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빠르게 변하듯 우리의 생각도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서양의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오던 '드라큘라'가 우리나라의 귀신처럼 익숙해진 것처럼...
이제 드라큘라는 사람의 피를 갈구하는 공포의 대상이 아닌 우리와 같은 존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 예로 영화 '트와일라잇'과 드라마 '트루블러드'는 원작인 책과 함께 엄청난 흥행을 했다.
한마디로 드라큘라 신드롬이다.
'99: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를 처음 봤을때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드라큘라를 전면으로 내세운 이야기가 등장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거기다 소설가 김탁환과 사진가 강영호의 공동작업이라는 것도 특이했다.
'그들이 담아낸 드라큘라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으로 책 장을 열었다.
한 편의 소설일거라 생각했는데 7개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첫번째, 상대성 인간: 신중하지 않은 뿔
'상상사진관' 주인 강영호가 홍대 앞에 드라큘라 성을 짓게 되면서 만나게 된 제이 킬과 신중하지 않은 뿔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 둘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떠올리게 만든다.
7개의 이야기 중 가장 흥미로웠던 두번째, 인간인간인간: 턱을 기르는 왕
지하철 기관사 T의 몸에 찾아 온 이상한 변화, 그것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예언한다.
언제나 그렇듯 미리 안다고해서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번째, 반딧불이 인간: 뉘우치지 않는 감옥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하늘 공원에 출연하는 반딧불이 인간.
그를 카메라에 담고싶은 욕망에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강작가.
호기심은 어느새 욕망을 넘어 섬뜩한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네번째, 웨딩 인간: 혼자 여행 가라는 판결
스타일리스트 B와 나누는 '불사신 미란'에 관한 농담.
두 사람이 얘기하는 미란이가 동일한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부재가 왜 '혼자 여행 가라는 판결'인지 알 수가 없다.
다섯번째, 끈적 인간: 어부가 잡은 새는 교만하다.
일반인 99명의 누드를 찍으며 만나게 된 아흔 아홉 번째 메일의 주인공 어부.
그가 메일로 보낸 네 개의 모서리는 우리(사회)가 만들어내고 있는 악행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코를 막아도 참기 힘들 정도의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고 있다고 죽어가고 있다고 경고하는 것 같다.
여섯번째, 아몬드 인간: 배운 침묵
'상상사진관'의 막내스태프와 그녀의 남자친구인 마임니스트 석의 이야기이다.
뭔가 큰 사건이 뻥하고 터질 것 같았는데 의외로 시시하게 끝이 난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알바트로스 인간: 큰 강 앞에서 야윈 돼지를 만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빠져서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보면 참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면 무서운 광기가 된다.
날개를 펼치면 2미터는 족히 된다는 거대한 바닷새 알바트로스 그리고 알바트로스 연구에 평생을 건 조류학자.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참 애매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드라큘라 성의 꼭대기에 올려진 유령선처럼 이야기가 산으로 간 것 같다.
7개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미스테리 공포영화를 본 것처럼 양쪽 어깨가 무겁다.
드라큘라가 등장할거라는 내 기대는 일찌감치 사라져버렸고 대신 씁씁한 우리 사회의 모습들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왜 이 책의 제목은 '99: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일까?
책을 읽는 동안 '99'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졌다.
30페이지에 적힌 '다만 나는 그 성이 100퍼센트는 아니라고, 단 하나의 결함이라도 짚어 99퍼센트의 값을 치르고 싶었다.' 라는 구절을 읽으며 '1%의 미완성을 남겨두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책의 후반부에 수록된 두 작가의 인터뷰는 소설만큼이나 독특하다.
시리즈처럼 새로운 책이 또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에는 이번보다는 좀 더 따뜻한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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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자)
15페이지, 5행, 제일 킬이 발송한 메일에는 <<< 제이 킬이 발송한 메일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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