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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은둔자
마이클 핀클 지음 | 손성화 옮김 | 2018년 10월 1일
브랜드 : 살림
쪽수 : 312 쪽
가격 : 14,000
책크기 : 148*210
ISBN : 978-89-522-3973-0-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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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 20181002.hwp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진정한 은둔자’가 아닙니다.” 나이트가 말했다.

미국판 로빈슨 크루소 크리스토퍼 나이트,
수줍음 많고 똑똑했던 스무 살 청년이
숲으로 잠적한 까닭은?
“스스로 목숨을 끊지만 않았을 뿐, 세상에 존재하기를 중단하다!”
고독과 야생에 대한 명상이자,
자기 방식대로 살기 위해 벌인 분투기!
전설적인 숲속의 은둔자를 찾고자 하는,
메인 주민들의 기상천외한 전쟁이 시작됐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자기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으려 했던, 한 인간의 역사

당신은 하던 일과 가족을 모두 남겨두고 30년간 고독하게 살 수 있는가? 많은 사람은 현대 도시의 삶으로부터 탈출을 꿈꾼다. 하지만 가족과 직장, 그 밖의 여러 가지 이유로 실제 행동에 옮기지는 못한다. 이 책은 이 시대, 진정한 은둔자를 만난 한 저널리스트의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다.
1986년, 수줍음 많고 똑똑했던 스무 살 크리스토퍼 나이트는 매사추세츠에 있던 자신의 집을 떠나 메인 주의 거대한 숲속으로 사라진다. 그 후 27년 동안 나이트는 타인과 단 한 번의 접촉도 없이 홀로 숲속에서 살아간다. 그는 혹독한 겨울이 몰아치는 숲속에서 얼어 죽지 않기 위해 기발한 방법으로 물과 식량을 저장한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음식, 옷, 책이 필요할 때는 불가피하게 숲 인근 오두막에서 이것을 훔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지역 사회에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게 된다. 주민들은 전설적인 은둔자를 찾고자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끈질긴 추적 끝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은둔자, 크리스토퍼 나이트. 저널리스트인 저자 마이클 핀클은 나이트의 삶과 생각에 흥미를 느끼고는 그에게 만남을 청한다.
이 책은 숲속 은둔 생활이 가져다주는 고독과, 인간의 도전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고집한 나이트의 이야기는 단순히 숲속 은거에 대한 에피소드를 넘어, 무엇이 좋은 삶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01 고유 명사는 꼭 필요한 게 아니다 013
02 드디어 발각되다 019
03 예상치 못한 만남 027
04 27년 만의 대화 033
05 장난과 범죄 사이 043
06 메인 주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053
07 첫 번째 「편지」 057
08 딱 한 번의 서명 063
09 감옥에서 이루어진 대담 075
10 바위틈에 숨겨진 그곳 089
11 은신처의 비밀 097
12 세상에서 사라지기로 결심하다 107
13 진정한 은둔자 123
14 절대적으로 홀로 있기 133
15 1,000번의 무단 침입 141
16 지하로부터의 수기 151
17 계절이 들려주는 소리 169
18 최악의 겨울이 닥쳤을 때 179
19 지옥, 그것은 타인이다 187
20 문명과 3분 거리 199
21 고요와 고독 사이, 그 어디쯤 209
22 누구도 아닌 동시에 모든 사람이 되다 219
23 유일한 마주침 228
24 감옥에서 보낸 7개월 239
25 세상에 내던져지다 249
26 은둔자의 가족 263
27 “내가 미쳤나요?” 273
28 마지막 「편지」 한 통 283

고마운 분들 293
취재 노트 297
옮긴이 후기|21세기 최고의 은둔자인가? 무단 절도범인가? 307
절도범이 식당 밖으로 걸어 나오자 휴즈는 ‘탁!’ 하고 맥라이트 손전등 버튼을 눌렀다. 손전등 불빛을 사내의 눈에 곧장 비추면서 권총을 코 정중앙에 겨눴다. (……) “엎드려! 엎드려! 엎드려!” (pp.25~26)

건물 모퉁이를 돌자 여기저기 흩어진 다량의 식료품과 함께 양팔을 뒤로한 채 배를 대고 엎드린 한 남자가 보였다. 휴스와 맞닥뜨리자마자 도둑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아무런 저항 없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지듯 엎드렸다. (p.28)

많은 문화권에서 은둔자는 오랫동안 지혜의 원천, 인생의 위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탐구자로 여겨졌다. 악마의 저주를 받은 존재로 보는 문화도 있었다. 나이트는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어떤 비밀을 폭로했을까? 아니면 그냥 미친 걸까? 만약 처벌한다면 어떤 벌을 받아야 할까? 그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그의 이야기가 사실이긴 한 걸까? 만약 사실이라면 왜 사회로부터 자기 자신을 그토록 완전히 제거해버렸을까? (p.55)

나는 야생에서 수많은 밤을 보냈는데, 대부분 아내와 내가 아이 셋을 낳기 전이었다. 아이들은 여러 가지 축복을 경험하게 해주었지만 숲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나이트의 위업 —캠프파이어 금지 규칙은 너무 야박하지만 —을 질투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진심으로 존경심과 크나큰 놀라움을 느꼈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선호하는 운동은 혼자서 먼 거리를 달리는 것이고,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내 직업은 대체로 비사교적이다. 삶이 힘에 부칠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환상 속에서나마 숲으로 가는 것이다. 우리 집은 고삐 풀린 소비지상주의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단순함과 자유를 가장 열망한다. (pp.57~58)

인생에서 가장 큰 즐거움 두 가지를 꼽으라 하면 캠핑과 독서다. 그러니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이야말로 최고로 근사한 일이다. 그 은둔자는 나와 똑같은 열정을 어마어마할 정도로 더 크게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pp.59~60)

하지만 이러한 은둔자들 가운데 나이트만큼 오랫동안 은둔 상태로 있었던 사람은 없었다. (……) 물론 나이트보다 더 완벽하게 숨어 산 은둔자가 존재했을 수도 있다 —아니, 지금 현재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나이트를 붙잡은 것은 대왕오징어를 그물로 잡은 것과 같았다. 하지만 그의 은둔 생활은 순수하지 않았다. 그가 도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27년 동안 다른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는 상태를 고집스럽게 지속했다. 어쩌면 크리스토퍼 나이트야말로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은자’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pp.65~66)

하지만 나이트는 다른 사람들의 것을 좀도둑질하지 않고는 고독하게 살 수 없었던 명백한 도둑이었다. 내가 속한 직종 안에서 내가 죄인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우리 둘 다 아주 높은 이상을 성취하기 위해 분투했지만 실패했다는 —유대감이 생겨날 수도 있었다. (pp.68~69)

그는 모든 사람들이 정말로 자신을 ‘은둔자’라고 부르는지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말해줬다. (……)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이해는 합니다. 뭔가 정확해요. ‘은둔자’는 정말이지 딱 들어맞으니까요. 어쨌든 내가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네요.” (……) 언론 매체는 실제로 살아 있는 은둔자를 보기 위해 떠들어대는 게 분명해 보였으므로 나이트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길러서 언론이 상상하는 캐릭터를 제공했다. (p.87)

‘천하무적 젊음’이라는 축복을 누리며, 윙윙 소리를 내는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며. 그러다 어떤 생각이 점점 커지더니 ‘깨달음’이 되고, ‘단호한 결심’으로 굳어졌다. 살아온 날들을 통틀어 그는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편했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때마다 좌절감을 느꼈다. 타인과의 만남은 전부 충돌처럼 보였다. (……) 그는 자동차로 갈 수 있는 만큼 가능한 한 멀리 야생으로 들어갔다. (……) 어디로 갈지 모르는 채로, 마음속으로 특별히 생각해둔 장소도 없이 그는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크리스는 완전히 떠났다. (pp.120~122)

크리스 나이트는 위대한 선험론자를 이렇게 평가했다. “소로는 딜레탕트였어요.” 어쩌면 그랬을 수도 있다. 소로는 1845년부터 2년 2개월 동안 매사추세츠 주 월든호수에 있는 오두막에서 지냈다. 하지만 콩코드라는 도시에서 사람들과 어울렸고 자주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했다. 그는 “내 인생에서 다른 어떤 때보다 숲에 사는 동안 방문객들이 많았다”고 했다. 월든의 오두막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한 손님이 스무 명인 적도 있었다. 나이트는 숲에서 살았지만 자신을 은둔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자신은 어떤 사람이라고 꼬리표를 붙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소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는 특정 표현을 사용했다. 나이트는 소로가 ‘진정한 은둔자’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소로의 가장 큰 죄는 『월든』을 출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이트는 책을 쓰는 것, 생각을 상품으로 포장하는 것은 진정한 은둔자가 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파티를 열거나 도시에서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것 역시 그러했다. 이런 행동들은 바깥쪽으로, 즉 사회를 향해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하나같이 “나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는 것이다. (pp.128~129)

붙잡히기 전까지 세계 최고 연승 기록인 1,000번의 무단 침입을 달성하려면 정확성, 참을성, 대담성, 그리고 운이 필요하다.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이해도 요구된다. (p.141)

나이트는 오직 자급자족하기 위해서 현대 세계에서 도망쳤다. 그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선택한 음식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노스 폰드 오두막 주인들이 선택한 음식을 나중에 훔친 것이다. (……) “살아남기 위해서 실행한 규율은 특정 음식을 갈망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그저 먹을 수 있기만 하면 됐습니다.” (pp.155~156)

나이트의 야영지 —고요함의 천연 오아시스 —는 뇌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이상적인 환경이었을 수 있다. 조용한 곳에서 사는 것과 야단법석의 한가운데서 생활하는 것 사이의 차이점을 검토한 연구들은 하나같이 동일한 결론에 이르렀다. 바로 소음과, 집중력을 방해하는 것은 유독하다는 것! (p.175)

밤이 깊어지면 야영지를 떠나 걸었다. 별안간 숲이 끝나고 호수의 물이 앞으로 천천히 흔들릴 때까지. 그는 훌훌 벗고 물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온종일 태양열에 달궈진 터라 호수 윗물은 따뜻한 목욕물 같았다. “물속에서 몸을 뻗고 누워 별을 바라봤어요.” (pp.176~178)

나이트는 자국을 남기지 않는 데 강박적일 정도로 집착했다. 4월에 봄이 와서 날이 풀릴 때까지 여섯 달 동안 그는 숲속 빈터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겨울 내내 야영지를 절대로 떠나지 않았다. (p.182)

나이트는 야영지 근처에 ‘상부 은닉처’라는 것을 만들어뒀다. 양철 쓰레기통 두 개, 플라스틱 상자 한 개를 땅에 묻어놓은 곳인데, 잔가지와 나뭇잎으로 하도 위장을 잘해놔서 바로 위를 걸어도 절대로 알 수 없게끔 해두었다. 안에는 누군가가 야영지를 발견하면 즉시 그곳을 버리고 새로 시작할 수 있을 만큼의 캠핑 장비와 겨울옷이 들어 있었다. 고립을 위한 그의 헌신은 절대적이었다. (p.186)

나이트는 자신이 세상에 얼마 안 남은 제정신인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라고 믿은 듯하다. 그는 돈을 받은 대가로 온종일 좁은 방 안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인생의 전성기를 보내는 것은 용인되지만, 숲속 텐트 안에서 느긋하게 쉬는 것은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다고 보는 생각에 당혹스러워했다. 나무를 관찰하는 것은 게으르고 나태하지만, 나무를 베어버리는 것은 진취적이었다. 나이트는 살기 위해서 뭘 했나? 그는 살기 위해서 살았다.
나이트는 자신의 도피가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p.198)

나이트의 행동은 소로와 비슷했다. 사실 나이트가 소로를 경멸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두 사람이 지닌 유사성 때문일 수도 있다. 소로는 『월든』에서 “인생의 모든 골수를 깊숙이, 그리고 모조리 빼먹으며 살 수 있도록, 생활을 기본 요소들로 축소했다”고 말했다. (p.228)

역사 속에서 대부분의 은둔자, 특히 일반 대중 틈에서 살아가는 세속적인 은둔자들은 은둔한 상태에서 나이를 먹지 않았다. 세상을 떠나기 위해 경험과 지혜를 축적하면서 상당히 나이가 들 때까지 기다렸다. 나이트는 스무 살에 사라진 뒤 가르침을 다시 받은 적이 없었다. 조언을 구하려고 연장자에게 의지하지도 않았다. 그는 아주 작은 자신만의 왕국의 왕이자 문지기였다. (p.230)

나이트는 사계절과 바람의 향기에 대해서는 전문가이지만 다른 인간에 대해서는 정말로 문외한이었다. (……) 그에게 유일하고도 진정한 관계는 오직 숲과의 관계뿐이었다. 나이트는 스스로 일반적인 범죄자인 동시에 니체 철학의 초인이라고 여겼다. 다른 누구의 규칙에도 복종하지 않고 인생의 무미건조함을 초월할 수 있는 자기수양의 달인. 그는 나에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그에 대한 답례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p.259)

감옥에서 7년을 보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연으로 사라지는 게 불가능해지자, 나이트는 세상에 녹아들어 없어지기를 바랐다. (p.261)

그가 해야 할 일은 오로지 야영지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 “내가 미쳤나요?” 나이트는 나를 쳐다보며 정말로 아주 찰나의 순간 눈을 마주쳤다. 나는 그의 눈에서 슬픔을 읽을 수 있었다. (……) 어쩌면 진정한 은둔자와 끈끈한 관계를 맺는 최선의 방법은 한동안 그를 혼자 두는 것일지도 몰랐다. (p.277)

그때 ‘숲의 여인’이 나타났다. ‘죽음의 신’이었다. (……) 나이트는 스스로 대단히 난감한 덫에 걸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야영지로 돌아가 자유를 찾게 되면 감금될 터였다. 그는 ‘안도감을 느끼고 껴안고 받아들이기’를 열망했다. (……) 나이트에게 그 야영지는 제자리에 있다는 소속감을 느끼게 해준 지구상 유일한 장소였다. (pp.278~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