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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음식 과학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
이은희 지음 | 2015년 6월 30일
브랜드 : 살림Friends
쪽수 : 264 쪽
가격 : 12,000
책크기 : 152*225
ISBN : 978-89-522-3163-5-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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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 fs.hwp
한국과학창의재단_우수과학도서
유전학, 생물학, 의학… 이번엔 음식이다!
50만 독자가 사랑한 과학 작가, 하리하라 이은희의
바삭바삭 쫀득한 과학 교양서

하라는 요리는 안 하고 과학하는 하리하라 이은희의
혀가 호강하고 뇌가 섹시해지는 음식 과학의 세계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가정의 밥상을 책임지는 주부인 L씨’는 20여 년 동안 삼시 세끼를 요리하고 먹었지만, 먹는다는 행위에 대해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저 일 년 열두 달, 때 되면 먹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식재료를 삶고 끓이고 굽고 튀기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문득 떡국을 끓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래떡보다 쫀득하고 달콤한 인절미로 떡국을 끓이면 더 맛나지 않을까?’
물론 직접 끓여 보지 않아도 주부의 본능이자 혜안으로 알 수 있다. 인절미로 떡국을 끓였다가는 떡이 물에 풀어지는 바람에 설날 아침부터 끈적끈적하고 느른한 풀국을 먹게 될 거라는 걸. 하지만 왜 인절미는 느른하게 풀어지고 가래떡은 멀쩡한 걸까? 가래떡과 인절미의 차이는 어떤 과학적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공교롭게도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가정의 밥상을 책임지는 주부, L씨는 ‘하리하라’라는 필명으로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 1, 2』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 『하리하라의 청소년을 위한 의학 이야기』 등 여러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작가이자 50만 독자가 사랑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 저술가 중 한 명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호기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걷잡을 수 없어졌다. 잘 익은 과일은 왜 향기롭고 새콤달콤할까? 술을 마시면 왜 취하는 걸까? 몇몇 사람들이 우유나 밀가루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 조상들은 왜 정월 대보름에 부럼을 깨물었고, 삼복더위의 대표 보양식으로 개고기를 꼽았을까?
이번에 출간된 이은희 작가의 신작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은 부엌과 식탁에서 벌어지는 연쇄 호기심 반응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은희 작가는 음식과 요리, 명절과 전통 문화의 상관관계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그 속에 다양한 과학 원리와 인문학 상식이 숨어 있음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더 명확한 분석과 고찰을 위해 역사ㆍ경제ㆍ사회ㆍ윤리ㆍ인류학 등 다방면의 지식을 총동원했다. 덕분에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은 독자들의 지적(知的) 허기를 채워 줄, 퓨전 요리 같은 과학 교양서로 완성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왜, 어떻게’ 먹는가?
볼거리와 즐길 거리에서 알 거리와 배울 거리로 확장되는 먹거리의 가치
‘먹방’에서 ‘쿡방’을 넘어 ‘푸드 포르노’까지, 이제 음식과 요리의 가치는 단순한 먹거리를 벗어나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확장되었다. 덕분에 텔레비전ㆍ인터넷ㆍSNS 등 온 세상에는 음식에 대한 정보와 엔터테인먼트가 차고 넘친다. 하지만 화려한 색감, 깊은 향과 풍미, 다채로운 식재료, 마술 같은 조리 과정에 매혹되고 환호하는 동안 정작 우리는 먹는다는 행위의 가장 중요하고 궁극적인 목적, 즉 ‘무엇을, 왜, 어떻게’ 먹는가를 잃어버리고 있다.
먹는다는 행위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첫째로 동물이, 다른 생명체가 지닌 유기물과 무기물을 섭취해 자신의 몸과 그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바꾸는 일종의 화학적 자리바꿈이다. 바로 ‘생존’에 필요한 기초적인 양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는 육체적 양분뿐만 아니라 ‘즐거움’이라는 정신적 양분을 얻는 과정이다. 먹는 즐거움은 삶의 가치를 더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먹거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 그리고 이 먹거리를 보다 맛있고 즐겁고 건강하게 먹는 것은 ‘무엇을, 왜,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의 진정한 가치가 여기에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음식과 요리는 단순한 먹거리에서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변모했다. 이제 제대로 먹고 즐겁게 소화시킴으로써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과 요리의 가치를 ‘알 거리, 배울 거리’로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맛있고 아는 만큼 행복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의 실체를 확인하도록 도와준다.

우리의 부엌과 식탁이 풍성해지는 유익한 맛의 향연!
입맛 없는 일상에 지적 포만감을 선사하는 과학 만찬
‘분자 요리’는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요리 트렌드이며 국내에서는 최현석 셰프의 트레이드마크로 유명하다. 식재료의 성분과 질감에서부터 조리 과정 중 일어나는 물리적ㆍ화학적 변화를 ‘분자 수준’까지 분석하고 연구하여 이를 요리에 활용하는 것이다. ‘분자 요리학’은 조리(cooking), 음식 과학(food science), 조리 과학(science of cooking)이라는 세 가지 개념을 포함하는 학문인데, 그중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음식 과학’ 분야는 식재료의 맛ㆍ영양ㆍ효능ㆍ독성 등은 물론이고 기원과 역사ㆍ명칭의 어원ㆍ조리법ㆍ활용법 등 그 식재료에 대한 모든 특성을 다방면으로 탐구한다.
그렇다면 많은 요리사와 미식가가 식재료와 음식을 ‘분자 수준’까지 깊이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분자 요리는 조리 과정 중 잃어버리기 쉬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이끌어 내어 더 깊은 풍미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어떤 식재료와 음식의 특장점을 정확히 알 때 더 탁월한 요리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 또한 마찬가지다. 그저 씹고 삼키고 마심으로써 향과 맛과 식감을 느끼기만 하는 것은 일차원적인 즐거움에 불과하다. 음식과 식재료의 다양한 특성을 알고 먹을 때 우리가 잃어버렸던 ‘무엇을, 왜, 어떻게’ 먹는지에 대한 답을 얻고 더 만족스러운 요리와 식사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가래떡과 인절미의 차이는 각각의 재료가 되는 멥쌀과 찹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이 둘의 특성이 다른 것은 멥쌀 녹말과 찹쌀 녹말을 구성하는 성분의 차이 때문이다. 찹쌀 녹말은 아밀로펙틴으로만 구성된 반면 멥쌀 녹말은 아밀로펙틴과 아밀로오스가 약 7대3의 비율로 섞여 있는데, 아밀로펙틴의 분자 구조는 비교적 복잡해 호화 현상이 일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한번 호화 현상이 발생하면 분자 사이에 침투한 수분이 복잡한 구조에 갇혀 쉬이 마르지 못해 호화가 오래 유지된다. 그래서 아밀로펙틴으로만 구성된 찹쌀로 만든 인절미로 떡국을 끓이면 떡이 과도하게 수분을 흡수하여 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을 통해 이러한 과학 원리를 깨닫게 되었다면 앞으로 먹을 떡국과 인절미는 지금까지 먹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보다 ‘유익한 맛’을 음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종종 우유를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지고 심하면 설사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그저 체질상 우유와 맞지 않기 때문인 걸까? 사실 우유를 먹어도 멀쩡한 성인들이야말로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다. 우유에 포함된 유당을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락타아제 효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 락타아제 효소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는 성인이 되면 그 기능이 정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왜냐하면 성인이 젖을 먹고 클 일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약 1만 년 전부터 시작된 두 차례의 우유 혁명(우유를 다른 식품으로 가공하여 섭취하기, 우유를 ‘억지로’ 섭취함으로써 식량이 부족한 시대의 생존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의 번성)을 거치는 동안, 성인이 되어서도 락타아제를 생성하는 유전자가 활동하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성인이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반대로 우유를 즐기는 행위는 락타아제를 생성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졌음을 증명하는 셈이다.
이외에도 한국 최초의 ‘사이언티쿡스’를 자처하는 하리하라 이은희 작가는 새콤달콤하게 잘 익은 과일의 맛을 통해 과일이란 식물이 동물에게 ‘일부러’ 먹히기 좋은 상태로 생화학적 변화를 꾀하는 과정임을 밝힌다. 정월 대보름에 부럼을 깨물면서 질소고정법의 역사를 되짚고, 글루텐의 정체를 파헤침으로써 밀가루 음식이 ‘안 받는’ 사람들의 체질을 분석한다. 쌍둥이처럼 닮은 토마토와 감자 열매를 비교하면서 ‘포메이토’를 연상하고 더 나아가 미래에 닥칠지 모를 식량 위기를 고민한다.
우리는 삼시 세끼를 비롯해 후식, 간식, 야식으로 다양한 음식과 요리를 먹는다. 쌀을 안치고 떡국을 끓이고 삶은 감자를 으깨면서, 섞박지 김치를 씹고 닭다리를 뜯고 막걸리를 마시면서, 이 음식과 요리의 진짜 정체가 무언지, 어디서 기원했으며 우리 조상과 인류의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녀 왔는지, 각각의 명칭은 어떻게 얻었으며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맛과 가치로 변화할지를 상기한다면 우리의 부엌과 식탁은 한결 풍성해질 것이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요리하는 음식과 식재료들은 자연의 역사이자 인류의 문화이며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말

1월
설날과 떡국 -쌀과 포도당의 끈적한 관계
하리하라 레시피

2월
정월 대보름과 부럼 -현대인의 슈퍼 푸드, 견과
하리하라 레시피

3월
머슴날과 콩 음식 -콩이 선사하는 단백질 만찬
하리하라 레시피

4월
한식과 찬밥 -차가운 음식 속에 숨은 보전의 법칙
하리하라 레시피

5월
단오와 수리취떡 -식물의 화학무기, 알칼로이드
하리하라 레시피

6월
유두와 유두면 -글루텐 성분으로 밀가루 반죽과 밀당하기
하리하라 레시피

7월
삼복더위와 삼계탕 -무더위의 중심에서 보양식을 외치다
하리하라 레시피

8월
백중과 감자전 -감자가 구황식물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하리하라 레시피

9월
한가위와 햇과일 -번식을 위한 과일의 미션 임파서블
하리하라 레시피

10월
중양절과 국화주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술의 비밀
하리하라 레시피

11월
입동과 김치 -김치는 과학이다?
하리하라 레시피

12월
동지와 타락죽 -우유, 먹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리하라 레시피

참고문헌
우리가 요리 열풍에 빠진 까닭은 음식을 사이에 두고 주고받는 이야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풍성할수록 요리의 가치는 높아진다. 신화로 과학을 풀어냈던 하리하라 이은희가 이번에는 음식으로 과학을 엮어 냈다. 이 책은 당신이 만든 요리에 색다른 깊은 맛을 얹어 줄 것이다. - 이정모(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과학하고 앉아있네』 저자)

음식과 요리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져 이제 예능도 접수한 상태다. 하지만 전통 식품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고 과학적 접근 역시 미미하다. 전통 식품을 테마로 삼아 음식의 과학을 풀어내는 이 책이 반가운 이유다. 일 년 열두 달을 대표하는 음식과 바탕에 깔려 있는 과학을 음미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게 된다. - 강석기( 시리즈 저자)
아밀로펙틴으로만 구성된 반면 멥쌀은 아밀로오스가 10~3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멥쌀로 지은 밥은 찹쌀로 지은 찰밥에 비해 식으면 더 빨리 굳어진다. 보온 도시락이 없던 시절, 선조들이 먼 길을 떠날 때 일부러 찰밥을 지어서 가져갔던 이유는 아밀로펙틴 성분의 찰밥은 시간이 지나 밥이 식어도 덜 굳기 때문이었다. 찹쌀로 만든 인절미나 찰떡의 경우 호화 상태가 잘 유지되기 때문에 얼렸다가 녹여도 여전히 쫀득하고 부드러워 다시 찌지 않아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멥쌀로 만든 밥은 갓 지었을 때는 더없이 부드럽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아래쪽으로 물기가 배어 나오고 위쪽은 딱딱하게 굳어서 식감이 나빠진다.
이렇게 살펴보면 찹쌀이 멥쌀보다 더 좋은 쌀인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이 둘의 차이는 우열이 아니라 용도의 차이다. 일례로 떡국을 만드는 가래떡은 반드시 멥쌀로 만들어야 한다. 더 말랑말랑하고 더 쫄깃하다고 찹쌀로 가래떡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우리는 설날 아침에 떡국 대신 끈적거리고 느른한 풀국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pp. 26

콩은 인간의 도움 없이도 뿌리혹박테리아와의 사이좋은 공생 관계를 통해 질소를 풍부하게 공급받기 때문에 식물 중에서 가장 많은 단백질 함유량을 자랑한다. 어디서나 잘 자라는 콩은 고기를 충분히 먹을 수 없었던 가난한 이들에게 거의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콩은 콩일 뿐 고기는 아니었고, 사람들은 고기를 꿈꾸면서 콩을 먹었다. 하지만 고기가 풍부해진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콩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고기는 단백질뿐 아니라 지방과 콜레스테롤까지 다량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열량 과다 상태인 현대인들에게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제 우리는 콩을 ‘가난한 자의 고기’가 아니라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부른다. 인간은 이제야 콩이 지닌 영양학적 우수성을 제대로 인식한 셈이다.
-pp. 69~70

왜 하필 복날에 먹는 음식의 재료가 개인 걸까? 그 유래는 복(伏)이라는 글자가 품고 있다. 한자로 복(伏)은 ‘엎드리다, 숨다, 굴복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따르면 오행[火, 水, 木, 金, 土]의 기운 중 금(金)의 기운이 승한 계절은 가을이다. 그런데 삼복은 여름의 한가운데이므로 여름이 지닌 화(火) 기운에 눌려 금(金)은 기를 펴지 못하고 엎드려[伏] 있을 수밖에 없는 시기이다. 또한 십간 중에서 유독 경일을 복날로 지정한 것 역시 경(庚)이 오행 중 가을의 기운인 금(金)의 속성을 띤 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의 기운을 내포하는 경일이 더위를 물리치기에 가장 적합할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복날 개장국을 먹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에서이다. 복날에는 화극금(火克金)이라 하여 ‘불이 쇠를 녹일’ 정도로 여름철의 불 기운이 극에 달하기 때문에 체내에서도 금기(金氣)가 빠져나가 몸이 허해진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금의 기운을 보충해 주어야 더위를 먹지 않고 인체가 건강을 유지할 것이라 믿었다. 개는 방위상으로 금의 기운이 강한 서쪽에 해당하는 동물이다. 따라서 복날에는 금의 기운이 강한 개를 먹어서 인체에 부족한 금의 기운을 보충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렇듯 우리네 조상들은 먹거리 하나에도 깊은 의미를 담곤 했다.
-pp. 141~142

생태계 구조상 식물은 동물의 먹이가 된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동물의 탐식으로부터 벗어나고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화학물질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어 왔다. 단순히 쓴맛이 나는 물질처럼 약한 것에서부터 섭취한 동물을 죽음에 이르도록 만드는 강렬한 독까지, 식물이 만들어 내는 알칼로이드는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과일은 다르다.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향기와 입맛을 돋우는 새콤달콤한 맛, 수분을 충분히 함유한 과즙과 질기거나 딱딱하지 않아 씹기에 적당한 식감까지 모든 것이 ‘먹히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위가 바로 과일이다. 도대체 왜 식물은 스스로를 동물에게 먹이로 바치기 위해 이토록 애를 쓴 것일까?
식물에게 있어 동물은 자신을 먹어 치우는 포식자로, 가능하면 피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물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딜레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이동성이 없는 식물에게 동물은 때로 씨앗의 전파를 위해서 꼭 필요한 운반자 역할을 하곤 한다. 특정 식물의 씨앗들이 원래 있던 자리에 떨어지게 되면 토양 속 양분을 놓고 자기들끼리 경쟁해야 할 뿐 아니라, 이미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어미 식물의 그늘 아래에서 햇빛도 제대로 받기 어렵다. 따라서 식물은 씨앗들을 가능한 모체로부터 멀리 그리고 널리 퍼뜨리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진화시켜 왔다.
-pp. 184~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