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출판사가 출판한 책 현재 2,310  
살림출판사홈 > 살림의 책 > 브랜드별 도서
20세기의 위대한 지휘자 (큰글자살림지식총서 141)
김문경 지음 | 2018년 5월 11일
브랜드 : 큰글자살림지식총서
쪽수 : 96 쪽
가격 : 15,000
책크기 : 163*255
ISBN : 978-89-522-3921-1-04080
• Home > 브랜드별 도서 > 큰글자살림지식총서
• Home > 분야별 도서 > 인문사회
• Home > 시리즈별 도서 > 큰글자살림지식총서
20세기를 빛낸 스무 명의 지휘자
명곡의 선율보다 빛난 그들의 음악 세계를 재조명하다.
흔히 교향곡을 건축물에 비유한다. 작곡가의 설계에 따라 음(音)으로 이루어진 청사진이 나오면 지휘자는 자신만의 색깔로 이를 해석한다. 해석된 음의 벽돌은 다시 차곡차곡 쌓여 비로소 ‘음악’이라는 건축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아름다우면서 유려한 곡이 될 것인가, 아니면 구조적이며 담백한 곡이 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지휘자의 해석에 달려있다. 어떤 지휘자가 바통을 잡느냐에 따라 곡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음의 향연을 펼쳐내는 위대한 예술가들! 지휘자이기 이전에 음악을 향유하는 고고한 영혼으로 남고자 했던 이들! 그들에게 음악은 무엇이었으며 그들이 음악을 통해 구현하고자 한 최종적인 이상향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 『20세기의 위대한 지휘자』는 그 뜨거운 삶과 음악을 동시에 끌어안았던 위대한 지휘자들 중 스무 명을 엄선해 그들의 음악관과 스타일, 성장과정을 재조명한 책이다. 또 전문 음악칼럼니스트인 저자의 추천음반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클래식 길잡이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각 지휘자들의 감각 있고 개성 있는 해석 스타일을 묘사한 부분은 이 책의 백미로 꼽힌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브루노 발터
오토 클렘페러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프리츠 라이너
카를 뵘
조지 셀
존 바비롤리
오이겐 요훔
예브게니 므라빈스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세르지우 첼리비다케
게오르그 솔티
귄터 반트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라파엘 쿠벨리크
레너드 번스타인
클라우스 텐슈테트
카를 리히터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에서 칸타빌레를 실현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휘봉으로는 음의 시작점만을 알려줄 뿐이며, 칸타빌레는 음과 음 사이를 부드럽게 채워 넣는 작업을 의미한다. 즉, 지휘봉의 운영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테크닉이다. 칸타빌레는 존재의 DNA와 같은 것이다. 음악의 본질을 구성하는 것으로, 레가토(악보에서 둘 이상의 음을 이어서 부드럽게 연주하라는 말)에 대한 감수성과 멜로디에 대한 애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휘에 있어 궁극적인 지향점인 것이다. _p.9

카라얀의 화려한 지휘가 코스모폴리탄적인 매력을 표방한다면 카를 뵘(Karl Bohm, 1894~1981)의 지휘는 오스트리아 전통의 유고한 뿌리를 상징한다. 뵘은 악보의 범위 안에서 모든 음표에 충실해지려 했다. 카라얀이 오케스트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바이올린 파트를 갈고 닦는 데 온 정성을 쏟았다면 뵘은 오히려 제2호른이나 비올라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 악기군의 세공에 열을 올렸다. 또한 리허설에서 부정확하게 얼버무리는 연주는 뵘의 면박을 면치 못했다. 그의 지휘철학은 “8분 음표는 8분 음표로 연주하고 8분 쉼표는 8분 쉼표 만큼 쉴 것.”으로 다소 따분한 것이었지만 공연은 늘 근사했다. _p.36

일본에서 예브게니 므라빈스키는 주로 ‘므라 총통’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경고하겠어요. 몇 사람이 지금 지시를 정확히 지키지 않는군요.”라고 말하는 리허설 영상의 살벌한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지휘자라기보다는 전쟁사령관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실수를 반복했다가는 시베리아에 끌려갈 것만 같은 섬뜩한 긴장감이 감돈다. 므라빈스키의 지휘봉은 정확하며 요점만 간결하게 전달한다. 과장된 지휘 자세나 퍼포먼스적인 요소는 도무지 찾을 수 없다. 지휘봉에 ‘찰싹’ 달라붙은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은 정예부대요, 단원들은 고난도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원인 셈이다. _p.48

지휘자로서 번스타인의 미덕은 모든 음표에 드라마를 부여한다는 데 있다. 그의 음악에서 공허한 추상성이란 것은 결코 허락될 수 없다. 번스타인의 말러의 연주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음표 하나하나에 작곡가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고 우리에게 늘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다. 어떤 작곡가의 음악이든 철저하게 ‘레니화’ 되는 과정을 거친다. _p79

일반적으로 바로크 음악의 감상은 온몸을 관통하는 듯한 전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바흐나 헨델의 음악이 좋다고 해도 베토벤이나 말러 교향악의 웅장한 음향을 통한 직관적인 짜릿함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감상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바로크 음악은 소우주 같은 음들의 조화를 통해 지적유희를 수반하는 감상으로 흐르기 쉽다. 그러나 카를 리히터(Karl Richter, 1926~1981)가 지휘하는 바흐 칸타타 BWV 106 「악투스 트라지쿠스」를 듣는 순간, 그러한 선입견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첫 음부터 끝 음까지 집중하여 모든 잡념을 버리게 되고 음악 속에 자아가 용해되어 버리는 진정한 몰아의 순간을 경험한 것이다. 이토록 ‘날카로운 첫 키스’와도 같은 영적 체험을 통해 그는 오래도록 바흐 음악의 전범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_p8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