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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대의절대문학009-프란츠 카프카 (e시대의 절대문학 009)
조정래 지음 | 2005년 8월 16일
브랜드 : 살림인문
쪽수 : 228 쪽
가격 : 7,900
책크기 : 사륙양장
ISBN : 89-522-0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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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나의 독자는 내가 선택한다
카프카의 작품 속 주인공은 타인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홀로 고독과 맞선다. 이는 작품 속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삶과도 어느 정도 닮아 있다.
1924년 6월 3일 카프카는 누구보다도 폐쇄적이고 그래서 더 고독했던 짧은 삶을 마감한다. 자신이 죽은 후 남긴 원고는 모조리 불태워버리라는 유언과 함께. 그러나 원고는 그의 영원한 친구 막스 브로트에 의해 출판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곁에서 우리 모두를 더 큰 고독으로 이끌고 있다. 가치 전도된 현실에선 삶의 순수성이 항상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정한 가치 추구의 여정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대인의 시시포스적 운명 속에서 카프카의 고독은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 된다.
1부 | 프란츠 카프카
1장 카프카 삶의 기록
영원한 이방인
카프카의 여자들
카프카와 성(性)

2장 카프카 작품의 현대적 의미
현대 예술과 카프카

3장 작품론
종말 또는 새로운 탄생-「변신」론
무죄인가 유죄인가-『심판』론
미로를 찾아서-『성』론



2부 | 리라이팅
변신
심판




3부 | 관련서 및 연보
프란츠 카프카 관련서
프란츠 카프카 연보
카프카 작품의 의미



카프카의 작품의 해석은 단순하지 않다. 그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마치 미궁 속을 헤매고 다니는 듯한 생각이 든다. 그의 문학의 매력은 이런 모순의 존재와 해석의 어려움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문학이 현대 문명이 낳은 인간 상실,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 있는 현대의 상황, 현대인의 불안감, 소외감, 거대한 악마적인 존재와의 대결에서 좌절하는 인간상 등을 그리고 있다.
카프카는 문학을 인간의 본질인 ‘진실을 추구하는 여정’으로 간주한다. 인간은 각자 자신의 내면에서 진실을 새롭게 생산해내려고 하지만, 현실에서 진실에 도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자살의 형태든 주변 세계와의 체념적인 타협이든 둘 중 하나의 해결이 주어지게 되어있다. 현실의 분열과 대립 현상이 너무도 고통스럽기에 카프카의 주인공들은 예술성과 인간성을 파괴하지 않고서는 계속해서 견디어낼 수 없는 것이다. 실존의 고통을 묘사해내는 과정은 동시에 구원에로의 동경을 내포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예술을 통한 구원은 달성되지 않는다. 우리가 예술을 통해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구원을 향한 진실하고 부단한 몸짓뿐이다. 이런 카프카의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의 모습과 닮아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삶을 통해 그의 작품에 다가서다



카프카의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의 인생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카프카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카프카의 삶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상당부분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그의 삶을 재구성하는 일도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다. 카프카는 유년기에 아버지와의 관계가 일반 가정의 부자관계와는 좀 달랐다. 일 때문에 바쁜 아버지를 만나기도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가끔 만나는 아버지는 그에게 너무 엄격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프카가 의지한 것은 글쓰기 그 자체였다. 아버지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글쓰기를 통해 해소한 것이다. 카프카는 노동자재해보험공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일했지만 그는 직업을 통해 오히려 관료 세계에 대한 회의와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다.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을수록 그는 더욱더 글쓰기에 매진하였다.
1912년 1월 3일자 일기에도 쓰고 있지만 글쓰기는 삶의 본질을 가장 윤택하게 해주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카프카는 글쓰기를 통해서 만족감을 얻고 있었다. 카프카의 글쓰기의 목표는 몽상적인 그의 내면세계 속에서 자유와 평화, 그리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복구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세계와의 화해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런 그에게 문학은 단순한 창작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은 이렇게 카프카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그의 작품을 작품 자체만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과 함께 바라보고 있다. 글쓰기가 카프카의 삶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 속에도 그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변신」 『심판』 『성』 속에 나타나는 카프카의 모습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30대 독신남이다. 직장이 적성에 맞지 않지만 경제적인 이유와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일한다. 근무시간 외에는 외출도 하지 않고 목공에 작업에 몰두한다. 카프카 역시 매일 밤 글쓰기 작업에 매달렸다. 여가 시간을 이용한 글쓰기는 카프카에게 유일하게 진실이 담긴 삶의 한 형태였다. 그레고르의 변신을 통해 그의 가족은 예전과는 달리 각각의 삶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아버지는 늙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활기찬 직장 생활을 다시 시작한다. 카프카의 아버지 역시 카프카의 눈에는 항상 강하고 힘센 모습으로 각인되었다. 훗날 성공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물려줄 튼튼한 아들을 원하는 아버지에게 사업 따위에는 관심 없고 글쓰기가 삶의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글쓰기에 매진하는 아들은 실망스러웠다. 아버지의 강압적인 자세와 끊임없는 책망은 카프카의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는다.
『심판』에서 주인공 요제프 K는 탈출구가 없어 보이는 설명이 불가능한 죄로 인해 고통 받는데 카프카 역시 어린시절 특별한 이유 없이 아버지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곤 했다. 또한 초등학교 때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그의 나쁜 행동을 학교 선생님께 이르겠다고 위협한 가정부도 있었다. 이런 카프카의 내적 상처는 영원히 자신의 죄를 모른 채 체포되어 결국 살해당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고스란히 각인되어 있다.
카프카는 직장 상사로부터 믿음직하고 업무 능력이 탁월한 직원으로 평가받았다. 이런 모습은 『성』에 등장하는 뷔르겔과 어느 정도 닮아있다. K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그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하려는 뷔르겔이 자신의 직무 수행과 관련하여 언급한 내용은 카프카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어떤 열망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카프카는 이 작품을 집필하기 10년 전쯤 자신의 사무실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런 작가의 경험과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서 카프카의 작품들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카프카의 삶을 이해하면 그의 작품에 좀더 쉽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