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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대의절대사상004-존재와 시간 (e시대의 절대사상 004)
이기상 지음 | 2006년 1월 31일
브랜드 : 살림인문
쪽수 : 346 쪽
가격 : 9,900
책크기 : 사륙양장
ISBN : 89-522-0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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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책으로 평가받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
1부 시대`작가`사상
1장 하이데거 철학과의 만남
서양철학의 최고봉에 도전하다
하이데거가 내게 던진 물음들
하이데거의 철학사적 의미의 영향
과학의 족쇄로부터 삶을 해방시켜라

2장 하이데거와 20세기
문제가 있는 곳에 철학이 있다
이것이 바로 철학이다
하이데거의 삶과 사유의 여정

2부 『존재와 시간』: 존재를 둘러싼 거인들의 싸움
1장 존재의 의미와 존재물음의 필요성
2장 존재의 의미를 묻는 방법
3장 인간에 대한 새로운 규정
4장 과학, 일상, 실존의 세계
5장 세계 시간과 현존재의 시간성
6장 진리에 대한 새로운 해석
7장 의의와 영향

3부 관련서 및 연보
하이데거의 다른 저작들
더 읽어야 할 책들
하이데거 연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서
독일의 과학자 칼 프리드리히 폰 바이체커는 하이데거의 사상을 접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한 마디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이것이 철학이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서로 평가받는 『존재와 시간』은 어렵기로도 악명 높다. 하이데거가 자신의 독창적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용어를 새로 만들어 내거나, 전통적 용어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2500년의 서양 철학사를 해체하고 재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서양 철학에 대한 밑그림이 없이는 한 페이지도 넘기기 어렵다. 하이데거 철학의 권위자이자 의 회장이기도 한 이기상 교수는 『존재와 시간』의 난해한 개념들을 일상적인 우리말로 쉽게 설명하면서, 하이데거의 철학이 21세기에 더욱 유효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2500년의 서양 철학사에 의문을 던지다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을 다음과 같은 플라톤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당신들은 분명히 이미 오래 전부터, 당신들이 ‘존재하는[있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그 표현이 본디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도 전에는 그것을 이해하는 것으로 믿었는데 지금은 당혹스러움에 빠져 있다.”

플라톤 시대에도 ‘존재하다[있다]’라는 표현이 문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누구나 매일같이 사용하는 표현이기에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조금 깊이 속을 들여다보니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서 매우 당혹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존재와 시간』은 ‘존재’에 대한 전통 서양철학의 이해가 잘못됐다고 비판하며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려 시도한 책이다. 우리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 ‘그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어볼 수도 있고, ‘그것이 과연 있는가? 혹은 없는가?’라고 물어볼 수도 있다. 그런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절학자들은 ‘존재’나 ‘있음’을 문제 삼지 않고, 오직 그것이 ‘무엇’인가만을 논의해왔다. ‘있음’이나 ‘존재’는 너무나 자명한 것이어서 질문의 필요성마저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이데거는 이를 철학적인 독단이라고 공격하며 2500년 서양철학사를 ‘존재망각’의 역사라고 말한다. 인간마저 사물의 일부로 취급하는 존재망각의 역사가 인간의 소외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인간’ 대신 ‘현존재’를 사용하는 등 새로운 개념을 통해 전통 철학의 잘못된 범주들을 해체하고 재구성하고 있는 『존재와 시간』은 2500년의 서양 철학사를 새롭게 써낸 획기적인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삶을 과학의 논리로부터 해방시켜라
출간된 지 70년도 더 지난 󰡔존재와 시간󰡕을 아직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이데거의 위대함은 시대를 앞서가는 그의 통찰력에 있다. 그는 다가올 세기를 기술과 과학의 세기로 보았고, 그 기술과 과학이 인류에게 안겨줄 환희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앞서 느낀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기술과 과학을 움직이고 있는 인류역사의 ‘논리’가 무엇인지를 파헤치려고 노력했다. 그는 더 나아가 다가올 세기에 인류가 택해야 할 삶의 문법과 문화의 논리는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서 인류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심하였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하이데거는 기술과 과학의 토대가 서구의 형이상학임을 간파하고 그 형이상학이 간직하고 있는 일면적이고 일방적인 이성 중심의 ‘논리’를 비판하며 그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구명하려고 시도했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은 한마디로 삶의 문법을 과학의 논리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삶을 과학의 족쇄로부터 해방시켜 삶이 간직하고 있는 다양한 차원과 그 풍부한 논리를 되살리자는 것이 하이데거의 생각이다. 그는 책 제목이 시사하고 있듯이 ‘존재’와 ‘시간’의 관계에 주목한다. 그가 누차 강조하듯이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와’이다. 하이데거는 바로 ‘시간 속에서’ 형성하는 존재의 생기와 사건을 보았던 것이며 이 둘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사유하며 탐구하는 것이 변하지 않은 그의 유일한 관심사이다. 존재는 시간 속에서 주어지는 것이며, 그렇기에 유일하고 변하지 않는, 모든 시대와 문화권에 보편적으로 다 통용될 수 있는 그런 ‘존재’나 ‘존재의 논리’란 없다. 인간은 자신의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존재의 사건에 참여하여 거기서 존재의 부름에 자기 나름대로 응답할 뿐이다.

‘세계화’ 또한 ‘시간’ 속의 ‘존재’일 뿐이다
21세기는 세계화의 시대라고 한다. 하나뿐인 지구에서 하나의 인류가 하나의 세계를 이루며 지구촌의 시대를 살게 된다고 말한다. 이미 우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그야말로 하나의 세계 속에 살고 있다. 제1세계, 제2세계, 제3세계를 구별케 했던 이데올로기의 벽은 허물어져 가고 있고 기술과 과학으로 인해 가능해진 ‘하나의 세계, 하나의 지구’라는 보편적 인류의 이념에 모든 나라와 민족, 문화가 동참하려고 한다. 지금 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는 끈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이념과 기술과 과학에 의한 생산방식 그리고 자본주의 시장체제이다. 이 셋은 모두 유럽적인 근원을 갖고 있다. 그것을 한마디로 서구적 합리성의 전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 세계가 이러한 합리적인 유럽적 사유방식, 생활방식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세계화라는 허울 좋은 구호는 결국 서구화를 말하는 것이다. 사실 현대화는 곧 서구화였고 이제 그 서구화가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유일한 논리와 잣대로 구실하고 있음을 공인받으려고 하는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그러한 서구화의 논리인 합리성이 서구적 생활세계와 역사에 뿌리를 두고 그곳의 삶의 문법에서 형성되어 나온 ‘시간 속의’ 산물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특정한 시대와 역사를 통해 특정한 문화권에서 생성된 지역적인 ‘이성’을 너무 성급하게 모든 시대와 역사, 그리고 문화권에 통용될 수 있다는 보편문화의 논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세계화가 지구상의 모든 민족과 역사, 문화를 하나로 획일화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서구의 합리성을 재가하는 계기로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서구적 합리성으로 인해 지구파멸의 위험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대안적 문화논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역사와 문화권에서 일어난 ‘존재생기’의 사건에도 귀를 기울여 거기에서 형성된 ‘존재의 논리’도 탐구해서 다가올 세기를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이 다른 문화권에서 다른 역사적 전통 속에서 다르게 존재의 소리에 응답하며 살아온 우리에게 부과하고 있는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