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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 문은실 옮김 | 2019년 11월 14일
브랜드 : 살림문학
쪽수 : 496 쪽
가격 : 16,000
책크기 : 140 * 210
ISBN : 978-89-522-4159-7-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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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조조 모예스의 탄생!
『미 비포 유』의 장점을 다 갖췄고, 끝내주게 재밌다!”
-영국 코스모폴리탄

어느 시대나 로맨스는 필요했지만,
우리 시대에 어울리는 로맨스는 따로 있다.
딸기 맛 해열제처럼 다정한, 요즘 우리의 연애소설!
“이 소설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21세기 버전이다.”
- 선데이 익스프레스

『셰어하우스』는 2017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화제작으로서, “21세기 버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동시대성을 인정받았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밀레니얼 세대다. 어플리케이션으로 인연을 찾고, 유튜브 스타에 열광하며, 남들에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을 고수한다. 연애에서도 이전 세대의 로맨스 주인공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으며, 여성이 남성에게 의존하지도 않는다. 영국의 20대 작가가 쓴 이 로맨스 소설에 한국의 젊은 독자들이 쉽게 공감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집을 구해야 하는 여주인공, 월세를 받아야 하는 남주인공
미쳐 날뛰는 부동산 가격도 로맨스의 소재가 될 수 있을까?

런던에서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는 티피는, 남자 친구와 헤어져 새집을 알아보던 중 독특한 셰어하우스 광고를 발견한다. 야간에 일하는 간호사가 자신이 일하러 간 동안 자신의 아파트에 머물 사람을 구한다는 것이다. 이용 시간을 딱 정해놓고 같은 집을 둘이서 나눠 쓰자는 말인데, 런던 집값이 아무리 미쳤기로서니, 모르는 남자와 동거하는 건 아무래도 께름칙하기만 하다. 하지만 출판사 직원의 소득 수준으로는 런던에서 좋은 집 구하기가 애초에 불가능했다. 티피는 결국 리언이라는 이름의 남자 간호사와 시간차 동거를 감행하게 된다.

“어차피 마주칠 일도 없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동거였지만, 주방과 욕실, 심지어 침대까지 공유하는 마당에 아예 모르는 사이로 지내기는 힘든 노릇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할 말이 있을 때면 포스트잇에 메모를 적어 집 곳곳에 붙여놓게 되고, 셰어하우스는 속마음을 털어놓은 포스트잇으로 노랗게 물들어간다.

문제는 티피의 전 남자 친구가 자꾸 그녀의 일상으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이었다. 가는 곳마다 불쑥불쑥 나타나는 건 물론이고 주소를 알려준 적도 없는데 집 앞으로 선물을 보내놓기까지 한다. 티피는 예상치 못한 사건과 인연을 겪으며, 자신이 사랑이라 믿어왔던 것이 사실은 감정적인 학대에 불과했음을 깨달아간다.

데이트폭력을 다루는 최초의 연애소설
지긋지긋한 폭력에도 우리는 웃음을 잃지 않아

최근 페미니즘 소설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나, 그중 유머를 겸비한 소설을 찾긴 힘들다. 물론 차별과 폭력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벼운 일이랄 수는 없다. 하지만 대중에게 때로는 유쾌한 위로가 필요하지 않을까? 『셰어하우스』는 연인 간 폭력 문제까지 다룬다는 점에서 단순한 연애소설 이상의 성취를 보여주지만, 그러한 주제를 비장하지 않게 그려냈다는 점이 진정한 강점이다. 티피의 전 남자 친구 저스틴은 여성이 자신에게 의존하게 함으로써 상대에 대한 통제권을 쥐려고 하는데, 이는 최근 한국에서도 활발히 논의되는 가스라이팅의 전형이다.

“그놈은 너에게 독이었어. 어디로 어떻게 갈지 시키고, 그렇게 하고 나서도 너를 거기까지 데려다줬지. 왜냐하면 너 혼자서는 길을 찾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너한테 주입시키려고. 모든 다툼의 소지가 너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만들었어. 너에게 사과를 받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지. 너를 차버리고는 네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너를 다시 집어왔어. 네가 뚱뚱하고 이상하고, 너를 원할 사람은 없다고 했어.”
-본문 237쪽에서

저스틴은 티피와 헤어지고도 원치 않는 연락을 보내고 티피의 주소와 행선지를 뒷조사하는 등 데이트폭력을 일삼는다. 티피는 여느 피해자들이 그렇듯 그것이 폭력임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행착오를 겪으며, 결국 자신이 피해자라는 걸 인정하고 나서도 그를 뿌리치지 못해 괴로워한다. 하지만 『셰어하우스』는 이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비참한 피해자’의 모습만 보여주지는 않는다. 티피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친구들과 즐겁게 수다를 떨고, 새로운 인연에 설레어 실실 웃으며, 회사에서는 열심히 일하기도 한다.

웹소설을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형식
기존 소설의 문법마저 뛰어넘은 새로운 작품

진지한 주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다룬 이 소설의 장점은 형식에서도 드러난다. 작품 전반적으로 대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중간중간 마치 웹소설처럼 인물의 이름이 왼쪽에 표시되고 오른쪽에 바로 대사가 병기되고 있다.

나 :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나요? 선생님이 혹시 뛰어내리거나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존 : 여기엔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그가 솜사탕 가판대를 운영하는 남자에게 쾌활하게 손을 흔든다. 솜사탕 남자도 똑같이 쾌활하게 가운뎃손가락을 날렸다. 존이 킬킬거렸다.
존 : 그래, 가족 프로젝트란 게 뭐요? 내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손자라도 되나, 젊은이가?
티피: 우리의 친구분 때문에 왔어요. 프라이어 씨라고…?
-본문 264쪽에서

위와 같은 형식 덕분에 인물들의 대사는 시나리오나 희곡처럼 속도감이 붙고, 독자들은 제법 두꺼운 이 소설이 놀라울 정도로 빨리 읽히는 걸 경험할 수 있다. 가독성이 높은 덕분에 이 소설에는 티피와 리언 외에도 다양한 주변 인물들이 활동할 공간이 마련된다. 그리하여 독자는 소설의 주제의식을 직면하게 된다. 수많은 이가 얽히고 스쳐가는 한 사람의 삶에서 진정 건강한 관계는 무엇일까? 타인을 사랑할 때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또 무엇일까? 『셰어하우스』는 티피와 리언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하나의 답을 제시해준다.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공감으로 관계를 일구어나가는 것. 결국 이 소설은 만난 적 없는 룸메이트와의 긴장감 넘치는 로맨스로 시작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타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성찰할 여지를 남겨두며 마무리되는 것이다.
2월
4월
5월
7월
8월
9월
10월
2년 후 9월
재능 있는 데뷔작. 올리리의 소설은 수많은 웃음과 놀라움을 담고 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팬이라면 이 책에 열광할 것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

새로운 조조 모예스의 탄생! 『미 비포 유』의 장점을 다 갖췄고, 끝내주게 재밌다.
-「영국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UK))」

『셰어하우스』는 한 잔의 따뜻한 차 같은 소설이다. 독자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상처받은 이들에게는 약이 되어준다.
-「리파이너리29(Refinery29)」

『셰어하우스』는 팽팽한 대사와 매력적인 인물들을 보여주며, 시작부터 달달하고 유쾌한 로맨스를 풀어나간다.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 힘들 것이다. 우정과 사랑, 아픔 이후의 신뢰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 절대 끝나지 않기를 바랄 정도였다.
-매디 도슨, 작가

『셰어하우스』는 물론 연애소설이다. 당신을 전율케 하고 웃게 할, 티피와 리언의 로맨스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연애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틀어진 인간관계에 관한 현실적인 성찰을 담고 있기도 하다. 깊은 어둠에서 헤쳐 나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성찰하고 있는 것이다. 회복과 건강한 사랑에 대한 힘찬 시선이 이 소설에는 있다.
-「버슬(Bustle)」
나는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게 좋다. 그게 여기서 일해온 유일한 이유다. 런던에서의 생계유지비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으면서도 이 상황을 타개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이유. 그러니까, 진짜 돈을 만지는 출판사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 거티는 내가 야망이 없다고 자주 말하지만, 그건 뭘 모르는 소리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이다.
-본문 16쪽에서

3호 문을 두드리는데, 신경이 그야말로 직각으로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초조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었다. 공황에 가까운 기분이었다. 정말로 저지르는 건가? 웬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침대에 잘 생각을 하고 있다니! 정말로 저스틴의 아파트를 떠나서?
오, 세상에. 어쩌면 거티 말이 옳을지도 몰랐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짓이다. 정신이 혼미해진 순간에 저스틴의 집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했다. 크롬처럼 번쩍번쩍 빛나고, 온통 하얗고 안락한 아파트로 돌아가는 상상을. 그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지만 이런 상상은 의외로 별로 기분 좋지가 않았다. 아마 지난 목요일 밤 11시 무렵부터였을까? 저스틴의 아파트는 조금 달라져 보였다. 나도 마찬가지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본문 44쪽에서

몸을 돌리니 밝은 갈색 피부에 검은 머리, 이만큼 떨어져서 봐도 너덜너덜한 남색 유니폼을 입은 남자 간호사가 보였다. 빨래 건조대에 걸려 있던 리언의 유니폼과 많이 비슷했다. 찰나의 순간에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엉덩이에 달린 호출기를 확인하고는 반대편으로 뛰어갔다. 키가 컸다. 리언일까? 확실히 알아볼 만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그를 따라가려고 더 빨리 걸었다. 약간 숨이 차올랐고, 어쩐지 스토커가 된 기분이 들어서 속도를 줄였다.
-본문 145쪽에서

우리는 마주 보고 섰다.
“너한테 절대 그런 짓 안 해, 티피. 내가 너한테 얼마나 빠져 있는지 알잖아.”
“빠졌었지.”
“뭐?”
“과거형으로 말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를 보고 싶지 않은 이유가 실은 퍼트리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왜 그를 만나고 싶지 않은지 그 이유를 알 수도 없었다. 퍼트리샤가 아니라도 뭐든 이유가 될 수 있었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갑자기 뒤죽박죽이 되었다. 저스틴이 곁에 있으면 늘 이 모양이었다. 한껏 혼란스러워져서 생각의 기차를 놓쳐버리는 것이다.
-본문 189쪽에서

“그래도 우리는 한때 행복했던 것 같아.”
그게 왜 중요하게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가 나를 그따위로 취급하는데 왜 사귀었냐고 수군거리는 시선에 대한 반발 심리일까?
“물론이지. 특히 처음에는.”
모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아.”
내가 말했다.
“처음에는.”
-본문 238쪽에서

“너와는 어디도 갈 생각 없어, 저스틴.”
나는 깊게 떨리는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리고 너와 결혼하고 싶지도 않아. 나는 네가 나를 귀찮게 굴지 말고 내버려두기를 원해.”
이 말을 하는 상상을 아주 많이, 수도 없이 했다. 상처받은 얼굴을 하거나, 충격을 받아 뒷걸음질을 치거나, 손으로 입을 막는 그를 상상 속에서 늘 그려왔다. 울면서 나를 더 가까이 끌어당길 것이라고 상상했다. 완력으로 나를 붙잡고 놔주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웠다.
하지만 그는 그저 황당해했다. 짜증난 얼굴. 열이 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제까지 내가 자기를 심하게 오해하게 했으며, 모든 게 다 부당하다는 듯이.
-본문 405쪽에서

어쩌면 여전히 그녀를 구해낼 수도 있을지 모른다. 청혼을 승낙했다고 해서 그녀가 반드시 결혼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주시하는데 싫다고 말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밀려드는 위험한 희망을 느끼고는 있는 힘을 다해 그 희망을 잠재운다. 구원은 남이 대신해줄 수 없다. 자신을 구할 사람은 자신뿐임을 상기한다. 남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은 당사자가 준비가 되었을 때 옆에서 도와주는 것뿐이다.
-본문 419쪽에서

나는 메모를 그의 코밑에 흔들며 요지를 일깨워주었다. 그러고는 메모지를 그의 셔츠 주머니에 끼워 넣었다. 그가 나를 끌어당겨 머리에 입을 맞췄다. 한쪽 입꼬리가 내려간 미소를 지으며. 이 모든 것이 너무도 좋았다. 도저히 가질 수 없는 걸 손에 넣은 것처럼, 우리가 너무 많은 행복을 차지해버려서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갈 행복이 모자라게 됐다는 듯이.
-본문 494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