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출판사가 출판한 책 현재 2,270  
살림출판사홈 > 살림의 책 > 분야별 도서
출가出家
| 2017년 11월 3일
브랜드 : 살림
쪽수 : 340 쪽
가격 : 13,000
책크기 : 128*196
ISBN : 978-89-522-3810-8-03820
• Home > 브랜드별 도서 > 살림
• Home > 분야별 도서 > 문학
『인생』 『허삼관 매혈기』를 뛰어넘는 최고의 가족 소설!
이토록 열심히 사는데 우리는 왜 더 고단하고, 가난해져만 가는가.
짙은 어둠 속 살아 숨 쉬는 가족애와 자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담다.
“문득 앞으로의 삶이 절망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더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토록 고생한 결과가 겨우 이거란 말인가.”

가장 팡취안의 아침은 그 누구보다 빠르다. 폐지를 줍는 노인이나 환경미화원조차 나오지 않은 새벽녘 거리로 우유를 들고 나선다. 우유 배달이 끝나면 신문을 돌리러 나선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침을 해 먹고, 아이들을 돌본다. 일을 두 개나 하지만 도시에서의 생활은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 그래서 가끔은 지인인 아훙 아저씨의 요청으로 절에서 공반 일도 한다. 수계는 받지 않았지만 머리를 밀고 승려인 척 불사에 참여해서 얻는 돈이 적지 않다. 오후에는 불법 삼륜차를 몰고 영업에 나선다. 그렇게 남들보다 배는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수중에 남은 돈이라고는 동전 몇 푼이 전부다. 새벽녘 길거리와 같이 어두운 인생은 한 걸음 앞조차 보이지 않는다.
팡취안의 지치고 고된 삶에서 버팀목은 오로지 가족뿐이다. 아니, 가족일 것이라 믿는다. 그 가족을 위해 그는 스님이 되고, 그 삶에 적응하면서 적성을 발견한다. 불경을 외면서 좌선하는 생활에 진심으로 빠져들면서 자신의 불안과 고뇌를 털고 자아를 찾는 경험까지 얻으며 ‘진짜 승려’가 되기 위해 출가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오로지 가족만을 알고, 가족을 위해서 선택한 길, 그 길에 끝에는 가족을 버려야 한다는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작품 속 팡취안이라는 인물은 현대인의 ‘또 다른 나’다. 그가 겪는 모든 과정은 대부분, 허무맹랑한 이야기 없이 지독히 사실적이며,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 녹아 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을 읽는 우리로 하여금 더 깊은 내면의 무언가를 찔린 듯한, 뜻 모를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새벽녘에 홀로 우는 그 조용한 슬픔에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지쳐만 가는 삶 속 인간의 가장 솔직한 내면을 찾아낸 날카로움으로
『인생』『허삼관 매혈기』를 뛰어넘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흙수저’라는 신조어가 있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나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자녀를 지칭하는 이 말은 ‘금수저’와는 전혀 상반되는 조금은 서글픈 개념이다.
여기, 모두가 잠든 도시에 일을 하러 나가는 흙수저 팡취안이 있다. 시골에서 태어나 자란 팡취안은 사촌 처형의 권유로 가족과 함께 도시로 온다.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지출이 더 클 수밖에 없는데 아이까지 늘어나니,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일자리를 늘려간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도 모이는 돈이 없어 허탈하지만, 그래도 허황된 꿈을 꾸지 않고 그저 가족과 행복하게 살길 바라며 성실하게 생활하는 그는 현대를 살아가는 보편적인 ‘나’다.
이렇게 평범한 가장 팡취안이 가욋돈을 벌기 위해 선택한 가짜 승려의 길은 새로운 ‘유혹’이 된다. 오로지 가족만을 위했던 그가 자신의 적성을 찾고,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찾으며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가족을 위한 길과 자아를 찾는 길, 절에 머무르며 내면의 평화를 얻었던 시간은 가장 큰 고뇌의 시간으로 바뀐다. 팡취안이라는 인물의 내면에서 가족애와 자아라는, 결코 대립할 것 같지 않은 가치가 양립하는 것이다.

담담한 문체 속에서 더욱 빛나는 속도감 있고 세밀한 구성.
이 책에는 위화의 작품처럼 ‘원래는 부유했지만 노름에 빠져 가난한 삶을 살게 된 남자의 굴곡진 인생사’도, ‘중국 현대사의 파란만장함과 함께한 주인공의 이야기’도 없다. 그저 완만한 언덕 같은 한 가장의 인생이 빈틈없이 흐른다.
그러나 그 부드러운 문장 속에는 우리네 인생을 관찰하는 날이 선 노련함이 보인다. 모진 풍파 없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고된 삶에 지친 현대인의 모습이나 희로애락의 짙은 뒤엉킴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현대판 『인생』으로 칭송받으며 ‘근 10년간 없었던 아주 특별한 소설’로 단숨에 중국 문학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날카로운 필체로 궁핍함에 쫓기는 우리의 생존 방식, 감정의 뒤엉킴, 현실의 어려움을 표면부터 본질까지 생생하게 묘사했다.
  -「인민일보」

『출가』를 보면서 『인생』과 『허삼관 매혈기』를 떠올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땐 두 작품보다 『출가』의 난이도가 더 높다. 『인생』은 파란만장한 시대적 배경을 기저에 깔고 있어 상대적으로 주인공의 운명을 굴곡지게 만들기가 쉽고, 『허삼관 매혈기』는 가난한 현실을 쉽게 희극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출가』의 주인공 팡취안의 현실은 두 작품 속의 모질거나 예리함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품고 있다.
또한 팡취안에겐 소설가가 글을 쓸 때 가장 쉽게 만지작거릴 수 있는 장치인 ‘전기성(傳奇性)’이 없다. 큰 뜻을 가진 작가는 반드시 ‘관성’에 저항하고 ‘적당하게’ 슬픔을 다루며 자신의 능력을 시험한다.
-작가 이저우(弋舟)

『출가』를 강력 추천한다. 서민 팡취안은 마치 등껍데기를 이고 다니는 달팽이처럼 우유와 신문을 배달하고 불법 삼륜차를 운전하며 열심히 살지만, 여전히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금, 범칙금, 동네 깡패의 치료비 같은 지출에 허덕이며 고단한 삶을 이어간다. 팡취안의 삶은 이미 중국 현대소설 속의 잊을 수 없는 인물, 예컨대 『아Q정전』이나 『낙타샹즈』 혹은 『허삼관 매혈기』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쑤저우(蘇州)일보
갑자기 외로워졌다. 나를 부끄럽게 하는 외로움이었다. 이 집에서 나 혼자 소외된 것처럼 느껴졌다. 이 느낌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순간 견딜 수 없어진 나는 문을 박차고 나왔다. 졌다.
- 44쪽

비록 많은 사람이 말렸지만 그를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만약 내가 봉변을 당했다면 크게 상관없었다. 나는 날마다 밖에서 그런 일을 밥 먹듯이 당한다. 그러나 내 가족은 다르다. 두 딸은 물론이고 아내까지 누가 우리 식구를 무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목숨 걸고 싸울 자신이 있었다. 나는 힘이라면 꽤나 쓰는 사람이다. 그 남자의 멱살을 다시 한번 힘껏 잡아당겼다.
바로 그때 딸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동생을 안고 가게 문 앞에 서서 겁에 질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 91~92쪽

나는 자전거를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둥먼암 법당이 있었다. 암자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내부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문 앞에 서니 그 문을 밀고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보살님을 만나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묻고 싶었다. 그러나 굳게 잠긴 문을 보니 보살님도 나를 만나기 싫다는 뜻으로 느껴졌다.
나는 암자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감싸 쥐었다. 문득 서러운 생각이 들어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한 번 울음이 터지니 걷잡을 수 없었다. 소리 내서 울수록 마음이 아파왔고, 그럴수록 울음소리는 커졌다.
-113~114 쪽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완전히 돌아간 것은 아니다. 주지가 되었을 때, 예전에 하던 일을 다 그만두었으니 이제는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봐야 한다. 비록 아내는 내게 집에서 푹 쉬고 나서 생각하라고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나는 바빠져야 했다.
- 294쪽

잠시 후 나는 힘껏 눈을 떴다. 내 눈은 마치 인간 세계에 떨어진 한 마리 짐승처럼 당황스러움과 욕망으로 가득 찼다. 잠시 머뭇거리던 야수는 땅을 딛고 도약해서 미친 듯이 질주했다. 마치 지구 표면에 붙어 있는 거대한 포물선처럼 고독하고도 미친 듯한 질주를 계속했다. 야수는 여러 도시를 뛰어넘고, 높은 산과 바다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모든 시공간을 뛰어넘었다. 결국 힘이 빠져 움직일 수 없게 된 야수는 거대한 포물선을 그리며 그 자리에 지쳐 쓰러졌다.
나는 그때 내 모습을 보았다. 둥먼암 앞에 놓인 차디찬 돌계단에 외롭게 앉아, 나와 또 하나의 내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 3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