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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에스콰이어'의 편집자인 A.J.제이콥스는 그야말로 궁금한 건 못참는 남자다.
어느 날 자신이 멍청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3만3천 쪽에 달하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A부터 Z까지 읽어나가기도 했고, 비종교인으로 살면서 "내가 혹시 소중한 것을 놓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1년간 성경의 가르침을 문자 그대로 실천해보기도 했다.
이 두 실험의 결과를 담은 책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와 '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을 통해 국내에도 소개된 제이콥스가 새 책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살림 펴냄)를 출간했다.
'기니피그(모르모트) 다이어리'라는 원제 그대로, "어떤 주제에 대해 진실로 알고자 한다면 '현장 실습'을 해 봐야만 한다"고 믿는 저자가 스스로를 실험용 모르모트로 삼아 아홉 가지 기발한 실험을 하고 쓴 책이다.
이 괴짜 저자의 머리 속에서 나온 실험들이란 이런 것들이다.
'넛지'를 비롯한 행동경제학 책을 통해 우리의 뇌가 얼마나 큰 결함을 지니고 있는지 실감한 저자는 무슨무슨 효과라는 이름이 붙은 뇌의 각종 오류들을 몰아내고 가장 합리적인 인간이 되기로 한다.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이 더 능력 있는 것으로 여기는 '후광효과' 때문에 예쁜 웨이트리스에게 더 많이 팁을 주는 일을 피하기 위해 안경알 위쪽 절반을 가리고 카페에 갔고 슈퍼마켓에서 일부러 풍긴 빵 냄새에 속아 카트에 물건을 마구 담지 않도록 코를 막고 슈퍼마켓에 들어섰다.
익숙한 상품만을 찾게 되는 '단순 노출 효과'에 속지 않으려고 20년간 쓰던 치약 대신 마흔 가지 치약을 직접 사용해보고 최고의 치약을 고르기도 했다.
이렇게 몇 달간 의식적으로 뇌의 오류들을 몰아낸 결과는 어땠을까.
"아직도 내가 하는 생각은 다분히 비합리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그걸 알고는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은 내 생각과 행동들이 통제권 밖으로 이탈하기 전에 제동을 걸기도 하니까 말이다."(173쪽)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기' 실험도 흥미롭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세계는 평평하다'를 통해 미국 기업들의 광범위한 아웃소싱에 대해 읽은 저자는 인도의 한 아웃소싱 팀을 고용해 그의 삶을 아웃소싱해보기로 한다.
그는 잡지 기사를 위한 자료 조사를 비롯해 공과금 내기, 인터넷으로 물건 주문하기, 아들 장난감 구하기 등 온갖 일들을 대행시켰다.
먼 곳에 있는 '원격 비서'들은 심지어 부모님에게 안부전화를 걸거나 화가 난 아내에게 대신 사과하는 '껄끄러운' 일도 척척 해낸다.
단순히 실험에 그치지 않고 미국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현재 인도의 노동력도 미국처럼 혁신적이고 적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아웃소싱의 '특혜'가 사실은 우리에게 득이 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이는 곧 우리같은 상부 업무 유형도 공장 근로자 정도로 그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71쪽)
이밖에 온라인에서 아름다운 여성인 척하기, 획기적인 정직 실천하기,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기, 조지 워싱턴의 원칙대로 살기 등 무모하고도 기상천외한 실험을 따라가다 보면 도덕, 결혼, 명성 등 여러 중요한 개념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이수정 옮김. 384쪽. 1만3천800원.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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