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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일기
올레 토르스텐센 지음 | 손화수 옮김 | 2017년 6월 15일
브랜드 : 살림문학
쪽수 : 336 쪽
가격 : 15,000
책크기 : 145*220mm
ISBN : 978-89-522-3671-5-0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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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손을 좋아한다.
그 손은 바로 나, 목수의 손이다.
손은 내 삶의 증명서이자 이력서다.”
몸과 땀, 그리고 자부심
소박한 노동에 바치는 따뜻한 위로와 찬양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기능장이자 목수로 일하는 저자가 진솔한 목소리로 자신의 일과 삶, 세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맡은 한 건축목공 공사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심플하면서도 감탄스럽게 전한다.
130여 년 된 어느 가정집 다락을 고쳐 지어달라는 주문 전화를 받는 광경에서 시작하여 새로운 다락이 완성되어 집주인 가족이 발을 딛는 순간까지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무거운 자재를 나르고 재단하고 못질하고 설치하는 전 과정이 눈에 보이듯 생생하다. 그 와중에 먼지가 날리고 땀과 피가 흐르고, 손과 몸에는 상처가 난다, 또한 갈등이 있고 대화와 협력이 있다.
무엇보다 이야기 전반에는 직접 몸과 손을 써 만들어가는 일에 대한 기쁨과 자부심이 가득하다. 더불어 저자는 고도로 산업화된 현대사회에서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고 한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되묻는다. 그렇게 저자는 편리성과 합리성만을 좇는 세태 속에서 육체노동과 직업의 소중함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목수일은 낭만이 아니고, 건축은 카탈로그가 아니다
목수 또는 목공이라고 하면 멋스럽고 낭만적인 직업이나 일이라는 인상을 가지기 쉽다. 취미 생활로 목공을 한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실제 ‘건축목공 공사’는 그런 한가한 감상이 끼어들 자리가 별로 없어 보인다. 바로 ‘끼니’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사정을 이렇게 솔직히 털어놓는다. “나는 최근의 오퍼 경쟁에서 세 번이나 연거푸 떨어져 공사 수주를 하지 못했다. 말하자면 꽤 오랫동안 그럴듯한 일을 맡지 못해서 절망적인 상태였다. 셸소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작은 규모의 공사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좀 더 큰 규모의 공사를 계속 해야 끼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삶의 질이 높기로 유명한 북유럽의 목수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것 없음을 처음부터 분명히 한다. 일관되게 드러나는 저자의 이런 진솔한 태도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덕목이다. 미사여구를 동원해 목공의 미학을 설파한다거나 예술가입네 장인입네 너스레 떨지 않는다. 그저 공사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공사에 들어갔을 때 정확하고 성실히 작업에 임하고, 거기에서 적절한 대가와 보람을 얻기까지 여정을 솔직담백하게 들려준다. 그 진정성이 오히려 목수라는 직업과 목공일의 참모습을 제대로 전해줄뿐더러, 큰 울림으로 다가와 한 목수의 이야기가 마치 우리 모두의 인생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알고 보니 저자는 이 다락 공사를 놓고 다른 두 건축기사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뢰인(집주인)인 페테르센 부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설계사와 엔지니어가 작성한 도면을 검토하고, 공사 현장인 다락을 샅샅이 살핀다. 공사를 따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신중해야 한다. “의뢰인을 만날 때는 필사적인 심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페테르센과 마주했을 때, 나는 일종의 거리감과 열정을 적절히 표출했다. 일을 맡고 싶다는 욕심이 지나치게 드러날 경우, 오히려 일을 얻기 어려울 때가 많다.” 오퍼 견적을 낼 때도 마찬가지다. “예산 내역을 정확히 산출해야 한다. 하지만 그 내역을 필요 이상으로 세세하게 명시해서도 안 된다. 이 일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경우, 나는 다른 업자의 공짜 컨설턴트로 전락할 수도 있다.”
마침내 수주를 하고 장장 약 8개월에 걸친 공사에 착수한다. 이 다락 건축목공 공사 과정은 100분의 1로 축소된 설계도면에는 나오지 않는 수많은 일들과 문제들로 가득하며, 더욱이 카탈로그에 실린 완성된 말끔한 결과물과는 천양지차다. “상품 카탈로그는 소독을 한 듯 청결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생산 과정과 생산자가 배제되어 있다. (중략) 생산에 대한 이러한 사고방식은, 일을 한다는 것은 몸이 지저분해지고 피곤해지는 것이니 좋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해내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형태의 일을 하는 것은 가능한 한 피해야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목수와 인부들은 온통 땀에 찌들고, 소음에 시달리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자재나 도구에 부딪혀 멍이 들고 살이 찢어져 피가 흐르기도 한다. 겨울에는 한기에 몸이 얼어붙는다. 그럼에도 “그것은 내 삶의 역사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손은 내 삶의 이력서, 몸은 우리의 가장 기본 도구
저자가 하는 작업은 얼핏 우리가 ‘막일’, 이른바 ‘노가다’라고 싸잡아 일컫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저자는 이런 자신의 직업에 대한 오늘날의 안타까운 또는 그릇된 시각을 정확히 꼬집는다. “구체적인 실현 작업보다 아이디어가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론을 중요시하는 사회가 낳은 산물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노동은 지저분하고 부정확한 일이며, 개념과 아이디어는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것이라 여긴다. 이론은 항상 흠이 없고 완전무결하며 인간과 물질의 허점을 재고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현실은, 적어도 목수일은 그럴 수가 없다. “설계도면에는 인간의 실수와 태만, 불량 자재가 만들어낼 수 있는 허점이 배제되어 있다. 한 장의 종이 위에,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듯 청결하고 나무랄 데 없는 몇 개의 선만 그어져 있는 것이 바로 설계도다. 목수가 하는 일은 이와는 반대라 보아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와 같은 인간이 하는 일에서 빚어지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목수는 의뢰인, 설계사, 엔지니어, 배관공・벽돌공・전기기사・페인트업자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고 협력하고, 기본에 충실하고자 애쓴다. 그래서 때에 따라 심리학자・사회학자・문화인류학자・역사학자, 또는 경제학자나 법학자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렇게 자랑스럽게 단언한다. “나는 내 손을 좋아한다. 내 두 손은 내 나이는 물론 내가 하는 일과도 잘 어울린다. (중략) 그 손은 바로 나, 목수의 손이다. 피부는 거칠고 두껍지만 굳은살은 없다. 생각해보니 굳은살이 박였던 것도 꽤 오래전 일이다. 피부는 얇은 작업용 장갑과도 같다. 두 손은 내 삶의 자취를 보여준다. 내가 살면서 무슨 일을 해왔는지 또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내 삶의 증명서이자 이력서다.”
목수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더불어 저자는 육체노동의 의미 또한 되짚는다. “내게 가장 구식 연장은 도끼다. 도끼는 돌로 제작하든 청동이나 금속으로 제작하든 원리는 같다. 하지만 가장 기본 도구이자 모두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도구는 바로 우리의 신체다.” 우리는 모든 도구가 우리 몸의 연장임을 잊고 산다. 더 나아가 도구의 유용성과 효능에만 가치를 부여하고, 정작 그 근본이 되는 몸(육체)의 노동과 역할 자체는 경시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기 일쑤다. 그런 면에서 다가올 시대는 육체노동의 소외, 넓게는 인간소외의 결정판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이 문제를 돌아보고 육체노동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다시 찾아 느끼도록 이끈다.
오래된 다락을 복층으로 개조해 위층에는 침실을, 아래층에는 욕실과 거실을 들이는 꽤 규모 있는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자 저자는 기분이 좋다. “스스로 어깨를 다독여주고 싶을 만큼.” 자신이 하는 일과 그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기쁨과 자긍심이 가득하다. 이런 자신감과 당당함은 저자의 직업관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내게는 나만의 경험이 있다. 타인을 보고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나만의 개인적인 경험은 나의 인성이요 성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목수로 살아간다는 것은 축적되는 경험을 통해 여러 번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다.” 작업 경험이 한 번씩 쌓일 때마다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며, 그 경험은 자신의 인성이자 성격과 같다는 자기 갱신과 자기 존중의 직업 정신은, 돈과 명예로 직업의 가치를 환산하기 좋아하는 오늘날의 세태를 새로운 눈으로 돌아보게 만든다.
1. 공구와 연장은 내 몸의 일부다
2. 설계도는 영화 시나리오와 같다
3. 오래된 건물 다락의 아름다움
4. 설계도면을 이해하려면 시간과 대화가 필요하다
5. 사전 조사
6. 노동은 지저분하고 부정확한 일?
7. 나는 건축업계에서 하나의 상품이다
8. 손은 내 삶의 증명서이자 이력서
9. 함께 일할 때 자긍심은 더 커진다
10. 견적 산출과 기초 공사의 중요성
11. 오퍼 경쟁에 임하는 자세
12. 의뢰인과 갈등이 생길 때
13. 서류와 문서로 통제되는 건축문화
14. 공사 수주는 언제나 즐겁다
15. 의뢰인과 만남은 협상이고 협상에는 전술이 필요하다
16. 공사 전에 점검할 것들
17. 공사 시작 전 준비 작업
18.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19. 외국인 인부는 믿을 수 없다고?
20. 나는 다락에 창을 내어 환하게 만들고 싶었다
21. 한 작업의 마감은 또 다른 작업의 시작
22. 다락에 새 대들보 올리기
23.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렛대의 원리
24. 일하다 다치면 아픈 줄도 모르고
25. 계단 자리 만들기
26. 우리는 잘못을 바로잡을 힘과 자원을 가지고 있다
27.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면 일이 더 즐겁다
28. 내가 자유로움을 느끼는 공사
29. 원목 마루가 좋은 이유
30. 방화 시공 작업의 중요성
31. 방화벽과 발코니 방 공사를 마무리하다
32. 학구적인 사람과 현장에서 일하면 힘들다
33. 능력 있는 기술자는 자신감과 망설임이 조화를 이룬다
34. 최적의 통풍 환경 만들기
35. 천장 공사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작업이다
36. 모든 배수관과 하수관은 환기가 잘 되어야 한다
37. 욕실에 방수막 깔기
38. 나는 공장에서 제작된 기성 창틀을 좋아하지 않는다
39. 벽돌공은 요리사만큼 화학적 조합과 비율에 훤해야 한다
40. 통풍 공사를 마무리하고 욕실 공사를 시작하다
41. 가장 기본 도구이자 공통 도구는 바로 우리의 신체
42. 목재는 살아 있는 자재다
43. 한 편의 완전한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 같은 마무리 단계
44. 욕실과 사시나무 패널의 환상적인 조합
45. 이케아 현상에 대하여
46. 새로 깐 마루를 보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진다
47. 아이들은 내가 계단을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궁금해했다
48. 목수의 트럭이 어느 곳으로 방향을 돌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겐 직원도 없고, 사무실이나 부지도 없다. 공구와 연장은, 습기와 한기에 취약한 건축자재들과 함께 집 안 창고에 보관해둔다. 나사못, 일반 못 등 잡다한 도구들은 다락방에 넣어둔다. 공구와 연장은 내 몸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들을 조심스레 잘 다룬다는 것은 내가 하는 일과 그 일에 대한 지식, 그리고 나 자신을 존중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_9쪽

서류 작업은 언제나 되돌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실제로 완수하기가 불가능할 경우 언제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은 서류 작업과는 판이하다. 건물을 지어 올리다가 한 구석이 이가 맞지 않는다고 건물을 무너뜨리고 처음부터 새로 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그렇게 할 수는 있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부담하려는 고객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는 설계도를 보며 완공된 건물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이때 설계도는 영화 시나리오와 같다. 나사못과 일반 못의 개수를 세고, 건축자재의 길이와 너비를 재고, 일하는 시간을 계산한다. 머릿속으로는 이 건물을 어떻게 지을까, 영화처럼 장면들을 상상해본다. 고객들은 완성된 결과물에만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들은 목수가 완성한 결과물을 보며, 목수가 그 과정을 설명해줄 때 더욱 잘 이해한다. _17~18쪽

나는 마음속에 있는 말을 거르지 않고 하는 편이다. 가끔은 남들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굽신거리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 나는 이미 세월이라는 약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자기 사업을 하려면 스스로를 상품으로 생각하고 팔아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예전에는 이처럼 전술적인 태도, 바꾸어 말하자면 아부와 아첨에 기대어 돈을 벌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 경우 마음이 너무나 불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여기저기서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 나를 속이려는 사람들을 만나본 후에는 생각을 바꾸었다. 나는 건축업계에서 하나의 상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_53~54쪽

건축목공 공사에서 기초 공사는 눈에 잘 띄지도 않고 흔히 지저분하고 구차한 일이라 여긴다. 하지만 바로 그 작업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건축목공기사의 능력이 결정되기도 한다. 즉 기초 공사를 얼마나 잘해내느냐에 따라 담당 기사가 능력 있는 목수인지 아니면 소위 입만 살아 있는 전문가인지 구분할 수 있다는 말이다. 건물을 뜯어내고 제대로 뒤처리를 할 수 있는 건축목공기사는 대개 그다음 과정 일도 문제없이 잘해낼 수 있다.
요리사, 목수, 농부, 어부 등 실용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 기본 요소에 충실하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면서 동시에 현학적인 엘리트가 될 수는 없다. 적어도 그들이 하고 있는 일에 기준을 두고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건축목공기사들은 견습생 시절에 기초 공사부터 인테리어 공사까지 모두 섭렵한다. 그들은 거칠고 굵직한 일을 하며 그것이 지저분하고 구차한 일이라 여기는지, 또는 매우 중요하고 기본적인 일이라 여기는지 심리 진단을 거치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초상화라고 할 수 있다. 생산 과정에서 중요하고 기본적인 요소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차츰 사라져가고 있다. 그것들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점점 옅어져가고,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에서 너무나 기본적인 것들을 배제해버린다. 지저분한 것들과 먼지,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것들과 점차 거리를 두게 되는 것이다. _87~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