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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이론으로 본 시장경제 (살림지식총서 588)
김진식 지음 | 2020년 3월 16일
브랜드 : 살림지식총서
쪽수 : 140 쪽
가격 : 6,800
책크기 : 120*190
ISBN : 978-89-522-4185-6-0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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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풍요는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가?
무엇이 아이들을 죽음의 경쟁으로 내모는가?
현대인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 르네 지라르
‘한국의 지라르디앵’ 김진식의 시장경제 비판과 대안

20세기 말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 신자유주의가 열어젖힌 고도자본주의 사회는 전례 없는 물질적 풍요를 인류에게 안겨주었는데, 왜 우리는 이전보다 행복하지 못한가? 풍요로운 사회에서 왜 우리의 청소년들은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죽음에서 도피처를 찾는가?
일찍이 르네 지라르(René Girard, 1923~2015)는 『폭력과 성스러움』과 『희생양』에서 “우리의 욕망은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여 생겨난다”고 갈파했다. 서로가 서로를 모방하는 ‘이중모방’의 갈등으로부터 시기와 선망, 질투와 원한이라는 ‘짝패 갈등’이 나오고, 이로부터 원초적인 폭력에 이어 공동체가 붕괴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 지라르디앵(Girardien: 지라르 연구자)인 저자 김진식 교수는 장-피에르 뒤퓌와 폴 뒤무셸의 『사물의 지옥』에 녹아 있는 지라르의 ‘모방이론’을 도구 삼아, 시장경제와 신자유주의가 개인의 삶과 인간들 간의 관계를 피폐하게 만드는 원리를 규명해낸다. 이들에 따르면 기존 경제학은 사물(재화)의 희소성을 전제로 하여, 경쟁을 피할 수 없으며 평화조차 경쟁을 통해서만 유지할 수 있다. 이른바 ‘선망의 경제’다. 선망의 경제, 즉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경제에서 수요란 희소성이 아니라 우리의 욕망이며, 우리의 욕망은 타인의 욕망을 모방한 결과다. 수요=욕망을 좇는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경제인)들의 사회는 결코 행복할 수도 평화로울 수도 없다고 지라르디앵들은 주장한다.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청소년들의 잇따른 자살이라는 암울한 사회상의 밑바탕에는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경제가 문화에 봉사하게 하라.”
‘다른 경제’의 모색

희소성과 욕망, 경쟁과 타인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 이전에, ‘선물(증여)과 교환’에 바탕을 둔 ‘화해의 공동체 경제’가 있었음을 마르셀 모스 등 인류학자들은 발견했다. ‘우정과 환대’ ‘좋은 상호성의 선순환’을 불러일으키는 ‘미리 주기(Pay it forward)’ 운동, 효용(유용성) 지상의 공리주의 경제에 반대하는 사회과학운동(MAUSS),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에 과세함으로써 시민을 돕는 ‘아탁(ATTAC)’ 등의 운동에서 책은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다른 경제’의 가능성을 엿본다.
탈출구는 인간 의식과 사고의 총체인 ‘문화’에 있다. 문화가 경제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가 문화에 봉사하게 하라!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대체할 호모 에티쿠스(homo ethicus: 윤리적 인간)과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haticus: 공감의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은 당장의 교실의 파국을 막고 더 인간적인 인간들이 화해하며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니까.
저자가 책을 쓰게 된 문제의식 중의 하나는 ‘왜 우리 아이들은 경쟁 끝의 죽음으로 내몰리는가?’였다. 그는 ‘다른 경제’ 아이디어가 교육 현장에 실효를 거두는 보기로서 이스라엘 유대인의 전통적 학습기관인 ‘예시바’ 그리고 협동을 강조하는 핀란드 교육 현장에 주목한다. 결론적으로 책에서 제시하는 대안 문화는 ‘좋은 상호성이 순환하는 사회’ ‘지배의 권력에서 창조의 권력’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도대체 실현할 수 있기는 한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반문한다.
“실현 가능성이 무르익은 것을 제안하는 것이 인류역사상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된 적이 있었던가? 가능한 것만 꿈꾸는 것을 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106쪽)”
서문

제1장 사물의 지옥

제2장 ‘다른 경제’를 위하여

제3장 경쟁에서 협력으로

제4장 나가면서



참고문헌
우리는 욕망이 항상 어떤 대상과 연관되어 있다고 쉽게 생각해왔지만 지라르의 모방이론과 ‘거울뉴런’을 통해서 우리 욕망은 처음부터 어떤 대상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중략) 우리 욕망의 시원(始原)에는 대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타인이 있었다. 타인의 욕망을 보고 그 욕망을 모방하면서 타인 욕망의 대상을 우리 욕망의 대상이라고 ‘관념적으로’ 여기고는, 처음부터 우리가 그 대상을 욕망한 것이라고 오인하는 것이다. _「서문」, 7~8쪽

경제는 이기심・선망・탐욕・허영을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음으로써 모든 경쟁 관계와 잠재적 폭력을 마치 사회 내부의 평화를 위한 수단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혼란의 도발자가 질서의 대리인으로 변신하는 형국이다. (중략) 사회 구성체의 조화를 보장하는 것은 다름 아닌 개인 사이의 불화가 된다. 경제사상은 이렇듯 어떤 사건의 개인적 결과와 사회적 결과를 분리하고 대립시키고 있다. (장-피에르 뒤퓌 인용) _제1장 「사물의 지옥」, 16쪽

재화의 희소성이 왜 모방적 욕망의 산물인지를 더 깊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희소성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정확히 말해서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수요는 바로 우리의 욕망이다. 모방이론에 따르면 우리 욕망은 대상이 촉발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을 모방함으로써 생겨난다. 이때 타인의 욕망을 우리는 주변 정황으로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보면 주변의 정황에 따라 우리 욕망의 크기도 변하고 있는 셈이다. _제1장 「사물의 지옥」, 26쪽

우리는 대개 시장경제의 긍정적인 면을 볼 때와 똑같은 비중으로 시장경제의 부정적인 면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순간 우리는 지라르가 희생양 메커니즘을 논하면서 지적한 ‘인지불능’을 떠올리게 된다. _제1장 「사물의 지옥」, 35쪽

경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경쟁이야말로 사회발전의 동인이라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사회보다 경쟁이 왕성한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더 심각하다는 다음 지적은 경쟁이야말로 사회발전의 동인이라는 주장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_제2장 「다른 경제를 위하여」, 71쪽

경제학자들이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인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부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장애물들을 극복하기 위해 ‘효용성’의 명분으로 자신의 경쟁자들을 제거하였다.
그런데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제거한 경쟁자들은 ‘호모 에티쿠스(윤리적 인간)’ ‘호모 엠파티쿠스(공감의 인간)’와 같이 경쟁보다는 협력과 상호성을 높이 치는 인간인데 이들도 사실은 자신의 다른 부분일 뿐이다. 말하자면 개인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들을 제거하는 꼴이다. 그 결과 인간의 본성을 좁은 영역의 개인적 세계에 가두고 말았다. 이리하여 결국 본성을 효력이 없는 것으로 만듦으로써, ‘호모 에코노미쿠스’ 자신도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니엘 코엔 인용) _제4장 「나가면서」, 113~114쪽

“물질적인 것은 그 어떤 것도 정신을 충족시킬 수가 없다” 는 지라르의 지적을 깊이 새길 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외치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를 헛된 소망으로 이끌고 가서 경쟁으로 치닫게 하는 우리의 욕망 자체가 하나의 관념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_제4장 「나가면서」, 1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