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살리는 감성마케팅의 힘
지난 80년대 초반, 스포츠 용품 브랜드인 나이키가 큰 위기를 맞았다. 간신히 아디다스와 푸마를 따라잡은 나이키에게 리복이라는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적자를 면치 못해 홍보비마저 깎아오던 나이키는 새로운 전략으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에 눈을 돌렸다. 나이키는 새로운 시장으로 NBA를 주목하면서 막 스타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마이클 조던을 찾아냈다. 그후 나이키는 조던을 무기로 파격적인 홍보비를 투입하며 승부를 걸었고, 지난 85년 나이키의 첫 광고시리즈인 ‘조던의 비행’을 방영한 후 1년만에 1억3000만달러라는 놀라운 매출을 올렸다. 이처럼 나이키가 대성공을 거두자 다른 기업들도 고객을 즐겁게 하는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LG경제연구원 경영컨설팅센터의 선임연구원인 허원무씨는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를 살렸다’에서 21세기 최고의 기업전략으로 꼽히는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충분한 제품정보와 가격대를 파악하고 구매에 나서는 한편,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다른 소비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면서 “이런 똑똑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고객을 즐겁게 하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한다. 신제품이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는 브랜드조차도 차별화 포지션을 제공하기 힘들게 되었다는 게 마케팅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마케팅도 제품과 서비스 요소에 의한 차별화 전략에서 브랜드 요소에 의한 차별화로, 다시 엔터테인먼트 요소에 의한 차별화로 전략이 바뀌고 있는 추세다.
국내 기업에서도 선진기업들의 성공사례에 고무된 나머지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을 도입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나 상당수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카드. 국민카드는 포지셔닝 전략 없이 단순히 박찬호 선수에게 의존한 결과 박찬호 선수의 성적이 떨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성공적인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전략목표를 설정하라고 충고한다.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얻으려는 목적이 브랜드 파워를 강화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판촉활동을 통한 매출증대인가를 명확히 하라는 얘기다. 그 다음에 경쟁력 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경쟁사보다 먼저 선점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유능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인력 확보와 육성을 위해 많은 투자가 요구되며, 기업문화 또한 즐거움, 혁신, 새로움의 추구라는 엔터테인먼트 가치지향으로 바꾸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은 유명 연예인이나 스타들을 광고나 판촉에 활용하는 마케팅 활동과는 구분된다. 단순히 그들의 인기와 후광에 편승하는 것은 진정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이 아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에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마케팅 프로세스가 필수적이다. 저자는 “특정 스타나 엔터테인먼트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말고 자사의 상황과 목표에 맞는 마케팅 목표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마케터들은 엔터테인먼트라는 감성적 요소와 마케팅이라는 과학적 요소를 효과적으로 결합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파이낸셜뉴스 노정용기자 200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