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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나스 평전 (살림클래식 003)
마리 안느 레스쿠레(Mari-Anne Lescourret) 지음 | 변광배, 김모세 옮김 | 2006년 6월 30일
브랜드 : 살림인문
쪽수 : 592 쪽
가격 : 25,000
책크기 : 신국판(153*225)
ISBN : 89-522-0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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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변방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난 레비나스는 유대인의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자행된 박해로 가족 대부분을 잃었고, 포로수용소에서 인생을 바꾼 경험을 했으며, 이방인으로 남을 것이냐 프랑스에 동화될 것이냐를 두고 고민한 디아스포라의 유대인. 그의 철학에서 느껴지는 잔잔하면서도 진한 고통은 여기에서 연유한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자기만의 고통이 아니라 유대인 전체의 고통, 나아가 인류 보편의 고통으로 여겼다. 고아와 과부에게서 드러나는 ‘타인의 얼굴’과 직면했을 때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사유의 공통성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한 ‘타자의 윤리학’―“사랑의 지혜를 가지고 있지 않은 불완전한 존재로부터의 해방”―은 바로 이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그의 오랜 성찰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레비나스 탄생 100주년에 맞춰 국내 최초로 출간된 레비나스 평전이다. 이 책은 어려운 그의 사상을 그의 삶을 통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여, 지금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윤리가 무엇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머리말
1장 참을성의 학교
코브네/ 스트라스부르
2장 남다른 자습감독(파리 1928~1939년)
AIU/ 2차세계대전 이전의 상황/ 1935~1945년
3장 명암(1945~1961년)
교장 선생님/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한 권의 책/ 오르세 학교/
프랑스어권 유대 지식인 콜로키엄, 1957년······/ 엄격한 유대주의/
장 발/ 가브리엘 마르셀/ 실존주의와 지식인들/ 『하이데거의 경우』/
『전체성과 무한』
4장 대학과 그 너머
푸아티에/ 낭테르/ 레비나스와 타인들/ 소르본 대학/ 교육자/
1976년: 정년퇴임/ 기독교와의 관계/ 명예박사/ 레비나스와 보즈틸라
5장 영예의 역설
햇볕이 가득한 광장/ 철학적 명성/ 이스라엘/ 다윗의 나라: 레비나스의 정치사상/
유대주의와 역사/ 휴머니즘을 향해: 로젠츠바이크와 볼로진/ 『타인의 휴머니즘』
저자후기
역자후기
주석
참고문헌
감사의 글
찾아보기
“정당할수록 나는 더욱 죄인이다.”
타인의 고통을 끌어안은 이타성의 철학자 엠마뉘엘 레비나스







타자의 윤리학을 정립한 현대 윤리학의 거장
“레비나스의 사유는 폭력과 인종주의의 뿌리를 노출시키고 ‘다르게 사유함’을 통해 이 악을 극복해보려는 치열한 노력이었다.”(강영안.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레비나스는 서구 철학의 전통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인식하는 주체의 지평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어찌 보면 오만하다고 할 수도 있는 전통적인 서구 철학에는 주체의 의지에 따라 외부의 것을 재단하고 비틀어버리는 폭력성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폭력성이 가장 극적으로 재현된 것이 바로 2차세계대전이라는 20세기 인류의 비극이었다.
이 폭력의 한복판에서 희생자 역할을 하는 것은 유대인 레비나스의 숙명이었다. 이 폭력의 경험은 레비나스의 철학에 고통의 흔적을 남겼고, 이 고통은 그가 윤리학을 제1철학의 자리에 두도록 이끌었다. 인식론과 같은 메타학문이 중심에 버티고 있는 철학으로는 인류가 당면한 고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가 동생의 보호자입니까?”라는 카인의 부르짖음에 내포된 타인에 대한 책임 문제, 곧 윤리의 문제에 직면한 레비나스가 바라본 것은 다름 아닌 고아와 과부에게서 드러나는 ‘타인의 얼굴’이었다. 그는 타인의 얼굴과 직면했을 때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사유의 공통성을 확신했다. 이 확신이 있었기에 ‘사랑의 지혜를 가지고 있지 않은 불완전한 존재로부터의 해방’을 외치는 그의 ‘타자의 윤리학’이 탄생할 수 있었다. 레비나스의 ‘타자의 윤리학’은 주체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는 것을 거부하고 타자를 통해 주체를 초월할 것을 말한다.
당위로서의 ‘비폭력’이라는 가치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우리 시대에 진정 부족한 것은 수동성, 나약함,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참을성 등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아닐까? 바로 이것이 살아남은 자로서의 죄책감과 고통 속에서 일생을 무한한 의미 탐구와 무한한 책임의 연속으로 일관한 레비나스를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레비나스 탄생 100주년에 맞춰 국내에 소개된 최초의 레비나스 평전
2006년은 레비나스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에 맞춰, ‘타자의 윤리학’으로 현대 윤리학에 깊은 인상을 남긴 레비나스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전기 작가이자 철학자인 레스쿠레는 이 책에서 레비나스의 사유가 나올 수 있었던 사상적·종교적 흐름들과 레비나스의 사유에 영향을 끼치거나 그의 삶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촘촘히 그려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레비나스의 사유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에 대해 그가 가끔 내비쳤던 무조건적인 지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이스라엘이 또 하나의 죄악의 근원이 아니라 휴머니즘을 전파하는 땅이 되기를 레비나스가 염원했던 것을 기억하자.)
이 책은 국내에 소개된 최초의 레비나스 평전으로, 지금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윤리가 무엇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네 문화와 함께한 디아스포라의 철학자
레비나스는 ‘네 문화의 철학자’로 불린다. 러시아의 변방 리투아니아에서(러시아) 유대인으로 태어나(유대인) 독일 철학을 공부했고(독일) 프랑스에서 활동했기(프랑스) 때문이다. 그가 비록 말년에 대단한 명성을 얻어 성공한 철학자로 역사에 남긴 했지만, 그의 삶은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전형 그 자체이다.
리투아니아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난 레비나스는 청년 시절 서유럽으로 향한다.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이 직면한 선택의 기로―특수성을 지켜갈 것이냐 서유럽을 좇을 것이냐를 두고 벌인 고민―에서 레비나스와 그의 가족은 선진 문물 쪽을 택한 것이다. 개화한 유대인이었던 레비나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러시아의 묵인 하에 자행되던 유대인 박해를 똑똑히 지켜보았고, 자신들의 미래가 서유럽에 있다고 믿었다. 여기에 그들의 열렬한 교육열이 더해져 레비나스는 독일에 있는 학교에 진학했다가, 곧 계몽의 나라이자 유대인을 환대했던 프랑스로 향한다.
신비한 동유럽에서 선진 서유럽으로 삶의 무대를 옮긴 것은 부모의 바람이자 레비나스 자신의 열망이기도 했다. 더 나은 세계에서 더 나은 꿈을 꾸는 건 그들 공동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비나스가 짊어져야만 했던 유대인이라는 숙명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2차세계대전 발발은 유대인의 존재를 뿌리부터 뒤흔들었다. 레비나스는 자기를 환대했던 프랑스에 자원입대해 통역관으로 일하다가 포로로 잡혀 4년간 수용소 생활을 했고 리투아니아에서 일어난 유대인 박해로 가족 대부분을 잃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에 비하면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감내해야만 했던 외국 유학생으로서의 고된 생활과, 이방인으로 남느냐 프랑스에 적극 동화하느냐 사이에서의 고민 등은 오히려 행복했다고 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운명에서 도망치지도 유대인인 것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살아남은 자로서의 죄책감과 고통을 가슴에 안고 그가 향한 대상은 탈무드, 즉 유대인의 뿌리였다. 그는 탈무드라는 도피처 안에서 현대의 비극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어릴 적부터 함께한 책, 세상이 흔들리고 유대인들이 고통 속에서 소멸할 위협에 처해 있을 때 그들에게 정체성을 일깨워주었던 책 속에서 희망의 근거를 발굴한 것이다. 연하디 연한 그의 태도 속에 감춰져 있던 그 어떤 것과도 대면할 수 있는 용기, 인류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 등이 빛난 순간이다. 그는 이러한 우직함으로, 사르트르의 명성―하이데거 철학을 프랑스에 최초로 소개한 인물은 레비나스였으나 사르트르가 그 영광을 차지했다―을 뛰어넘는다.
동양 이스라엘 사범학교(ENIO)의 교장이자 프랑스어권 유대 지식인 콜로키엄의 공동 창설자 자격으로 유대주의 재건에 참여했고, 사망할 때까지(1995년 12월 25일) 휴머니즘 재건에 온 정신을 바친 레비나스. 그에게서 우리는 자기를 초월한 거인의 모습을 발견한다.







레비나스가 남긴 말들



“유모차.
마지막 출구인 타인과의 관계. 글 전체에 걸쳐서 이 관계가 상기되고 있다. 사랑하는 존재의 상실은 행복을 중단시키는 충격 그 자체였다. 또는, 더 정확히 말해, 행복의 기쁨을 고독 즉 유일하게 확실한 것인 고독의 숨 막히는 조임으로 변화시키는 충격이었다. 정문 앞에서 한 성인 남자가 유모차에 길을 비켜주는 사소한 장면이야말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 앞에서 양보하고, 따라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을 보여주는―다시 말해 ‘우연히’ 발생한―사건이다.”(187쪽)







“우리는 이타카로 되돌아오는 율리시즈의 신화에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대조하고자 한다. 아브라함은 고향을 뒤로하고 미지의 땅으로 떠나면서 하인에게 자신의 아들까지도 이 출발점으로 결코 되돌아오지 못하게 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455~456쪽)







“하나의 작품이 갖는 의미는 이 작품이 통합되어 있는 전체성에서 출발하여 이해되는 것보다 이 작품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의지로부터 이해될 때 더욱 진실하다 (중략) 의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생생한 열의가 작품의 진실함과 그것의 이해에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중략) 그것은 곧 산업사회의 철학자들이 정당화시킨 전체성의 사유를 무수한 절대의 구조들로 이루어진 삶의 태도로 대치하는 것이다.”(487쪽)







“중요한 것은 신앙이 아니라 실천이다.”(4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