켰는데 음악회는 연일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발표된 프로코피예프의 첼로 협주곡(교향적협주곡)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는 리흐테르의 지휘로 초연을 하게 된다. 비록 당시 평단의 반응은 냉혹했지만 프로코피예프는 다음과 같은 언급으로 리흐테르에 대한 자신의 무한한 신뢰감을 표현한다. “이제 마음이 놓여. 내 작품을 지휘할 수 있는 지휘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야.” _p.39

하지만 캐나다에서의 성공과는 달리 미국 공연은 거의 알려지지 못했다. 음악 변방에서 온 젊은 피아니스트의 공연이 성공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입장권은 거의 팔리지 않았으며 음악계 관련 인사들도 거의 참석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정식 연주회 전날 가졌던 연주회에서 글렌 굴드와 함께 실내악을 연주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미셸 슈나이더만이 이 경이로운 피아니스트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튿날 CBS 음반사의 녹음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오펜하임이 녹음에 참가할 새로운 피아니스트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슈나이더는 다음과 같은 말로 굴드를 소개했다. “안타깝게도 살짝 미치기는 했지만 피아노에서는 사람들의 넋을 빼앗을 만큼 놀라운 연주를 해내는 인물이다.” 그 덕분에 오펜하임은 굴드의 데뷔 연주회에 참석할 수가 있었고 이 천재 피아니스트와 맞대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굴드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_p.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