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출판사가 출판한 책 현재 2,605종
) | |
미국에서 러시아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제임스 크라크라프트가 쓴 표트르 대제가 출간됐다. 이 책은 지난 2004년 하버드대학 출판부에서 나온 'The Revolution of the Peter the Great'('피터 대제의 혁명')을 번역한 것이다.
'대제'라는 공식 호칭만 봐도 알 수 있듯, 표트르 대제는 러시아의 강력한 군주, 위대한 왕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단 러시아역사에서 뿐 아니라 유럽사와 세계사에서도 이 같은 인식은 통용된다. 해군을 창설하고 육군을 근대화시켰다. 외교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관료제를 정비해 러시아를 탈바꿈시켰다. 예술과 문화 영역에서도 근본적인 혁신을 일으켰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했다. 이와 같은 '위업'들의 총합은, 뒤처지고 가난했으며 딱히 전망도 없던 나라 러시아를 유럽의 일원으로 확립시키고 나아가 강대국으로 만든 것으로 귀결됐다는 것이 주된 역사적 평가다.
저자는 259쪽에 불과한 이 책에서 이 같은 업적을 주도면밀하게 정리하면서도, 중요한 차별화 요소를 심어놨다. '이들도 중요한 사건이긴 하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의 총합 혹은 그 이상의 것, 주요한 역사적 발전과 연계되었으면서도 그것들을 초월하는 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문화 혁명'이었다.'(서문 중)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이미 시각예술과 언어학적 문제들을 논한 책을 출간한 바 있으나 그 책들은 전문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을 위해 개론서 성격의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표트르 대제'는 전기도 아니고 '알기 쉬운 표트르 대제 이야기'류의 책은 아니라고 크라크라프트는 덧붙인다. 그러나 그런 우려와 달리 책은 일반인에게도 큰 장벽 없이 읽히는 편이다. '표트르와 동료들-군제혁명-외교 혁명과 관제 혁명-문화 혁명-혁명과 저항-상트페테르부르크-결론'으로 이어지는 책의 편제 또한 '대제' 표트르의 면면과 리더십을 잘 보여준다.
어쨌든 결국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4장 문화 혁명'이란 얘긴데 과연 그는 건축과 예술, 언어 영역에서 혁명을 완수함으로써 그의 위업을 완결했다. 그러나 다른 부문의 혁신과 문화혁명은 결국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조선의 세종대왕과 태종을 합쳐 놓은 듯한 이 러시아 군주의 발자취에서 현재의 한국인들이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을 지는 결국 독자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