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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시대
김용규 지음 | 2014년 8월 25일
브랜드 : 살림
쪽수 : 508 쪽
가격 : 16,000
책크기 : 신국판_152*225
ISBN : 978-89-522-2905-2-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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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 20140825.hwp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나는 2,500년 전 인류 문명을
만든 ‘생각의 도구들’을
지금 이 시대에 불러내고 싶었다!!”
다시 ‘생각의 시대’가 돌아왔다!!

‘한국의 움베르트 에코’ 김용규,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지혜를 제시하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한 젊은이가 과학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머나먼 독일로 떠났다. 그리고 수년간의 유학생활 중 어떤 이유에서인가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그는 과학철학 대신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대학과 튀빙겐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만났다. 서양 문명을 이루는 두 기둥을 부여잡고 인류의 지혜를 탐구했다. 수년간의 유학생활이 삽시에 지나갔다. 학위를 마치고 귀국한 그는 대학교수의 길을 가지 않았다. 대신 청파동 자택의 서재에 칩거했다. 그리고 공부와 저술에 매진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그는 유려한 문체와 깊이 있는 내용의 지식소설 《알도와 떠도는 사원》《다니》를 대한민국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후 《영화관 옆 철학 카페》《데칼로그》《타르코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등이 차례로 출간됐다.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그의 이름이 책깨나 읽는다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의 공부는 더 폭넓어지고 깊어졌다. 그런 만큼 그의 글쓰기는 곰삭았고 친절해졌다. 강단 철학이 갖는 협소함과 현학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철학 카페에서 문학 읽기》,《철학 통조림》시리즈, 《설득의 논리학》 등의 책들은 조용히 10만 부씩 팔려나갔다. 고대 그리스 문명부터 중세의 신학, 근현대의 철학, 최신의 과학 이론에 이르기까지 그가 섭렵하는 지식과 학문의 세계는 경계가 없었다. 어디선가 ‘통섭’과 ‘융합’을 부르짖기 전에도 이미 그는 학문의 각 영역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러자 몇몇 사람들은 그를 ‘한국의 움베르토 에코’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움베르토 에코가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에서부터 대중문화, 기호학, 최신 과학과 기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식을 쌓고 그것을 바탕으로 《장미의 이름》이라는 지식소설까지 써낼 만큼 경이로운 글쓰기를 보여줬던 것처럼 김용규 역시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 별명에 값하기라도 하려는 듯, 김용규는 서양의 기독교 전통을 이루는 ‘신학’을 정리했다. 893쪽짜리의 방대한 책 《서양 문명을 읽는 코드 신》이 결과물로 남았다. 작년(2013년)에는 고 이병철 회장이 남긴 질문에 대한 인문학적 대답을 담은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을 출간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대학 교단에 서지 않는 철학자와 신학자를 눈 밝게 찾아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를 아는 사람은 ‘한국의 움베르토 에코’라고 추앙하지만, 아직 그의 이름을 생소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렇게 30여 년의 세월은 어느 틈에 흘러갔고, 독일로 청운의 꿈을 안고 떠났던 젊은 청년은 이제 예순을 넘긴 나이가 됐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서재에서 성찰을 멈추지 않았다. 인류 문명이 나아가고 있는 길에 주목했다. 그가 보기에 인류 문명은 바로 지금 어떤 거대한 벽과 마주하고 있다. 그 벽은 다름 아닌 ‘근대적 이성’의 무능함과 폭력성이다. 동일률과 모순율을 기반으로 태어난 근대적 이성은 합리주의와 계몽주의에 의해 견고해졌고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며 신격화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는 제국주의와 전체주의의 폭력이었다. 문명인과 야만인, 백인과 유색인종을 구별한 뒤, 미개인으로 분류된 이들을 계몽하거나 학살하려 했던 것이 바로 ‘근대적 이성’이었다. 전지전능할 것 같았던 근대적 이성은 무능했다. 인류에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듯했지만 아우슈비츠를 내밀었고, 정보와 지식을 폭증시켰지만 정작 필요한 진실과 지혜를 제공하지 못했다. 인류에게 보편적이면서도 거시적이고 합리적인 전망과 판단을 제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런 거대한 벽 앞에서 인류는 어떻게 길을 찾아야 하는가.
김용규는 오랜 모색 끝에 한 가지 해결책에 도달했다. 동일성에 기반을 둔 ‘난폭하고 완고한 이성’이 아니라 유사성에 기반을 둔 ‘부드럽고 유연한 이성’을 우리 인류는 알고 있었던 것. 기원전 8세기에서 5세기 사이, 그리스인들은 수학뿐 아니라 문명 전반에 있어서 이집트인보다 못했고, 건축과 천문학에서는 그들보다 800년이나 전에 살았던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에게도 뒤처졌다. 법률과 문학에서는 1,200년 전의 수메르인들보다도 훨씬 못 미쳤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헤매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리스인들을 단박에 황금기로 이끌며 합리적인 지식과 창조적인 예술, 민주적인 사회제도를 생산하게 하고, 마침내 서양 문명, 아니 나아가 인류 보편의 문명을 창조하게 만들었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지혜가 있었다. 김용규가 찾아낸 해답은 바로 그 지혜, ‘생각’이었다.

이제 ‘생각’을 공부해야 하는 시대다!!

잠시 현재를 살펴보자. 우리는 지금까지 ‘공부한다’고 하면 인류가 누적적으로 보존해온 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 이해해왔다. 밤늦도록 책상에 앉아 그 지식을 머릿속에 넣기 위해 공부해야 했다. 누구도 지식을 갖고 태어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은 누구나 무지의 상태에서 시작해 자신이 사는 시대가 도달한 지식수준에 올라서야 했다. 이를 잘해낸 개인이 경쟁에서 승리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도태됐다.
그런데 정보화 혁명 이후 사정이 바뀌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지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식이 불어나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무엇을 배우고 익힐 것인지조차 합의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이제는 한 사람이 평생을 죽도록 공부해도 다 습득할 수 없을 정도로 지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또한 그 지식을 활용하는 수단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인터넷에 누적되어 있는 지식은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를 통해 즉각적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됐다. 그에 따라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머릿속에 보유하고 있는 것’의 가치는 폭락했다.
이는 어쩌면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귀결일 것이다. 인간의 ‘힘’은 오래전 ‘가축’이나 ‘기계’가 대체했다. 자동차 등의 탈 것이 인간의 걷거나 뛰는 능력을 대체했고 기중기나 도르래가 드는 능력을 대체했다. 인간의 계산능력이나 정보처리능력은 이미 고성능 컴퓨터가 대체한 지 오래다. 그 연장선상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인간의 지식 축적과 사용을 대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생각의 시대』의 저자 김용규는 이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제시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보편적이고 거시적이며 합리적인 전망과 판단을 제공해주었던 생각의 도구들을 익히고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 ‘생각의 도구’들을 알면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는 지식을 패턴화해서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시기인 ‘축의 시대(the Achsenzeit)’가 ‘생각이 탄생했던 시기’였다고 말한다. 그 시절 호메로스와 소크라테스 이전 그리스 철학자들은 약 400년에 걸쳐 놀라운 생각의 도구들을 개발해냈다. 메타포라, 아르케, 로고스, 아리스모스, 레토리케가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우리말로는 차례로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로 번역되지만,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그 도구들을 통해 그리스의 황금기가 태동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인류 문명이 만들어졌다.
그 ‘생각의 시대’에 고안된 ‘다섯 가지 생각 도구’들은 긴 세월을 지나 바로 지금 이 시대에 정보의 홍수 속에서 다시금 그 쓰임새를 요청받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남다른 발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목마르게 고대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인 LG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아이디어LG(www.idealg.co.kr) 사이트를 만들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구글에서도 솔브포엑스(Solve For X)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인들의 ‘생각’을 빌리려 하고 있다. 기업들은 그만큼 ‘생각’에 굶주려 있다.
또한 우리 시대를 누가 이끌어가고, 어떤 사람이 부와 명예를 누리는지만 봐도 ‘생각’의 가치를 알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를 스티브 잡스로 만든 건 그의 머릿속에 축적된 ‘지식의 양’이 아니었다. 그의 ‘생각’이 스티브 잡스를 만들었다. ‘Think different!’ 그가 남긴 이 말이 생각의 가치를 웅변한다. 남다른 생각, 그것이 지금 이 시대의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다. 지식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생각의 시대다!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도구, ‘생각’

그런데 막상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자마자 조금 막막해진다. 어떻게 ‘생각’을 배울 수 있고 익힐 수 있을까. 『생각의 시대』는 그런 막막함을 해소해준다.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도구인 ‘생각’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익힐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책이기 때문이다. 2,500년의 인류 문명이 바로 이 책에서 소개한 ‘다섯 가지 생각 도구’에 의해 만들어져 왔기에 더욱 신뢰가 간다.
우선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는 생각 도구는 ① 메타포라(은유)다. 메타포라로서의 은유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생각 도구다. 그것은 본질을 파악하게 하는 기능뿐 아니라 창의적 기능을 갖고 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쓰는 언어 습관에도 은유가 담겨 있다. ‘불길이 살아난다’라는 문장도 자세히 보면 불을 생물에 비유하고 있다. 발명도 종종 은유를 통해 이루어지곤 한다. 동물의 날개를 통해 비행기를 떠올리고 굴러가는 돌멩이를 통해 바퀴를 고안하는 것도 다 은유의 힘이다. 한마디로 은유는 대상의 본질을 꿰뚫게 하고 새로운 생각을 창조하는 가장 훌륭한 생각 도구다.
한편 ② ‘아르케(원리)’는 어떤 역할을 할까. 아르케로서의 ‘원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힘을 준다. 인간은 관찰을 통해 ‘원리’를 고안하고 그 원리를 검증한 뒤, 그것을 통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로 쓴다. 길게 말할 것 없다. 이 책에서 원리를 발견하는 방법으로 소개된 ‘가추법(假推法)’은 지금도 세계에서 큰 부를 쌓은 사업가와 아주 유명한 학설을 발표한 과학자들 모두가 활용하고 있다.
반면 ③ ‘로고스(문장)’는 어떤가. 로고스로서의 ‘문장’을 단지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 정도라고 생각하면 큰 오해다. “정신이 문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문장이 정신을 만든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제대로 된 문장을 쓰게 된다는 것’이 곧 ‘제대로 된 정신 구조를 갖게 된다는 것’을 증명해놓았다. 예를 들어 ‘누가 ­ 언제 - 어디서 - 무엇을 - 어떻게 - 왜’라는 육하원칙(five W’s and one H)은 보도문을 쓰는 지침일 뿐 아니라 ‘자연과 사물의 질서에 합당한 정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문장이란 기본적인 정신 구조를 ‘세팅’하는 엄청난 생각 도구라는 것이다.
④ ‘아리스모스(수)’도 단지 생활에 필요한 계산 도구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아리스모스로서의 ‘수’란 인간이 관찰한 자연과 사회, 그리고 예술 현상을 보다 활용하기 쉽게 패턴으로 표현해주는 생각 도구다. 예를 들어 조개의 나선형 모양이나 피요르드 해안의 굴곡들은 육안으로 볼 때는 불규칙한 현상에 지나지 않지만, 그 형상을 ‘수’로 표현할 수 있게 되면 패턴화될 수 있다. 그게 ‘프랙털 이론’이다. 이와 같은 ‘수’를 통해 인간은 또 다른 무수한 활동으로 옮겨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⑤ ‘레토리케(수사).’ 어쩌면 ‘수사’라는 생각 도구가 현대인의 삶에 가장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명확한 판관이 없는 시대이고 기준이 불투명한 시대다. 이런 세상에서는 ‘누가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들을 설득해낼 수 있는가’가 매우 중요해진다. 서점마다 심리학 서적과 대화법 책들이 그득하게 쌓이는 이유다. 이런 시대에 ‘수사’라는 생각 도구는 필수품이나 마찬가지다. 그리스의 소피스트 철학자들이 상당 부분 완성해놓은 수사라는 생각 도구를 익히는 순간, 우리는 가장 강력한 설득의 수단을 손에 넣은 것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이성’인 ‘생각’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

『생각의 시대』는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다. 저자는 저술의 목적이 ‘실용’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호메로스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이 개발한 이래, 인류의 문명을 만들어온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라는 ‘다섯 가지 생각 도구’들을 손쉽게 익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해놓았다. 그리고 그 방법들이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을 낙관했다. 이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이 책에 소개된 ‘생각 도구’들은 창조 경제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수품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뛰어난 생각’ 하나가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또 어마어마한 정보와 지식을 패턴화하고 정리해서 다룰 수 있게 하는 도구가 바로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생각’을 배우고 익히는 일은 아이들에게도 필수적이다. 특히 대한민국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 아이들은 채워도 채워도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를 머릿속에 욱여넣기 위해 12년간의 학창시절을 혹독한 고통 속에 보낸다. 대신 그런 틈바구니에서 정작 소중한 ‘생각’을 익히고 훈련할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위해 지금 해야 할 공부는 바로 ‘생각’을 익히고 훈련하는 일이다. 이 책에 소개된 다섯 가지 생각 도구들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스티브 잡스였고 워런 버핏이었으며 아인슈타인이었다. 그들은 수많은 지식을 무작정 머릿속에 넣으려 애쓰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새로운 생각을 하려 했고 미래를 예측하려 했으며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었고 자신이 관찰한 결과를 수로 표현할 줄 알았다. 이제 우리 부모들은 시대착오적인 교육을 버리고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지 결단해야 한다. 답은 바로 아이를 ‘생각하게’ 하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이제 다시 ‘생각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의 시대』의 저자가 권하는 몇 가지 방법만 소개한다. 우선 아이를 ‘창조적인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려울 것 없다. 저자는 아이에게 ‘시(詩)’를 읽히라고 권한다. 아이들이건 어른들이건 자주 시를 읽고 즐겨 낭송하고 가능하면 외우라는 것이다. 최근 뇌과학자들은 ‘뇌신경가소성’학설을 정설로 친다. 뇌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시를 읽으면 아이의 뇌가 은유를 창출해낼 수 있는 ‘은유형 뇌’가 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귀가 쫑긋해질 이야기가 있다. 앞서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사업가나 과학자들은 ‘가추법’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가추법’은 어떻게 훈련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아주 손쉬운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야말로 가추법을 훈련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손에 땀을 쥐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당신의 뇌와 아이들의 뇌가 ‘탈레스의 뇌’, ‘셜록 홈즈의 뇌’, ‘제갈공명의 뇌’로 바뀔 것이다.
한편 아이들에게 ‘한글’을 빨리 가르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천천히 가르치는 게 좋을까? 이 책의 저자는 가능하다면 빨리 가르치라고 권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제대로 된 문장을 쓸 줄 알아야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한글을 아직 못 배웠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는 것보다 몇 배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러니 부모들은 사랑스런 자녀들을 무릎에 앉히고 소리내어 책을 읽어줘라. 그 행위는 아이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정서적 안정과 고차원적인 정신기능을 동시에 선물하는 것이다. 물론 사랑스런 아이의 체온과 심장박동이 전해주는 행복감은 크나큰 덤이다.

다시 ‘생각의 시대’가 돌아왔다!!

『생각의 시대』 저자는 프랑스 철학자 미셸 세르의 멋진 비유를 전용해 글을 맺는다. 미셸 세르는 2014년 국내에 출간된 『엄지세대, 두 개의 뇌로 만들 미래』에서 정보혁명의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을 가리켜 ‘엄지세대’라 이름 지으며, 이들은 두 개의 뇌를 갖고 있다고 적었다. 하나는 머릿속에 든 뇌이고 다른 하나는 손에 든 정보기기(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등)다. 저자는 손에 든 정보기기가 또 하나의 뇌라는 세르의 비유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머릿속 뇌가 그동안 처리했던 일들을 스마트폰에 내주고 난 뒤, 거대하게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부단히 접속하고 자유분방하게 소통하며 일사불란한 질서를 거부하고 우연과 혼돈 속에서 새로운 이성을 추구하면 그것이 창조의 동력이 된다는 세르의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나친 낙관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대신 저자는 동일성이 아니라 유사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부드럽고 유연한 이성’이 근대적 이성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생각’이라고 말한다. 동일성을 근거로 한 패턴을 통해 작업하는 정보기기라는 뇌와 그것을 활용하고 통제하며 새로운 지식을 창조할 수 있는 ‘생각’이라는 뇌를 함께 가질 수 있을 때, 인류는 지금껏 가보지 못한 새로운 문명의 세계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저자의 ‘생각’에 관한 성찰의 모험은 끝나지 않았다. 저자는 생각의 탄생기를 지나 그 생각을 보다 정교하게 진척시킨 소크라테스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 도구들’에 대한 다음 책을 준비 중이다. 또 2~4세기에 북아프리카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생각의 거대한 ‘융합’에 대한 성찰도 준비 중이다. 그다음은 응당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 과학기술 시대를 열어젖힌 생각의 폭발이 사유의 대상이 될 것이다. 저자의 이런 행보가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은 이런 작업이 마무리될 때쯤이면 우리는 우리 학자의 손으로 쓰인 거대한 ‘생각의 역사’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축의 시대 이후, 인류는 어느덧 2,500년 만에 또다시 ‘생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인류 전체가 나아갈 길을 창조하기 위해서도, 또한 각각의 개인이 글로벌 경쟁시대 속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안하기 위해서도, ‘생각’이라는 도구를 갈고 닦아야 하는 시대다. 그렇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이 책 『생각의 시대』를 권한다.
머리말 생각의 도구를 찾아서

■ 제1부 지식의 기원
지식의 발생은 프로메테우스 신화처럼 낭만적이지 않았다. 추운 지방에 사는 들소들이 추위를 견디기 위해 털을 기르는 방향으로 진화했듯이, 인간은 오직 살아남기 위해 불의 사용법을 알아냈다. 생존의 방법으로 들소는 생물학적 방법인 진화를, 인간은 문화적 방법인 지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이 그들을 서로 다른 역사의 길로 안내했다.

제1장 지식의 탄생
아리스토텔레스의 말과는 달리, 지식의 탐구는 경이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보편성을 획득하려는 욕망에서 시작됐다. 보편성이란 ‘모든 것에 두루 통하거나 미치는 성질’을 뜻한다. 많게는 2,800년, 적어도 2,300년 전에 살았던 고대인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보편성을 그리도 열렬히 추구했을까? 여기에 문명의 비밀이 숨어 있다.

진화하거나, 학습하거나 | 이건 말도 안 돼! | 수메르의 줄리엣 | 폭발-융합-폭발 | 불타는 얼음들의 시대 | 자연을 조종하고 인간을 움직이는 힘

제2장 생각의 도구의 탄생
보편성의 추구가 중국, 인도, 메소포타미아, 팔레스타인과 같은 동양에서는 종교와 도덕의 발달을 촉진했다. 이에 반해 서양에서는 학문과 예술의 발달을 이루었다. 왜 그랬을까? 또 왜 하필 그리스에서 서양 문명을 일군 생각의 도구들이 탄생했을까?

어둠이 잉태한 황금기 | 그리스 기적의 비밀 | 거대한 산 정상, 별들의 이웃 | 폴리스의 빛, 그리고 그림자 | 자유가 맺은 열매 | 소-닭-풀 관계 실험 | 밤을 피하는 여행자들

■ 제2부 생각의 기원
지식에 있어서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반복한다. 왜 그런지 알아보기 위해 생각이 개인의 정신뿐 아니라 역사 안에서 어떻게 생겨나, 어떻게 발달했는가를 살펴본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범주화와 개념적 혼성이 생각의 시원이라는 것을 인지과학, 심리학을 통해 밝힌다. 그리고 역사적 차원에서는 보편화와 범주화가 이성의 기원이라는 것을 호메로스의 작품을 통해 확인한다. 또한 범주화, 개념적 혼성, 보편화가 각각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밝힌다.

제1장 생각 이전의 생각
범주화에 의해 우리에게 세계와 정신이 동시에 태어나 함께 진화한다. 그리고 개념적 혼성에 의해 생각이 탄생한다. 이 두 정신적 기능이 가장 원초적이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는 뜻에서 ‘생각 이전의 생각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범주화와 개념적 혼성은 우리의 뇌에서 어떻게 일어날까? 그리고 무슨 일을 할까? 뇌신경과학, 인지과학과 심리학을 통해 이 질문들에 답한다.

세계는 이렇게 탄생한다 | 정신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 범주화 학습의 중요성 | 생각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제2장 생각의 은밀한 욕망
역사적으로는 호메로스의 작품들이 보편적 사고의 기원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통해 역사 안에서 생각의 보편화와 범주화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으며, 어떻게 그리스인들의 정신에 보편적 사고를 탄생시켰는지를 밝힌다. 또한 그것들이 그리스인뿐 아니라 인류에게 무슨 일을 했는지도 살핀다. 여기서 생각의 은밀한 욕망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호메로스 스타일 | 아킬레우스에서 헥토르로 | 호메로스의 범주화

■ 제3부 생각을 만든 생각들
생각의 도구들은 호메로스가 씨앗을 뿌리고,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이 키워 얻은 열매다. 메타포라(은유), 아르케(원리), 로고스(문장), 아리스모스(수), 레토리케(수사)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그 자신이 생각인 동시에 다른 생각들을 만드는 도구다. 이 도구들이 우리의 사고와 언어를 어떻게 만들어가며, 학문과 예술에서 어떤 역할들을 하는지를 밝힌다. 동시에 우리가 이 도구들을 어떻게 익혀 사용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제1장 메타포라metaphora, 은유
은유는 우리의 사고와 언어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도구다. 그것이 역사적으로는 호메로스 이전부터 등장했고, 인간 개인으로는 학령기 이전부터 나타나는 것이 그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천재의 표상’이라고 평가한 은유의 본질이 무엇인지, 왜 은유 없이는 우리의 사고와 언어가 불가능한지, 학문과 예술의 근간으로 은유를 꼽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나아가 우리가 어떻게 은유를 익히고 훈련할 수 있는지를 밝힌다.

셰익스피어 은유와 프랭클린 은유 | 은유를 떠받치는 2개의 기둥 | 호메로스의 은유 | 진리와 은유의 은밀한 관계 | 천재가 되는 법, 천재를 기르는 길 | 은유와 이미지 | 글자는 느리고 이미지는 빠르다 | 유치원이 대학원보다 중요한 이유 | 산과 포플러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 차라의 부대주머니 훈련법

제2장 아르케archē, 원리
원리는 그것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구성하고 조종하거나 지배할 수 있게 하는 생각의 도구다. 또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도구이기도 하다. 탈레스가 처음 개발한 이래, 학자들의 탐구와 일반인들의 문제 해결에 유용하게 쓰여온 이 도구는 관찰, 사고, 검증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장에서는 원리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우리가 어떻게 이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탈레스 스타일 | 원시적인가, 시원적인가 | 억센 털 암퇘지로 만든 여인 | 탈레스, 셜록 홈즈, 제갈공명의 비밀 | 필드 노트와 자연 관찰 일기의 위력 | 사고 없는 관찰, 관찰 없는 사고 |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방식 | 자네는 내 방법을 알고 있네 | 이제 보니 아무것도 아니군요 | 크고도 단 참외가 어디 있으랴 | 북극곰은 무슨 색인가요? | 가추법을 훈련하는 가장 탁월한 방법

제3장 로고스logos, 문장
문장은 ‘뮈토스로부터 로고스로’라는 구호 아래, 신 대신 인간, 신화 대신 철학, 운문 대신 산문, 말 대신 글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탄생했다. 그리고 그것이 지난 2,500년 동안 서양 문명을 깎고 다듬어왔다. 또 서구인들의 정신세계를 만들어왔다. 이 같은 사실들을 문장의 구조가 정신의 구조를 형성한다는 뇌신경과학, 인지과학, 심리학 실험들을 통해 밝힌다. 아울러 문장을 통해 아이들의 인지발달과 정신세계의 형성을 돕는 방법들을 알아본다.

로고스의 반란 | 거짓말한 자에게는 불행이 |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 아낙시만드로스의 산문 | 헤라클레이토스와 델로스의 잠수부 | 언어가 진리의 집이다 | 헤라클레이토스 스타일 | 프로타고라스 님이 왔어요 | 숙련된 요리사가 육류를 다루듯이 | 플라톤이 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거둔 열매 | 노란색 장미도 거기에 포함돼요 | 자연과 사물들의 질서에 합당한 정신의 모형 | 책 읽어주는 아빠, 책 베껴 쓰는 아이 | 꽃게를 닮은 문장 도식 | 문장의 구조가 정신의 구조를 만든다 | 문맹이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다

제4장 아리스모스arithmos, 수
수는 자연을 합리적인 패턴으로 드러나게 하여,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고 조종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피타고라스가 ‘자연의 수학화’를 시도하자 혼돈 속에 놓여 있던 우주가 코스모스로 변했다. 그리고 수가 진리와 윤리와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조화시키는 도구가 되었다. 피보나치 수열과 황금 비율이 그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러나 근대인들이 ‘자연의 수량화’를 감행한 이래, 그 질서와 조화가 파괴되었다. ‘피타고라스 따라하기’를 통해 생각의 도구로서 수가 가진 미덕들을 회복하는 방법을 살핀다.

자연의 수학화 | 망치 소리에 담긴 우주의 비밀 | 신은 수학자인가 | 수학의 정체 | 피타고라스 스타일 | 기하학의 값진 보석 | 자연의 수학화, 수학의 지각화 | 수학화냐, 수량화냐 | 피타고라스 따라하기 | 브라질 노상에서 캔디 파는 아이들 | 수를 패턴으로, 패턴을 이미지로
제5장 레토리케rhēorikē, 수사
수사는 설득을 위해 개발된 생각의 도구다. 기원전 5세기에 소피스트들이 적극적으로 개발한 이래, 수사학은 중세까지 최고의 실용적 학문으로 군림했다. 근대에 잠시 시들했지만 민주주의의 보편화와 포스트모더니즘의 도래와 함께 다시 부활했다. 오늘날에는 옛 명성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연설, 강연, 토론과 같은 말하기와 에세이, 칼럼, 논설, 논문, 광고문 등에 자주 쓰이는 수사 기법들과 그것들을 쉽게 익혀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본다.

설득의 여신 페이토가 가진 무기 | 소피스트 스타일 | 헬레네가 무죄인 이유 | 역사를 움직인 두 연설 | 수사학 여인의 풍유 | 강한 이미지를 가진 모델들의 몸값이 비싼 이유 | 백발백중의 명사수가 되려면 | 껍데기는 가라 | 조목조목 증거를 대라 |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하라 | 백지의 공포에서 잘 다듬어진 능란함으로 | 옛것이라고 모두 구닥다리가 아니다

맺음말 새로운 이성을 위하여

찾아보기
이제 학습을 통해 자신의 시대까지 누적된 지식을 습득하여 그것에 의존하여 살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누가 어떤 지식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는 관건이 아니다. 그것들은 네트워크 안에 넘쳐나는 데다 개별적이고 미시적이며 수명마저 짧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어떻게 격변하는 환경을 꿰뚫을 수 있는 보편적이고 거시적이며 합리적인 전망과 판단을 획득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그에 합당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사고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한마디로, 지식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생각의 시대다!

해법은 없을까? 지식의 폭증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이 각자의 시대가 도달한 지식수준에 손쉽게 이를 방법이 없을까? 지식의 네트워크화에도 불구하고 개별적이고 미시적이며 합목적적인 지식뿐 아니라 보편적이고 거시적이며 합리적인 전망과 판단을 가질 수는 없을까? 격변하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때마다 적합한 지식들을 창출해내는 사고능력을 획득할 수는 없을까? 그럼으로써 개인과 사회를 아우르고, 당면한 시대뿐 아니라 다가오는 시대를 선도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능력을 기를 수는 없을까? 요컨대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없을까? 이 책이 답하려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_머리말 중에서

축의 시대를 거치면서 (달리 말해 자연과 도덕의 보편성을 추구하면서) 인간은 드디어 ‘이성’과 ‘인격’을 가진 존재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인간의 전체적 변혁을 야스퍼스는 ‘정신화vergeistigung’라고 이름 붙였다.27 인간이 비로소 정신적 존재로 변했다는 뜻이다. 뒤에서 뇌신경과학을 통해 차츰 드러나겠지만, 이것은 인류의 뇌에 새로운 신경연결망이 구축되었다는 것, 다시 말해 인류가 그 이전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뇌를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몰두했던 ‘아르케’와 ‘아레테’에 관한 탐구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호기심’ 내지 ‘경이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을 이해하여 조종하고 인간을 설득하여 움직이게 하는 힘, 곧 보편성을 획득하려는 욕망에서 시작했다. 설령 우리가 철학이 자연과 인간에 대한 순수한 ‘경이심thaumazein’에서 나왔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 깊은 바닥에는 그 같은 절실하고도 은밀한 욕망이 깔려 있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_제1부 지식의 기원 중에서

호메로스는 이야기 전체에서 주제에 끼워 맞추어지는 것만을 작품에 담고, 그 밖에 모든 것들은 간략하거나 아예 생략했다. 호메로스의 이러한 작품 스타일 덕분에 나중에 서양 문명의 본질까지 발전한 사고, 즉 ‘개별적인 사실에서 보편적인 법칙을 이끌어내는 사고’가 그리스에서 맨 처음으로 형성되었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앞서 살펴보았던 자연을 이해하여 조종하고 인간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보편성에 대한 기나긴 탐구가 비로소 시작됐다. 호메로스는 사물들에는 공통성이, 사건들에는 원인과 결과가, 세상에는 어떤 법칙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한 최초의 서양인이다.

『일리아스』는 감정과 충동에만 사로잡혀 살던 아킬레우스가 절제와 이성을 갖춘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나긴 성장기로 볼 수 있다. 또한 바로 이 점에서 보면, 『일리아스』는 그리스인들이 그들 스스로를 전제군주 밑에서 전쟁과 약탈을 일삼는 야만인barbaros들과 분명한 선을 긋고, 가정과 공동체를 위해 책임과 의무를 다 하는 폴리스의 시민으로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는 호메로스의 선언으로도 볼 수 있다.
_제2부 생각의 기원 중에서

우리가 시를 읽고, 낭송하고, 외운다는 것은 단순히 감성적 취향을 고양시키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뇌 안에 은유를 창출하는 신경망을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이다. 누구든 우리 시(또는 동시)를 자주 낭송하고 모두 외우고 나면, 그의 뇌 안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천재의 표상’으로 지목한 은유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신경망이 형성된다. 그 결과 (경험을 통해 단언컨대) 말과 글의 표현력이 점차 달라지고 설득력이 높아진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창의력도 발달할 것이다.

하나의 은유가 이미지를 통해 하나의 사유 체계 전체를 보여준다! 마이더스의 ‘손’, 이카로스의 ‘날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은 수많은 신화적 은유에서 ‘손’, ‘날개’, ‘침대’와 같은 이미지들이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자신의 사상을 이미지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능력은 탁월한 학자들이 지닌 공통점이다.

플라톤의 ‘동굴’,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의 사다리’, 데카르트의 ‘전능한 악마’, 다윈의 ‘생명의 나무’, 니체의 ‘유희’,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프로이트의 ‘말馬’, 마르크스의 ‘유령’, 하이데거의 ‘숲길’, 하이에크의 ‘미끄러운 경사길’과 같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학문적 은유들을 보라! 요컨대 천재들은 자신의 사상을 은유를 통해 선명하고 매혹적인 이미지로 표현한다. 이것이 그들의 성공 비결 가운데 하나다.
_제3부 1장 메타포라metaphora, 은유 중에서

아르케를 어떤 물질적 재료로 생각하는 것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을 ‘시원적 사고자’가 아니라 ‘원시적 사고자’로 얕잡아보는 것이 된다. 그들은 그렇게 터무니없거나 무지몽매하지 않았다. 이때 그들이 말하는 아르케는 물질로서의 물, 무한자, 공기, 불, 흙이 아니라 그것들이 가진 각각의 어떤 특징적 성질이나 원리, 곧 그것들의 ‘보편성’을 가리킨다.

대부분의 탐정소설들은 주인공의 추리능력을 뽐내게 함으로써 이야기의 흥미를 더 하려고 추리과정을 공개하는데, 이것이 가추법을 교육 또는 훈련하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이 도움이 된다. 미시간대학교의 사회학 교수 마르첼로 트루치M. Truzzi의 조사에 의하면, 60편에 달하는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홈즈가 자신의 추리과정을 상세히 공개한 것이 총 217개나 된다. 『주홍빛 연구』에는 적어도 30여 건의 예가 있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포나 크리스티의 작품들에도 주인공의 추리과정이 상세히 공개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떤가? 자료는 충분하지 않은가?
_제3부 2장 아르케archē, 원리 중에서

문장은 자신의 논리적 구조인 통사론을 통해 인습적이고 일상적인 말의 순서나 문법에 맞는 단어의 사용을 정하는 역할을 훌쩍 뛰어넘는 일을 한다. 그것은 우리의 뇌 안에 프로디코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비트겐슈타인에 이르는 철학자들이 한결같이 추구했던 ‘자연과 사물들의 질서에 합당한 정신의 모형’을 형성하게 한다.

피아제의 실험결과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려준다. 그것은 ‘육하원칙’을 단순히 신문기사와 같은 보도문을 쓸 때 지켜야 하는 실용적인 글쓰기 방법 정도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라는 육하원칙은 우리의 정신이 자신의 내면에 자연과 사물의 질서에 합당한 세계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팔들이다. 우리는 이 같은 문장의 팔들을 통해 우리의 정신 안에 하나의 세계를 짓는다.

문장의 팔들은 아이들의 정신이 자기 안에 시간과 공간을 만들고, 대상과의 관계를 파악하게 하고, 원인과 결과를 연결 짓고, 이유와 목적을 설정하며,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게 한다. 다시 말해 아이들의 언어 안에 나타나는 언제(시간), 어디서(장소), 무엇을(대상), 어떻게(방법), 왜(이유, 목적), 무엇으로(도구, 수단)와 같은 규정어 하나하나가 그들의 정신 안에 세계를 짓는 도구들이다.
_제3부 3장 로고스logos, 문장 중에서

피타고라스와 그의 학파 사람들은 수를 [그림 12]처럼 간단한 방법으로 시각화visualization함으로써 산술과 기하학을 연관시켜 생각할 수 있었다. 또 수적 비율과 음정의 관계를 파악하여 수를 청각화auralization함으로써 산술과 물리학을 연결시킬 길을 열었다. ‘수학의 지각화’ 또는 이미지화imaging! 이 발상으로부터 자연의 수학화라는 사유가 가능해진 것이다. 자연의 수학화와 수학의 지각화가 피타고라스 스타일의 핵심이다.

‘피타고라스 따라하기’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바로 이 같은 마술을 걸자는 뜻이다. 수학을 단지 계량과 계산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자연과 사회 그리고 예술을 탐구하는 도구로서 인식하게끔 교육하자는 말이다. 다시 말해 피타고라스와 그의 학파 사람들처럼 가능한 한 수학을 이미지화하여 다른 학문 내지 예술과 연결시키고, 가능한 한 수학을 철학화하여 수학에 미학적, 형이상학적, 윤리적 의미를 부과하여 교육하자는 뜻이다.
_제3부 4장 아리스모스arithmos, 수 중에서

수사학은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문학과 논리학의 중간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언제나 문학과 논리학 그 양쪽에 다리를 걸치고 있다. 그 한 다리가 문예적 수사이고 다른 한 다리는 논증적 수사다. 그 하나가 감동시키기에 주력하고 다른 하나가 확증하기에 매진한다. 인간의 마음은 감성과 이성, 두 개의 날개로 날아오르는 새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가 그렇듯이, 수사학적으로 뛰어난 연설문의 낭송과 암송은 문체나 기예를 그대로 복사하거나 모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의 목적은 우리의 뇌 안에 정신적 문법을 구성하고, 그것이 만드는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하는 일이다. 우리가 시나 연설문을 낭송 또는 암송할 때 우리의 뇌에서는, 동양화를 배우는 사람이 스승의 작품을 복사하거나, 작곡 공부를 하는 사람이 기존의 훌륭한 작품들을 베껴 쓸 때(이 일에는 서양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흐J. S. Bach가 전범이다)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난다.

이때 우리의 뇌는 작품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 안에 들어 있는 정신의 패턴을 모방한다. 그럼으로써 언어와 학문, 그리고 예술을 익히고 재창조한다.
_제3부 5장 레토리케rhētorikē, 수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