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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연 (Red Moon Club )
야나기 코지 지음 | 2012년 11월 5일
브랜드 : 살림문학
쪽수 : 432 쪽
가격 : 12,000
책크기 : 128*187
ISBN : 978-89-522-1957-2-0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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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가 탐정이었다고?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지적 미스터리!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조커게임』시리즈의 작가
야나기 코지의 본격 미스터리 작품!
플라톤의 『향연』, 미스터리로 재탄생하다
언어의 마술사, 야나기 코지가 내놓은 본격 미스터리!

플라톤의 『향연』이 2,4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베일에 싸인 소크라테스의 사상과 죽음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는 소크라테스의 죽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왜 소크라테스가 법정에 서게 되었는가?’, ‘왜 그는 사형당해야만 했는가?’ 등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이렇게 오랜 시간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는 것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비밀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스스로 철학적인 글을 쓰지 않았으며, 그의 생애와 사상이 플라톤과 크세노폰 등 당대 다른 사람들의 기록을 통해서만 전해지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플라톤의 저서 『국가』『소크라테스의 변명』『향연』『파이돈』『크리톤』『프로타고라스』 등에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플라톤이 소크라테스를 주인공으로 한 저서를 이처럼 많이 남긴 이유는 소크라테스를 통해 맹목적인 삶보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비교적 상류계급에서 태어난 플라톤은 그러한 배경을 가진 젊은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한때 정치에 뜻을 두었지만, 그가 믿고 따르던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정치적인 배경이 있음을 알고 정치에 회의를 품게 되었다. 실제로 소크라테스가 활동하던 시기는 아테네가 두 차례에 걸친 스파르타와의 전쟁을 치른 이후였다. 전쟁의 패배는 아테네 내부의 혼란으로 이어져, 도시 환경은 열악해졌고 사람들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 현안을 비판하고 나선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민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었고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타의’가 아닌 ‘자의’였다는 시각에서 재조명한 작가가 있다. ‘미스터리 팩션 작가’ 야나기 코지다. 그는 플라톤의『향연』을 바탕으로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대해 새롭게 해석한다. 그리고 학문적으로 쌍벽을 이루는 동시에 앙숙이었던 소크라테스학파와 피타고라스학파의 관계가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고 말한다. 세상에 대한 본질을 숫자로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고 믿고 밤낮으로 숫자 연구에 전념했던 피타고라스는 50세가 넘은 나이에 크로톤에 있는 밀로의 도움을 받아 종교단체 겸 학술단체인 피타고라스학파를 만들어 종교부흥 운동과 학문을 결합시켰다. 학문, 종교, 정치 활동을 하는 비밀결사단체로 영혼 불멸과 윤회사상을 믿었지만 비밀성과 배타성이 강한 정치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피타고라스학파 학교는 불태워지고 많은 제자들은 죽임을 당하게 된다. 이에 반해 소크라테스는 거리의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철학적 대화를 했다. 그는 확정된 진리를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청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대화를 했으며, 이를 통하여 청자가 스스로 무지를 깨닫게 했다.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깨달음을 이끌어내는 소크라테스를 추종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자 또 하나의 종교가 생겨났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학문을 했던 두 사람, 그리고 아테네의 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슬픈 운명을 지닌 그들. 하지만 야나기 코지의 『향연』에서 그들은 아테네를 사랑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진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크라테스 탐정의 흥미진진한 두뇌 게임!
수수께끼로 가득한 세계,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진실!

기원전 5세기. 펠로폰네소스 국가들과의 지루한 전쟁을 끝낸 후 평화가 찾아온 아테네에 또다시 먹구름이 덮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참혹한 연쇄 살인사건이 잇달아 발생한 것. 소크라테스는 아가톤의 연극 시연회에 초대를 받아 가던 길에 친구 크리톤에게 아테네 광장에서 발생한 기이한 살인사건에 대해 듣게 된다. 수많은 사람이 모인 광장에서 느닷없이 한 사람이 죽었으나 목격자도, 범인도 없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로고스’로 첫 번째 살인사건의 원인을 명쾌하게 밝혀내지만 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탐정’ 소크라테스는 살인사건의 ‘원인’을 추리해내긴 하지만 ‘범인’을 잡지는 못한다. 이어 피비린내 나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체를 둘러싸고 아테네인들은 술렁이기 시작하고, 시민들은 이 비극의 원흉이 바로 피타고라스학파라고 몰아붙인다. 그러던 어느 날,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쫓고 있는 검은 그림자와 이 살인사건을 쫓고 있는 또 다른 정체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되는데…….

미스터리 팩션 마니아들이 기다려온 새로운 형태의 지적 미스터리!

아사히신문 신인문학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등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대중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야나기 코지. 야나기 코지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픽션과 논픽션을 결합시켜 미스터리를 탄생시키는 ‘미스터리 팩션 작가’로 이미 국내외에 정평이 나 있다. 특히 고전 문학에서 영감을 얻거나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을 소재로 본격 미스터리를 만들어 내는 솜씨가 빼어나 미스터리 팩션 장르에서는 ‘언어의 마술사’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국내에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모티브로 한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 『산월기』(중국의 『인호전』을 번안한 일본소설)을 밑바탕으로 한 『호랑이와 나』, 『시튼의 동물기』에 착안한 『시튼 탐정 동물기』를 발표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에 그가 모티브로 삼은 고전은 플라톤의 『향연』이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던 플라톤은 『향연』을 통해서 스승의 사상과 생애를 보여 주었다. 사실 소크라테스는 수많은 일화에 등장하고 철학사에서도 중요한 사람이지만, 역사적인 사실에서는 베일에 싸여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로 인해서 야나기 코지는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또한 야나기 코지는 이번 신작에서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곡 「구름」을 인용하여 문학적 상상력까지 더했다. 그 외 작품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고대 그리스의 정치?문화?철학 사상을 담은 방대한 단편은 묵직한 역사적 무게감을 덜어주고 있으며,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긴장감과 빠른 속도감을 유지하며 전개된다. 역사적 인물로만 박제되어 있던 소크라테스와 크리톤, 그리고 악처 크산티페 등을 생생한 캐릭터로 다시 만난다는 것도 작품의 재미와 몰입도를 한층 높여 주는 요소이다.
혹시나『향연』이라는 책 이름만 듣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야나기 코지의 『향연』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탐정이 되어, 아테네 광장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폭발적 상상력과 탄탄한 구성으로 창조해낸 본격 미스터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누구나 소크라테스의 새로운 캐릭터를 발견할 것이고, 그의 죽음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 차례

프로로고스(Prologos)

제1장
1. 크리톤의 독백
2. 아고라에 까마귀가 넘치다: 최초의 소동
3. 추리와 그 한계
4. 아테네 혹은 소크라테스의 편력

제2장
1. 손님들, 연회에 모이다
2. 참석자들
3. 피타고라스 교단
4. 호문쿨루스 제조법
단편 (1)

제3장
1. 라케스 장군의 귀환
2. 대낮의 죽음
3. 독콩 재판
4. 날이 밝고 축제가 끝나다
단편 (2)

제4장
1. 토막 난 시체
2. 신성하고 완전한 십(十)
3. 강자(强者)의 주장
4. 여인네들
단편 (3)

제5장
1. 누구냐?
2. 성스러운 말
3. 상징적인 사건
4. 신을 모독하다
단편 (4)

제6장
1. 변신
2. 광란
3. 협박
4. 시켈리아 원정이 결의되다
단편 (5)

제7장
1. 뮤리네
2. 마법의 투구
3. 무한
4. 디오니소스의 신녀(信女)
단편 (6)

제8장
1. 또다시 시체가!
2. 불꽃
3. 암호의 비밀이 밝혀지다
4. 악마
단편(7)

제9장
1. 산 자의 사정
2. 미스터리
3. 예기치 못한 증언
4. 죽은 자의 사정

제10장
1. 크리톤의 고발
2. 소크라테스의 고발
3. 콩을 선택하다
4. 소크라테스의 변명

역자후기
“음.” 나는 신음을 내면서 남은 한 가지 의문을 입에 올렸다.
“하지만 밀랍은 어떻게 녹였지?”
“어이, 어이. 나는 또 자네가 벌써 눈치챈 줄 알았더니, 그래서 따로 설명하지 않았는데. 우선 자네는 약재장수가 어떤 물건을 늘어놓았는지 두 눈으로 보았지 않은가.”
그 말을 듣고 나는 다시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말린 약초에 향기가 진한 약수, 이오니아 바다에서 잡은 신기한 조개껍데기와 게, 새우 껍질, 그리고 트라키아*산인 듯한 휘석輝石이나 투명한 수정옥, 그리고.
수정옥?
그때 어떤 일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나지막이 탄성을 내질렀다. 일전에 소크라테스는 우리 눈앞에서 한 가지 실험을 해 보였다. 수정옥을 사용해 태양빛을 한 곳에 모으는 실험으로, 그날은 겨울 햇빛이 상당히 약했음에도 모아진 빛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눈부셨고, 또 마지막에는 열을 내면서 건조한 파피루스를 훨훨 태웠다. 그 수정옥이라면 가까이 가지 않아도 소송 게시판 표면에 바른 밀랍 정도는 쉽게 녹일 수 있었을 것이다 .
나는 그제야 소크라테스가 한 말 뜻을 이해했다.
가짜 약재장수.(-pp.38~39)


지금부터 30여 년 전 일이다. 피타고라스 교단의 지도자들이 모두 모여 마신을 불러내는 비밀 의식을 거행했다. 그런데 그들의 비밀 활동에 위기감을 느낀 현지 주민들이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 집회장 건물을 둘러싸고 불을 질러 버렸다. 현지 주민들은 불타는 건물에서 도망쳐 나오는 피타고라스 교도들을 잇달아 때려죽였고 두목이었던 자들은 대부분 살해당했다. 이 사건 때문에 피타고라스 교단은 사실상 붕괴했다. 가까스로 그 자리에서 도망친 자들도 있기는 했지만 그들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아마도 자기 자신조차 지켜 주지 못한 마신에게 만정이 떨어져서 교단을 떠나 버린 것이리라.
“이런 연유로 우리는 피타고라스 교단의 그림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지요. 그것이 어떤 수수께끼였다손 치더라도 이미 사라졌으니 말입니다.”
칼리클레스의 말에 우리는 왠지 속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pp.76)


의문투성이 시체를 바라보다가 문득 뇌리를 스친 것은 역시 ‘피타고라스’의 문자였다. 무엇보다 그자들은 호문쿨루스를 조종하고 인간의 신체를 갈기갈기 찢을 수 있지 않은가? 노의사 하나 때려죽이는 것쯤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피타고라스는 왜 에릭시마코스를 죽여야 했을까?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아는 아테네 시민 전체를 몰살할 작정인가? 만일 정말 그렇다면?
나는 순간 섬뜩해서 소크라테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내가 느끼는 공포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듯, 이미 시체로 밝혀진 에릭시마코스의 몸에 달라붙어 여기저기 살피고 있었다.(-pp.299~300)


“자, 잠깐만 소크라테스.” 그제야 나는 입을 열 수 있었다. 이전에 흘깃 보았던 소크라테스의 암호를 생각해 낸 것이다. 시켈리아 원정이 결정된 민회장에서 소크라테스가 가죽 가방에서 꺼낸 조각에는 분명 다음과 같이 알 수 없는 그리스 문자가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ΤΑΛΣΒΥΘΤ

(암호를 소크라테스의 말대로 원반 위의 문자를 하나씩 오른쪽으로 밀어서 같은 방식으로 낯익은 그리스어로 바꾼다고 한다면…….)

나는 그렇게 해서 머릿속으로 한 글자씩 바꾸어 보았다.

Σ Ω Κ Ρ……Α Τ Η……Σ……?

ΣΩΚΡΑΤΗΣ소크라테스!

“세상에! 이게 무슨!”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면 어젯밤 자네가 어둠 속에서 의문의 소녀에게 빼앗긴 그 가죽 가방에는 에릭시마코스 대신 자네 이름이 새겨진 도자기 조각이 들어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래, 그런 셈이지.” 소크라테스는 짐짓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pp.319~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