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계 하일성이라 불러주세요"

'컴퓨터 하는 사람'이라는 직업 명을 버젓이 명함에 박아 가지고 다니는 남자, 대한민국 소호(SOHO) 1호라는 별명을 달고 다니는 남자, 진짜 소호로 꽤 짭짤하게 성공한 남자. 최근 <대한민국 소호 1호 곽동수의 SOHO 창업>(살림)이란 책을 펴낸 곽동수(35) 씨가 그이다. 소호 경영 철학론이 담긴 이 책은 곽씨 자신의 소호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도대체 곽씨는 어떤 아이템으로 연봉 1억을 올리는 소호 창업에 성공했나? "엄청난 아이템이 따로 있었던 게 아닙니다. 89년 처음 XT 컴퓨터를 산 이후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들을 평가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컴퓨터를 쉽게 쓸 수 있도록 하나 고민하다 보니 컴퓨터를 잘 쓰게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더라고요. 그런 나를 상품화한 거지요." 현재 방송 컴퓨터 프로그램 진행자, 컴퓨터 소프트웨어 해설가, 컴퓨터 강좌 강사 등으로 활약하는 곽씨는 자신이 `컴퓨터계의 하일성`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어렵고 딱딱한 컴퓨터를 친근하게 느끼게 해 주는 컴퓨터 해설가라는 신종 직업인 셈이다. 이런 소호 창업을 그는 "일반적으로 창업은 새 옷을 사는 것과 같다. 하지만 소호 창업은 있는 옷을 정리해 깔끔하게 입는 것과 같다"고 풀이한다. 그가 책에서 `인터넷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 `자신에 대해 잘 알 것` , `일확천금을 노리지 말 것` 등으로 나열하는 얼핏 평범해 보이는 소호 족 되기 기본 수칙들은 일단 경험에서 나온 것들이어서 힘이 있다. 전화 대신 핸드폰, 비서 대신 호출기, 팩스 대신 전자우편, 사무실 주소 대신 인터넷 홈페이지가 등장한 지금이야말로 소호 족이 기반을 넓혀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그는 판단한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 4동의 집이자 사무실인 그의 아파트에는 모두 5대의 컴퓨터와 2대의 프린터가 있다. 사무실 운영비를 따로 물 필요가 없는 그는 그 돈을 컴퓨터 기기와 소프트웨어 구입에 투자했다. 그는 이 책의 전문을 출판과 함께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www.savin.net)에 올리는 모험도 강행했다.
---한겨레신문 김미경기자 1998년 6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