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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이야기 : 필멸의 인간은 불멸의 꿈을 꾼다 (살림지식총서 012)
김선자 지음 | 2003년 7월 15일
브랜드 : 살림지식총서
쪽수 : 96 쪽
가격 : 4,800
책크기 : 사륙판
ISBN : 978-89-522-0108-9-0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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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꿈을 꾸는 인간
변신이야기는 필멸의 몸을 가진 인간이 불멸의 영혼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주로 중국신화의 변신이야기들이 갖고 있는 사상적, 문화적 배경과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 고대인들의 순환적 시간관과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바라보는 시각은 서구보다 훨씬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변신 신화들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반인반수 이야기로부터 망부석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변신 이야기들이 담고 있는 주제와 가치관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변신 신화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반인반수 이야기
도전과 극복
금기와 위반
여신들의 변신
이루지 못한 소망의 이야기들
에필로그-불멸의 영혼, 필멸의 몸
영혼의 불멸과 그 불멸의 영혼이 다른 형태의 몸으로 변한다는 모티프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변신이야기는 순환적 시간관을 가졌던 고대 중국과 그리스에서 생겨났다. 중국의 경우 몸은 영혼의 집이었다. 장자는 인간의 영혼을 불꽃에, 몸을 땔나무에 비유했다. 땔나무가 다 타버려도 불꽃은 다른 땔나무를 통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다. 장자의 비유는 중국 변신 신화의 철학적 기재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서구의 경우 몸은 영혼의 감옥이라는 믿음이 강했다. 점차 인간의 이성이 강조됨에 따라 그리스 신화의 변신 이야기들은 영혼의 자유로운 탈출이나 해방이라는 의미보다는 신들의 징벌이라는 성격이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자연을 인간과 같은 층차에 놓았던 고대 중국의 장자식 사고와는 달리, 근본적으로 자연을 인간의 하위개념으로 놓았던 성서에서는 신들이 다른 몸으로 변신하는 신화들이 나타날 수 있는 여지가 아예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조셉 캠밸이 ‘세계의 신화 가운데서 구약성서의 신화만큼 음울한 것은 없다’고 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중국 고대 신화에 나타난 변신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반인반수에 대한 그리스 신화와 중국 고대신화의 시각 차이, 도전과 극복, 금기와 위반, 이루지 못한 소망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다양한 변신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특히 ‘산해경’에 나타난 여신들의 모습에서는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여신의 모습은 사라지고 변신을 통해 봉건 사회 하에서 이루지 못한 소망을 분노와 열정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선녀의 날개옷이나 남편을 기다리다 돌로 변했다는 망부석의 변신 이야기에서 여성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있다.
시간을 순환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세상모든 것은 변할 뿐 사라지는 것은 없다고 믿으며,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순환적 고리의 일부로 바라보았던 중국인들의 사고 속에서는 동물도 식물도 영혼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죽은 뒤에 동물로도 식물로도 심지어는 돌로도 변할 수 있었다. 인간을 자연의 우위에 두고 변신을 허용치 않는 기독교적 사고에 친숙한 우리에게 갖가지 사연을 담은 변신 이야기들은 고대 중국인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고대 중국에서는 신불멸론이 대세를 차지하였고 정신이 몸보다 귀하다는 사고방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서구에서처럼 몸은 버려도 되는 그 무엇이 절대 아니었다. 불교에서와 달리 중국적 사고 속에서 몸은 정신을 담는 집이었고, 몸이 있으므로 한 인간의 영혼은 다른 영혼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들의 이루지 못한 소망을 실현해나갔다. _p.10

신화를 역사적 의미론의 시각에서 파악하는 사람들은 우의 신화를 “우가 곰의 도움을 받아 무거운 돌을 옮기며 산을 갈라놓는 작업을 하였다”라고 해석할 것이다. 그러나 신화의 세계에서는 우가 직접 곰으로 변신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신화를 ‘우가 곰의 도움을 받아서’라고 해석하는 것보다는 ‘우가 곰으로 변하여’라고 해석하는 편이 훨씬 더 신화적 진실에 가깝다. _p.43~44

필멸의 몸을 가진 인간의 꿈은 불멸에 있었다. 모든 것을 가졌던 고대 중국의 제왕들은 그들이 소유할 수 없었던 유일한 꿈, 불멸의 비밀을 찾아 헤맸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 위대한 제국을 만들었던 한 무제, 용감하고 지혜로웠던 당(唐) 태종(太宗), 누구보다 총명했던 그들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 바로 그 불멸에 대한 욕망이었다. 불멸의 영혼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그들은 몸까지 불멸하기를 원했지만, 그들은 그것이 불가능한 꿈이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더욱 더 집착했던 것이 아닐까. _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