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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의 창시자 에드먼드 버크
제시 노먼 지음 | 홍지수 옮김 | 2019년 12월 18일
브랜드 : 살림인문
쪽수 : 466 쪽
가격 : 23,000
책크기 : 152x224
ISBN : 978-89-522-4157-3-03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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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에드먼드 버크 평전의 결정판!

보수주의를 자처하는 사람이든
보수주의를 비판하는 사람이든
모두가 정독해야 할 필독서!
• 책 소개

우리가 알고 있는 보수주의는 진짜 보수주의일까?
이제 보수주의의 창시자 에드먼드 버크에게서
진정한 보수주의를 배워야 한다!

“버크의 영혼은 폭정에 저항했다. 그 폭정이 군림하는 군주의 형태로 나타나든, 부패한 왕실과 의회 체제로 나타나든, 존재하지도 않는 자유의 선동적인 구호를 입에서 쏟아내는 잔혹한 폭도와 사악한 패거리의 형태로 나타나든 상관없이 저항했다.” -윈스턴 처칠

대한민국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사람들은 사분오열되어 혼란스러워한다. 정도(正道)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서로 증오하고 분열하고 자기의 신념만이 진리라고 생각하며 극단으로 치우친다. 각자 스스로 생산한 뉴스를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 무조건 진짜라고 믿는다. 자신만의 게토(ghetto)에 빠져서 통념이나 상식에서 벗어나 극단주의로 치닫는다. 대한민국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흔히 사람들은 보수주의를 진보주의의 반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으로 이분화된 정치만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크가 보여주는 진짜 보수주의는 진보주의의 반대가 아니다. 버크의 보수주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정도를 가고자 하는 중용(中庸)의 자세다.
우리는 이제 보수주의의 창시자 에드먼드 버크에게서 진정한 보수주의를 배워야 한다. 혼란 속에서 길을 찾고 있는 대한민국은 에드먼드 버크를 읽어야 한다. 보수적인 정치 세력을 옹호하기 위해서, 또는 진보적인 정치 세력을 배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극단주의에 빠져 있는 공동체의 구원과 생존을 위해 버크를 읽어야 한다. 버크가 말하는 보수주의의 진짜 적(敵)은 진보주의가 아니라 모든 종류의 극단주의와 권력 남용과 폭정이다. 버크는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 모두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남긴 누군가의 서평처럼, 마음이 열린 독자는 누구든 이 책 『보수주의의 창시자 에드먼드 버크』를 읽고 나면 진정한 보수주의자가 될 것이다.

• 출판사 서평

에드먼드 버크 평전을 왜 출간하는가?

대한민국은 몇 년 전부터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에서 진보 세력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보수와 진보의 심각한 세력 불균형을 초래했다. 보수 세력의 몰락으로 진정한 의미의 ‘보수주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보수 세력은 스스로를 성찰할 능력도 의지도 없이 갈 길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있다. 진보 세력도 힘의 불균형 속에서 긴장의 고삐가 풀린 채 기득권 집착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보수와 진보의 세력 불균형은 양쪽 모두에게,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에 독이 되고 있는 셈이다.
작금의 총체적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보수가 회복되고 바로 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수주의’가 과연 무엇인지 그 본질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정치가로서 에드먼드 버크의 생애는
불의와 권력 남용에 대한 투쟁이었다

『보수주의의 창시자 에드먼드 버크』는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에드먼드 버크 평전이다. 영국의 현직 하원 의원인 제시 노먼이 18세기 영국 하원 의원이었던 에드먼드 버크의 생애와 사상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제1부는 버크의 생애를 다루고 제2부는 버크의 사상을 다룬다.
제1부에서는 아일랜드에서 나고 자란 어린 시절부터, 잉글랜드에서 정치계에 입문하여 하원 의원으로 활동하고, 인생의 정점에 「프랑스혁명에 관한 고찰」을 집필한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버크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저자는 팸플릿, 연설문, 서신, 책, 잡지, 신문, 그림 등 풍부한 사료를 인용해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묘사한다. 버크의 생애를 이해하려면 그 맥락인 18세기 영국과 유럽 대륙의 역사와 정치, 철학 등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 역자가 한국 독자들에게 생소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 용어에 관한 옮긴이 주를 충실히 추가해 독서에 큰 도움을 준다.
제1부는 버크가 정치가로서 일생 동안 이어간 다섯 차례의 정치 투쟁을 주요하게 다룬다. 버크는 아일랜드 가톨릭교도에 대한 평등한 대우를 강조했고, 아메리카에 있는 13개 영국 식민지에 대한 영국의 억압에 반대했으며, 행정 권력과 왕실의 공직자 임명 권한을 헌법적으로 제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에서 동인도회사가 휘두르는 기업 권력에도 반대했다. 무엇보다도 프랑스혁명이 미칠 해악에 반대한 것이 가장 유명하다. 이러한 투쟁들을 관통하는 공통적인 주제는 불의와 권력 남용에 대한 혐오였다.
버크는 정치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과 선견지명으로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내다보았다. 영국이 아일랜드를 통치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대부분 예측했다. 영국은 아메리카 식민지들을 잃게 되고, 동인도회사는 무리하게 팽창하며, 프랑스혁명은 참혹한 결과를 낳게 된다고 예언했다. 버크의 예리한 정치 분석 능력의 바탕에는 그의 탁월한 사상과 철학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상가로서 에드먼드 버크의 정치철학은
극단주의에서 벗어난, 온전한 사회질서를 추구했다

버크는 역사상 드물게 현실 정치가이면서 정치사상가로 활동한 인물이다. 버크의 정치철학은 사회의 본질과 인간의 안녕에 대한 깊은 사유에서 비롯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 현장에서 몸소 겪은 경험을 통해 형성되었다. 제2부에서는 버크의 사상이 탄생하게 된 사회적·정치적·지적 맥락을 살피며 그의 정치철학을 오롯이 집약해놓았다.
일각에서는 버크의 태도가 일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기존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적인 사상가가 가톨릭에 반기를 든 이들을 옹호하거나 영국 왕실과 반목했기 때문이다. 또 아메리카 혁명은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프랑스혁명은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 전반에 걸쳐 버크의 정치 활동과 이를 뒷받침하는 사상 저변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버크의 사상은 크게 인간, 사회, 정치 세 영역으로 나누어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버크는 인간이 자의적인 이성에 이끌리는 존재라기보다는 본능과 감정에 좌우되는 피조물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계몽주의자들이 이성의 이름으로 내세운 개인의 권리와 자유는 한낱 추상적인 관념에 불과하다. 우리는 본능과 감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온 공동체의 전통과 지혜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러므로 버크에게 프랑스혁명은 인간의 오랜 역사와 경험, 지혜를 무시하고 자유, 평등, 박애와 같은 추상적인 권리를 쟁취한다는 미명하에 ‘사회질서’를 뒤엎은 폭력에 불과했다.
버크는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여겼다. 동시대의 사상가들인 홉스, 로크, 루소는 인간이 필요에 의해 ‘사회’를 만들었다고 보았다. 하지만 버크는 이미 인간에게는 사회 자체가 주어졌으며, 인간은 사회 속에서 성장할 수 있고 인간의 인간다움도 사회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사회질서는 인위적인 설계의 결과물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우연하게 형성된 것이다. 근본적으로 사회질서는 모든 계층의 ‘예의범절(manners)’로 유지되는데, 이것이 모든 법의 근간이 된다. 또한 사회가 질서정연해질 때 그 결과물로 개인에게 진정한 의미의 ‘자유’도 주어진다.
버크는 이러한 사회질서를 존중하고 온전히 유지하는 것이 정치인의 핵심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사회 변화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공의 사회질서 유지에 해가 되는 것은 가차 없이 개혁(나아가 혁명)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버크에 따르면, 영국의 헌법은 사회질서를 이루는 세 집단인 군주, 귀족, 평민의 이익이 균형을 이루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특히 버크는 사회질서의 중심축인 귀족 계급의 권한과 의무를 강조했다. 정치계에는 겉만 번드르르한 귀족이 아니라 공동체의 도덕규범을 몸소 실천하는 타의 모범이 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여기서 귀족 계급은 오늘날의 정치 지도자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이제 버크의 사상 저변에 흐르는 일관성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버크는 일생에 걸쳐 사회질서를 해치는 모든 종류의 극단주의를 불의로 여기며 저항했다. 아일랜드와 아메리카 식민지와 인도에서 벌어지는 기득권 세력의 폭정에 저항했다. 급진적인 선동가들이 군중을 동요시켜 사회 체제를 전복하려 한 프랑스혁명에 저항했다. 그는 한결같이 영국 시민의 행복과 정의를 실현하고 약자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는 사회를 모색하며, 좌우 양쪽의 극단적인 세력들과 번갈아가며 맞서 싸웠다.

그렇다면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서
에드먼드 버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상과 같이 『보수주의의 창시자 에드먼드 버크』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에드먼드 버크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늘날 몰락의 위기에 처한 한국의 보수(더불어 진보)에게 더 이상 스스로 회생할 힘이 없다면 에드먼드 버크와 영국의 정치를 참고하고 배워야 한다. 물론 21세기 한국과 18세기 영국은 시공간의 간극이 크지만, 이를 뛰어넘어 정치와 인간 사회에 대한 보편적인 태도와 근본 자세는 충분히 배울 수 있다. 우리가 보수주의의 창시자인 에드먼드 버크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서 말했듯이, 버크의 보수주의가 적으로 삼은 것은 진보주의가 아니다. 버크는 사회질서와 공공선(公共善)에 해가 되는 모든 종류의 극단주의와 권력 남용에 저항했다. 어느 하나의 세력, 하나의 주장에 경도되어 극단으로 치닫는 전체주의적인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 견제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면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가야 한다. 보수와 진보가 대결하는 이유가 헤게모니 장악이라면 그 싸움은 사실상 의미도 없고 생산적이지도 않다. 자기 진영의 이익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합리적인 정책을 세울 때 정치는 성숙하고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에드먼드 버크를 충실하게 소개한 이 책은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 꼭 필요한 역할을 감당할 것이다.
들어가는 말

제1부 생애
제1장 나라 밖의 아일랜드인: 1730~1759
제2장 권력의 심장부를 드나들다: 1759~1774
제3장 아일랜드, 아메리카, 그리고 고든 폭동: 1774~1780
제4장 인도, 경제개혁, 그리고 왕의 광기: 1780~1789
제5장 프랑스혁명에 관한 고찰: 1789~1797

제2부 사상
제6장 명성, 이성, 그리고 계몽주의 구상
제7장 사회적 자아
제8장 근대 정치의 형성
제9장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의 발흥
제10장 가치의 회복

결론 오늘날 왜 버크를 읽어야 하는가?

지은이 주
옮긴이 주
참고문헌
감사의 말씀
옮긴이의 글
“버크가 보수주의의 아버지라면, 버크의 자녀들은 가출한 듯하다. 버크는 보수주의자일지 모르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사회 모두의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마음이 열린 독자는 누구든 이 책을 읽고 나면 보수주의자가 될 것이다.”
-대니얼 해넌,「월스트리트 저널」

“이기적인 개인주의에 넌더리가 나는가? 돈과 유명인을 숭배하는 천박한 문화가 역겨운가? 그렇다면 버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때다.”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

“버크와 마찬가지로 정치인이자 철학자인 노먼은 위대한 사상가의 삶과 사상을 역동적이고 매혹적으로 소개한다.”
-E. J. 디온, 「워싱턴 포스트」

“저자는 버크의 사상을 묵살한 결과 어떤 난관이 야기됐는지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커커스 리뷰」

“21세기 맥락에 걸맞은 18세기 정치에 관한 책이다. 위대한 아일랜드계 영국인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에게 바치는 진심 어린 찬사다.”
-앤드루 린치, 「선데이 비즈니스 포스트」

“가장 위대한 아일랜드인 버크는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 모두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마이클 F. 비숍, 「아메리칸 스펙테이터」
리처드 버크 본인은 배교자였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당시에 아일랜드에서 출세하기 위해 개신교로 개종한 이들이 많았는데 그도 그 가운데 하나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리처드가 개종했든 그의 조상 가운데 개종한 이가 있든 상관없이, 에드먼드는 단순히 종교만 다른 게 아니라 계급과 삶의 궤적이 서로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에드먼드의 부모는 아들들은 개신교도로, 딸인 줄리아나는 가톨릭교도로 키웠다. 도시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개신교도여야 미래가 있었다. 가톨릭과 시골에서의 삶은 과거 지향적이었다. 그러니 충성심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 때문에 버크가 탁월한 도덕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귀족과 혁명가,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 하류층과 상류층을 모두 이해하고 다방면에서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_25~26쪽

그러나 버크는 이러한 견제와 균형을 논하려면 분명히 구분하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는 기발한 주장을 펼친다. 파벌(派閥)은 정당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계파는 당장의 필요에 따라 무리를 이룬 이들로서, 권력을 잡고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버크가 말하는 “상당수의 사람들”로 구성된 무리는 파벌이 아니다. 정당이다. 즉, 이들은 “모두가 동의하는 특정한 정치적 원칙을 토대로 함께 국익을 추구하고 신장시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그러한 무리가 파벌인지 정당인지 여부는 집권에 실패했을 때 판가름 난다. 사익을 바탕으로 모인 파벌은 집권에 실패하면 해체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당은 집권에 실패해도 지속되고 구성원들은---원칙과 공동의 가치관, 상호 헌신과 충성심과 동지애를 바탕으로---집권할 기회가 올 때까지 그대로 유지된다. _105~106쪽

그렇다면 버크가 생각하기에 사회계약은 존재한다. 그러나 홉스, 로크, 루소가 생각하는 사회계약과는 매우 다른 종류의 사회계약이다. 홉스에게 사회계약은 군주가 통치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소한의 토대다. 로크에게 사회계약은 인간이 생명과 재산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고 누리기 위한 실용적인 수단이고, 사회 계약이 탄생시킨 군주는 혁명으로 축출할 수 있다. 루소에게 사회계약은 앞의 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인의 의지와 집단의 의지가 하나가 되는 장치의 첫 번째 단계다.
그러나 버크는 사실상 이 모든 개념들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거부한다. 첫째, 사회질서가 존재해야 집단 정체성의 존재가 정당화되는데, 밑도 끝도 없이 은근슬쩍 집단 정체성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둘째, 혁명을 일으킬 권리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혁명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혁명권을 부여할 수 있는 사회질서는 없다. 셋째, 사회질서 자체보다 폭도의 일시적인 충동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버크에게는 자연 상태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 상태에 호소하면 무정부 상태가 초래되기 십상이다. _299~300쪽

버크가 보기에 영국 헌법의 진수(眞髓)는 (고전적인 공화정 이론, 몽테스키외, 그리고 수세기에 걸쳐 잉글랜드에서 진행되어온 정치적 숙려[熟慮]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사회질서를 지배하는 큰 집단들, 즉 군주·귀족·평민의 이익이 균형을 이루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는 점이다. 헌법은 균형 잡혀 있으므로 상황과 새로운 사회적 요구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적응할 수 있다. 또한 스스로 바로잡을 수단도 갖추고 있다. 여기서 세 가지 사항이 도출된다. 첫째, 특정 이익집단이 그 집단에 주어진 권한의 한계를 넘으려고 시도하면 저항에 부딪힌다. 여기서 사법부의 권한을 확장하는 데 버크가 반대한 근거를 볼 수 있다. 둘째, 헌법 자체는 급격하거나 과격한 변화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대대로 물려받은 사회질서의 지혜를 일부 파괴하고 자가 수정 역량도 훼손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개혁은 제한적이어야 하고 당대의 요구에 합당한 정도에 한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버크는 변화 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급진적이고 총체적인 변화에만 반대한다. 오히려 버크는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 주어진 사회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사회질서 자체가 끊임없이 진화하게 된다. 『프랑스혁명에 관한 고찰』에 담긴 말을 떠올려보면, “변화를 일으킬 수단이 없는 국가는 국가를 보존할 수단이 없는 셈이다”. 버크는 1688년 명예혁명을 비방하기는커녕 『프랑스혁명에 관한 고찰』과 「소장 휘그당원들이 노장 휘그당원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에서 명예혁명을 헌법을 보존하기 위해 요구되는 필수적이고 제한적인 변화라고 찬양하고 있다. _304~305쪽

따라서 버크는 당대에 소수의 이익과 다수의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혼합형태의 헌법과 더불어 사회질서의 중심축으로서 귀족의 권한과 의무를 옹호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그는 겉만 번드르르한 귀족이 아니라 실제로 덕망을 갖추고 업적을 쌓은 귀족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한 다음과 같은 말에서 그런 믿음이 엿보인다. ……그러나 사회질서는 권력자들의 덕망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으로 사회 모든 계층의 습관과 행동 또는 ‘예의범절(manners)’로 유지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들은 당연히 서로 모방한다. 사람들은 서로 협력하고 경쟁한다. 사람들은 관행, 습관, 규율, 행동 양식을 만들고 이를 통해 서로 협력하고 경쟁할 수 있게 된다. 개인의 차원에서 바람직한 습관은 미덕으로 내면화된다. 집단의 차원에서 바람직한 습관은 제도를 탄생시키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사회적 자본, 즉 신뢰가 생긴다. _308~309쪽

바람직한 정치 지도자는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효과적인 개혁의 속성에 대한 버크의 발언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발견되지만 일곱 가지 핵심적인 특징들로 요약된다. 어떤 문제의 부작용이 확실히 감지되기 전에 그 문제가 등장하리라는 점을 초기에 예측해야 한다. 개혁의 강도는 처치해야 하는 악의 수준에 부합해야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기존의 구조와 과거의 개혁을 토대로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거기서 습득한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 점진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변화를 행하는 주체와 변화의 영향을 받는 이들이 자신의 행동을 변화에 알맞게 조정할 수 있다. 합의를 토대로 해야 한다. 그래야 개혁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개혁을 주도하는 지도자가 임기를 마치고 나서도 개혁이 지속될 수 있다.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 내내 합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냉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각 단계가 실용적이고 도달 가능해야 한다. _341쪽

그렇다면 이제 어떤 결론이 나올까? 버크의 개념에 따르면, 자유주의적 개인주의는, 수많은 장점과 업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결점이 내재되어 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기본적 속성을 폄하하거나 외면한다. 사회보다 개인이 우선한다는 잘못된 주장을 한다. 사람들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습관과 제도들을 깎아내린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유주의적 개인주의 안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사회에서, 개인적 차원에서, 그리고 세대적 차원에서 이기심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 정치인과 관료들을 오만하게 만들고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리도록 부추길 위험이 있다. 극단적인 경우 혁명을 부추겨 처참한 결과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 _373쪽

버크는 한편으로는 자유를 신봉하는 최고의 사도로 추앙받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의심할 여지없이 권위를 옹호하는 인물로 매도당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에게 퍼붓는 정치적으로 일관성 없다는 비난은 치졸하고 편협해 보인다. 역사를 보면 버크가 그처럼 행동하게 된 이유와 추세들이 금방 드러나고, 이처럼 완전히 상반되는 의견을 표명하게 만드는 엄청난 변화에 버크가 직면하고 있었으므로 버크가 지닌 심오한 사상과 진정성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
버크의 영혼은 폭정에 저항했다. 그 폭정이 군림하는 군주의 형태로 나타나든, 부패한 왕실과 의회 체제로 나타나든, 존재하지도 않는 자유의 선동적인 구호를 입에서 쏟아내는 잔혹한 폭도와 사악한 패거리의 형태로 나타나든 상관없이 저항했다. 자유를 옹호하는 버크와 권위에 맞서는 버크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는 한결같은 목표를 추구하고, 한결같이 바람직한 사회와 정부의 모습을 모색하며, 이를 위협하는 양쪽의 극단적인 세력들과 번갈아가며 맞서 싸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_4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