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내 말좀 들어주세요

제목과 표지에서 느껴지는 답답한 심정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오는 것 같다.

책 소개에 있는 '한 순간의 실수'가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기에 처음엔 디에나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질 나쁜 아이'가 아닐까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무슨 생각으로 디에나는 그런 실수(라고 하기엔 분명한 잘못이다, 열세 살이라는 어린 나이를 감안하더라도)를 저지른 것일까?

그런 연유에서 디에나에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다가가기가 조금 어색하고, 꾸물거리게 되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갈 수록 디에나는 관심이, 사랑이 필요했던 겉으로만 괜찮은 척 행동하는 어린 소녀라는 걸 알게되었다.

3년전 자신이 한 잘못에 대한 반성과 그 자리에서 자신을 발견한 아버지에 대해 미안함을 계속해서 전했던 디에나의 마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것이다. 그건 디에나가 전달하는데 소홀했다기 보다 그 사건으로 인해 디에나에게 씌여진 사람들의 인식이 손 내밀고 싶어하는 디에나를 밀어내기만 했던 것이다.

열세 살, 디에나는 실직한 아버지, 고된 백화점 일과 집안일에 지친 어머니(그 이유로 일을 시작하게 된 건지 그 전부터 일을 해온 건지 분명치는 않지만 아마 계속 일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마약을 한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는 대런 오빠와 살아간다. 디에나의 가족은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기에는 자신의 사안이 더 중요했고, 힘들었다. 그런 디에나에게 관심을 보이며 다가온 대런 오빠의 친구 토미가 그녀에게는 특별한 사람이 되었고, 그 사람에게 더 특별해 지기 위해 토미가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 둔다. 디에나가 그런 잘못을 저지르기 전에 왜 늦게 들어오는지,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고 다니는지에 대해 묻고, 혼내는 가족이 있었다면 그녀는 반항을 하고 원망을 할 지언정 '평범하게 남자친구를 사귀는 고등학생'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 대화가 나온다.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면, 다시는 잘못을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증명하지 않더라도  

믿어주면 안돼냐고...

디에나는 답답했던 것이다. 노력하고 변화려고 해도 상황은 그대로이고,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

외롭고 힘든 자신과의 싸움이었지만 삼년전부터 시작된 그 고리를 끊기 위해 디에나는 토미에게 자신의 심정을 진심으로 이야기 하고, 가족들에게도 자신을 봐달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주변과 소통하기 위해 애쓴 디에나에게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울지는 몰라도 자신감을 가지게 된 그녀는 예전의 그녀와는 다른 사람이 될 것이다.

상상해본다. 대학에 가고, 숙제를 하고, 대런 오빠네 가족과 함께 밝은 집에서 살아가는 디에나를... 그리고 처음부터 마음 열지 못한 것에 미안하다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