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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 말과 사물 (살림지식총서 575)
이규현 지음 | 2019년 7월 10일
브랜드 : 살림지식총서
쪽수 : 150 쪽
가격 : 6,800
책크기 : 120*190
ISBN : 978-89-522-4080-4-0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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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사유를 이해하기 위한 세 가지 열쇠

1966년 출판된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은 그를 일약 저명한 지식인의 반열에 오르게 한 책으로 그의 사상의 핵심이 들어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말과 사물』 『광기의 역사』 『성의 역사』 등 푸코의 대표작들을 번역해서 한국에 소개해온 이규현 교수가 『말과 사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사유의 실마리를 전하는 책. 푸코의 사상의 연원은 무엇이고 어떤 시대적 배경이 새로운 사상가를 탄생하게 했는가?
푸코의 사유방식과 사상 전반에 대한 이해의 길잡이
검은 태양이 빛나는 언어 공간 속으로의 여행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은 인문학 저서로는 프랑스에서 보기 드물게 많이 팔린 책이다. 출판된 첫해에 2만 부가 팔렸고 20년에 걸쳐 11만여 부가 팔리게 된다. 1990년부터는 해마다 5,000부가 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는 『말과 사물』이 푸코를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말과 사물』은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해석은 기껏해야 지식의 성립 조건이 시대별로 다르다는 푸코의 생각을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을 따름이다. 물론 『말과 사물』은 르네상스 시대(16세기), 고전주의 시대(17-18세기),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의 근대에 존재하는 과학 담론의 성립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대별 ‘에피스테메’를 파악하는 것이 『말과 사물』의 이해에 필요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지식의 선험적 여건이 시대별로 다르다는 푸코의 기본적인 생각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에 관한 탐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떤 책의 진정한 이해를 위해서는 이것을 들어 올릴 지렛대와 지렛대를 받칠 바깥의 한 지점, 이른바 아르키메데스의 점이 발견되어야 한다.
『말과 사물』에 관한 이 해설서는 위에서 말한 『말과 사물』의 기본 내용을 그대로 되풀이하지 않는다. 그렇기는커녕 『말과 사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아르키메데스의 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말과 사물』 내부의 세 가지 핵심적인 요소, 즉 고고학 방법론·에피스테메 개념·언어의 존재가 바깥으로 투영되어 합쳐지는 지점이다. 이 지점에서야 비로소 『말과 사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말과 사물』의 세 가지 핵심적인 개념에서 출발하여 그것들의 연원을 밝히고 있다. 요컨대 『말과 사물』의 선험적 여건을 따지고 있다. 이 점에서 고고학의 고고학이자 바깥의 사유에 대한 바깥의 사유임과 동시에 검은 태양이 빛나는 언어 공간 속으로의 여행이다. 이 책을 읽으면 『말과 사물』의 이해를 위한 지렛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푸코의 사유방식과 사상 전반에 대한 이해의 길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열쇠: 고고학의 유래는 칸트의 선험철학에 있다

고고학은 푸코의 방법론이자 탐구영역이다. 후기에는 계보학으로 이름이 바뀌지만 계보학에 의해 고고학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계보학은 고고학이 확장된 개념이다. 그런데 푸코에게서 고고학은 느닷없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푸코는 그 연원에 관해 철저하게 함구한다. 그러나 시대별 인식의 선험적 여건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칸트의 선험론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은 처음으로 고고학의 칸트적 유래를 설득력 있게 입증하고 있다.

두 번째 열쇠: 에피스테메는 특이한 공간 개념이다

철학 또는 더 넓게 인문학의 본령은 사유의 생산이고 사유의 생산은 개념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 점에서 『말과 사물』이 인문학에 기여한 핵심적인 사항은 에피스테메 개념의 창안이다.
그런데 이 개념에 대한 이해는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푸코 자신이 제시한 규정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개념에 대한 푸코의 규정과 푸코의 사유방식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에피스테메 개념을 특이한 공간으로 간주하여 플라톤의 ‘코라’ 개념과 관련짓는다. 이로써 에피스테메가 무엇인지가 예전보다 훨씬 더 분명해진다.

세 번째 열쇠: 『말과 사물』은 『레몽 루셀』의 언어관에 힘입어 착상되고 완성된 책이다

푸코의 『레몽 루셀』은 『말과 사물』보다 3년 앞서 출간되었다. 『말과 사물』에서 푸코는 레몽 루셀에게 빚진 것을 갚기 위해 『말과 사물』을 썼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두 책의 연결고리에 대한 탐색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책은 푸코가 레몽 루셀의 경험을 체험함으로써, 즉 ‘언어의 검은 태양’을 경험함으로써 『말과 사물』의 도달점을 직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성공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레몽 루셀의 소설 작법과 이것의 배후에 놓여 있는 언어관이 『말과 사물』의 집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이 한층 더 뚜렷해진다. 푸코의 『말과 사물』에서도 언어의 검은 태양이 빛나고 있다.
I. 프롤로그—공간의 사유

II. 아리아드네의 실을 찾아서

III. 고고학의 탄생과 칸트의 그림자

IV. 에피스테메 개념의 공간

V. 인문과학의 여백과 출구

VI. 문학 언어의 경험과 탈(脫)근대적 사유

VII. 에필로그—안티오이디푸스의 초상



참고문헌
상식에 충격을 주면서도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사유의 생산은 지극히 드물고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둘 사이의 분리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대체로 치열하게 사유하지 않은 채 상식에 안주하는 경향이 엿보인다. 괴롭지만 사유의 실험을 극한까지 밀고 나가고 이렇게 해서 도달한 ‘다른 사유’의 공간을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공동의 장소인 상식에 포함되도록 하는 양방향의 노력만이 인문학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균형점에서야 비로소 푸코의 이른바 ‘다르게 사유하기’가 실감 나게 다가올 것이다. _11쪽

미노타우로스의 비밀은 바로 그것이 사유되지 않은 것, 사유 불가능한 것이라는 말과 같다. 그러므로 미궁을 뒤집어 미노타우로스를 보여주는 것은 바로 사유되지 않은 것, 사유 불가능한 것이 어떻게 사유되기 시작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무릇 모든 글쓰기는 미궁 뒤집기다. 푸코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말과 사물』도 다른 저서들과 마찬가지로 뒤집힌 미궁이고 『말과 사물』의 해설서 역시 뒤집힌 미궁이 될 것이다. _29쪽

역사에는 안과 바깥의 교류가 거세게 일어나는 전환기가 있다. 푸코에게 그것은 르네상스 시대에서 고전주의 시대로, 고전주의 시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다. 그는 이 대전환 또는 단절에 주의를 집중한다. 이 세 가지 전환기의 소용돌이를 통해 인식의 세계에서 무엇이 빠지고 무엇이 들어오면서 어떤 새로운 사유 방식이 형성되는가를 면밀히 관찰한다. 『말과 사물』은 이러한 관찰의 보고서다. _31쪽

푸코의 고고학은 인식의 가능 조건을 추출하기 위한 방식이다. 이를 위해 푸코는 어떤 방식으로 지식이 출현하게 되는지를 묻는다.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지식이 출현하는 배경에 질서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서 이 질서가 어떻게 경험되는지를 끈질기게 해명하고자 한다. 질서의 경험이 인식 가능성의 토대로 구실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푸코의 작업 방식은 칸트의 비판철학과 궤를 같이한다. _56쪽

어떤 관점에서는 거꾸로 광기가 작품에 필수 요소일지도 모른다. 광기가 없으면 작품도 없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이성만으로는 예술 작품이 창작될 수 없는 것 같다. 『말과 사물』에서 푸코는 광기와 작품의 경계 지점에 언어의 경험을 놓는다. 이때의 언어는 언어가 말한다고 할 때의 자율적인 언어다. 푸코가 루셀의 작품들 덕분으로 깨달은 것은 바로 광기와 작품 사이에서 언어의 경험이 매개물로 구실한다는 점이다. 푸코가 즐겨 원용하는 문학은 광기의 경험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언어의 존재에 대한 통찰을 내포하고 있다. _126쪽

푸코에게 인간은 극복의 대상이자 넘어서야 할 일종의 장애물이다. 칸트와는 정반대로 그는 인간의 바깥에서 인식의 선험적 여건을 모색한다. 이 선험적 여건이 바로 에피스테메다. 이 개념은 지식의 지형 또는 언어의 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는 독특한 장소다. 이것을 플라톤의 코라 개념과 관련지을 여지는 좁지 않다. _1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