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과 그의 업적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미국에서 링컨을 다룬 책은 8천종이 넘을 정도다. 한국에서도 어린 시절 그의 위인전을 읽고 자란 이들이 많고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그의 평전을 쓰기도 했다.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가 쓴 이 책은 링컨 전기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책에서 다루는 링컨은 여태껏 알려진 그의 면모와는 사뭇 다르다. 흔히 그를 '노예 해방의 아버지'라 부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기간 중 그는 “노예제도를 폐지할 생각이 없다”고 여러 번 공언했으며 “짐승처럼 살아가는 남부 흑인 노예들이 불쌍하지만 연방정부가 남부를 먼저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남부 노예 소유주들은 링컨이 대통령이 되면 연방에서 떨어져 나가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실제로 대통령에 취임하자 연방요새에 포격을 가했다. 이것이 남북전쟁의 시작이었다. 그는 원래 수동적인 인물이었지만 한계를 모르는 야망이 있었고 모호한 성격이었지만 철저하게 현실적이기도 했던 모순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가 위대할 수 있었던 것은 정직한 도덕가였고 그 바탕 위에 시대의 문제와 씨름한 신념의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행복한 책읽기 배영대 기자 (2003년 2월 22일 토요일)

취임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존경하는 위인으로 링컨을 꼽는다. 그는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라는 책까지 쓴 적이 있다. 노무현과 링컨은 여러모로 닮았다. 경제적으로 어렵게 자란 것이 대표적. 링컨은 선거유세 때 기자들로부터 성장과정을 질문 받자 “내 어렸을 때 삶은 단 한 구절로 요약될 수 있다. ‘짧고도 단순한 빈자(貧者)의 연보(年譜)’. 바로 이것이 나의 유년시절의 전부였고, 누가 캐보아도 아무 것도 나올 것이 없다”고 답했다. ‘촌놈’인 둘은 변호사를 거쳐 똑같이 한국과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이 됐다. 전임자들에 비해 ‘자기 사람’이 거의 없는 취약한 소수파 정권이라는 출발도 같다.링컨은 대통령으로서 성공했다. 미국인들은 그를 위대한 대통령으로 존경한다. 노당선자는 어떻게 될까. 또 한번 링컨을 닮을 것인가, 아니면 전임자들처럼 쓸쓸한 퇴장을 할 것인가. 당선자 개인에게도, 국가 전체적으로도 무척 중요한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이 펼쳐질 ‘5년 여정’이 오는 25일 시작된다.이 책 『링컨』(전2권)은 지금까지 나온 8,000종의 링컨 전기 중 수작으로 평가받는 작품. 하버드대 교수로 평생을 링컨 연구에 몰두해온 저자의 열정이 풍부한 고증과 생생한 묘사로 어우러져 교양서의 전범을 보여준다.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링컨의 인사. 대선후보 지명 경쟁자였던 수어드에게 국무장관을 맡겼다. 링컨이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거물이었지만 중책을 간곡히 부탁했다. 또 명망 높은 상원의원으로 링컨 말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체이스가 재무장관이 됐다. 남북전쟁을 치를 국방장관 자리에는 반대당인 민주당의 스탠턴을 발탁했다. 스탠턴은 피격 당한 링컨의 임종을 지켜보며 “이제 이 분은 역사 속으로 가셨습니다”라는 말로 링컨의 죽음을 미국민에게 알리며 마지막 순간까지 링컨과 미국에 충성한다.링컨의 인사에는 이념과 지역, 그리고 그와의 인연은 고려되지 않았다. 많은 각료와 참모, 비서 중에서 그와 개인적 인연이 있던 사람은 단 3명. 그는 자신을 낮추며, 대통령에게는 불편해도 미국에는 가장 편한 인물을 찾아 썼다. 남신우 옮김.--- 경향신문 책마을 김용석 기자 (2003년 2월 22일 토요일)

‘그는 굳은 신념과 결의로 초지일관 노예제 해방을 추진했고, 그로 인해 남북전쟁이 일어났다.’위인전을 통해서만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을 접한 사람은 이렇게 알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역사적 인물로서의 링컨은 노예제 자체는 나쁘다고 보았지만 노예제를 즉각 폐지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그는 노예제가 있는 주의 권리는 인정해주는 대신 새로 합중국에 편입된 주에서 노예제를 금지시키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연히 노예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그는 흑인 노예들을 다시 아프리카로 돌려보내자는 비현실적 제안에 상당히 매력을 느꼈고, 대통령이 되고 난 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남북전쟁에 대해서도 그가 ‘노예제 해방’보다 ‘연방의 보전’이라는 측면을 훨씬 중시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렇듯 이 책은 링컨이 위인전에 실린 대로의 초인(超人)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정치가였다는 점을 보여준다.링컨 스스로 ‘미천한(humble)’이라는 수식어를 자주 썼던 것처럼, 켄터키주 촌구석에서 태어나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고 돈도 없었던 그가 대통령 자리까지 올라간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이 됐을 당시 단 한번의 연방하원의원 당선이 중앙 정치 경험의 전부인 데다 당내 정치 후원세력마저 거의 없을 정도로 그는 미 역사상 가장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었다.첫 조각(組閣)에서 대통령후보 경선의 라이벌이었던 윌리엄 수어드(국무장관), 샐먼 체이스(재무장관) 등을 요직에 앉히고 주마다 지역안배를 한 것도 뛰어난 용인술이라기보다는 당내 기반이 없는 풋내기 대통령의 어쩔 수 없는 정치적 고려였다. 남북전쟁 당시 동부전선에서 패전을 거듭하고 있을 때에도 서부전선에서 뛰어난 전과를 보여주던 그랜트 장군을 동부전선으로 부르지 않은 것조차 그가 차기 대통령후보로 부상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결국 그는 영웅적 기질과 뛰어난 배경으로 승승장구한 정치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백’ 없고 정적들의 끊임없는 험담에 시달린 데다 전쟁 교착 상태로 인해 대중적 인기도 추락하는 등 시련을 더 많이 겪은 정치가였다는 게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칭송받는 것은, 어렵고 힘든 순간을 그의 정확한 정치적 판단과 뛰어난 연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극복해 나갔다는 데 있다.그는 모든 일에 과감하게 앞장선 선구자적 대통령이 아니라 상황에 대응하면서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한 정치가였다. 소박한 노예 반대론자에서 노예해방 선언문 발표, 그리고 완전한 노예해방에 이르기까지 그의 생각의 변천 역시 현실 인식에 따른 대응이었다.저자는 미 국회도서관의 문서 등 방대한 자료와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한 역동적인 필체로 링컨의 어린 시절부터 암살까지의 인생을 재구성했다. 링컨이 생전 알지 못했거나 알 수 없었던 사실을 모두 배제한 채 그의 책 연설 편지, 그를 평가한 신문기사 등을 바탕으로 링컨 자신의 관점에서 책을 썼다.어쩌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대통령도 링컨과 같이 선구자가 아닌 변화발전하는 현실적 정치가인지 모른다. 링컨을 좋아해 링컨 관련 책도 펴낸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에게도 한번 일독을 권하고 싶다. 원작의 100쪽에 가까운 각종 색인을 번역본에서 빼버린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동아일보 책의 향기 서정보 기자 (2003년 2월 22일 토요일)

미국에선 매년 2월 세 번째 월요일을 ‘대통령의 날’로 정해 모든 공공기관이 법정공휴일로 쉰다. 링컨 대통령의 생일과 초대 워싱턴 대통령의 생일이 그 어름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출간된 링컨에 관한 책은 대략 8000여종. 저자(하버드대 명예교수)는 링컨은 본래 수동적인 인물이었지만 한계를 모르는 야망이 있었고, 애매모호한 성격이었지만 철저하게 실제적이었던 ‘이율배반적’ 인물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저자는, 링컨의 위대함은 그가 진정으로 정직한 도덕가였으며 신념의 지도자였다는 점에 있다고 결론짓는다.--- 대한매일 (2003년 2월 21일 금요일)

이 책은 미국에서 수천 종에 이르는 링컨 전기 중 고전에 속한다는 데이비드 허버트 도널드의 링컨 전기를 옮긴 것이다. 미국의 역사가이자 링컨 전문가인 저자는 한 시대의 정치, 사회상에 비춰 특정 인물을 이해하는 일반적인 전기서술 방식과 달리, 링컨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다. 이를테면 링컨이 노예 해방령을 내렸다면, 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시대 상황보다 링컨이란 개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심리 상태에서, 무엇을 근거로,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책이 링컨이란 인물을 속속들이 아는데는 탁월한 반면, 그 시대를 조망하기엔 다소 부족한 것은 저자의 이런 전략 탓이다. 마침 대통령 취임을 앞둔 시점에 책을 펴낸 것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링컨’이란 콘셉트를 대선 홍보전에 이용했던 사실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리라.하지만 책을 펼치며 눈길을 끄는 것은 서문에서 자신의 글쓰기 방식을 밝힌 저자 못지 않게 책을 옮긴 남신우씨의 글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도미, 재미 건축가로 일하며 일찍이 링컨의 인간미에 매료됐다는 남씨는 이국 생활의 어려움을 링컨을 읽으며 위로를 받았다는 링컨 마니아. 이미 지난 98년 고어 비달의 링컨 전기를 우리말로 옮기기도 했다니, 언뜻 이 책을 번역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역자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기자가 책을 읽는 동안 줄곧 고개를 갸우뚱거린 것은 ‘이 책을 중국 땅에서 헤매고 있는 우리 탈북자 식구들에게 바칩니다’라는 제목의 ‘옮긴이의 글’ 때문이다. 탈북자라니, 도대체 이들과 링컨이 무슨 관계가 있기에, 역자의 유일한 발언대인 ‘옮긴이의 글’ 주제로 삼기까지 한 것일까. “링컨이 처했던 남북전쟁 당시의 미국과 우리의 현실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 남북 분단과 남부 이탈, 노예 제도와 북한의 일인수령독재, 골육상쟁과 한국전쟁….”요컨대 남부 연맹을 굴복시키고, 노예를 해방시킨 링컨이 이 시대 한국에 있었다면 절대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고, 북한 인민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김정일 정권과 대화하는 따위의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특히 이 글에서 남씨가 “링컨은 분명한 선이었고, 남부 연맹은 분명한 악이었다”고 강조하는 것은 최근 “미국 편은 선, 미국 편이 아니면 악”이라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유아적인 메니페스토를 연상시킨다.그러나 링컨 전기 가운데 고전 반열에 올랐다는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기껏 이 정도일까. 참을성이 부족한 기자가 모두 10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은 책의 메시지가 ‘옮긴이의 글’과 같은지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다. 적어도 기자의 결론은 정반대다. 링컨은 남부 연맹을 악으로 간주하고 징벌하려 하기보다 전쟁을 피하려 애썼고, 전쟁의 승기를 잡은 뒤에도 남부를 감싸안으려 고심했다. 노예를 해방시킨 것도 ‘노예제는 악’이란 선악 이분법에 근거했다기보다 흑인들을 연방 군대로 징발하려는 현실적, 군사적 필요 때문이었다…. 하지만 책을 해석하는 것은 자유이니, 옮긴이가 책을 잘못 읽었다는 말은 하지 않도록 하자. 다만 옮긴이와 기자의 주장 중 어느 편을 들지는 독자가 판단할 수밖에. 역설적이게도, 기자가 이런 결론에 이르도록 책을 술술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옮긴이의 좋은 번역에 힘입었다는 것을 덧붙여 둔다.--- 문화일보 북리뷰 김종락 기자 (2003년 2월 21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