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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대 축제와 가요 (살림클래식 001)
마르셀 그라네 지음 | 신하령, 김태완 옮김 | 2005년 2월 25일
브랜드 : 살림인문
쪽수 : 364 쪽
가격 : 18,000
책크기 : 신국판
ISBN : 89-522-02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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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중국학자 마르셀 그라네의 기념비적인 저서! 『시경』의 연애가를 중심으로 고대 중국의 연애와 약혼 축제에 관련된 문화 읽기.
서 론

『시경』의 연애가

고전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전원적 주제
촌락의 연애
산천의 가요

고대의 축제
지역의 축제
사실과 해석
계절적 리듬
성지
경쟁

결 론
제대로 된 해석에 2,500년 이상이 걸린 동양 시가 문학의 결정체!
『시경』은 중국 최고(最古)의 시집이자,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 문학의 결정체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 이름만 들어보았을 뿐 정작 『시경』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유교의 경전인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의 사서가 있고, 『시경』 『서경』 『역경』의 삼경이 있다는 정도가 일반인들의 『시경』에 대한 지식일 것이다.

『시경』은 서주(西周) 초기(기원전 11세기)에서 동주(東周) 중기(기원전 6세기)에 이르는 약 500년간의 작품들로 추측되는 시가(詩歌) 300여 편을 수록한 작품이다. 내용은 밝은 서정시로부터 혼란기를 반영하는 어두운 서사시까지 다채로우나, 숫자상으로 가장 많은 것은 연애시이다. 따라서 『시경』은 유교 이전의 고대가요의 황금시대에 꽃핀 중국문학사상 희귀한 연애문학 또는 여류문학의 일면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시경』은 개인의 감정이 애절하게 표현되어 있는 노래라는 점은 철저히 무시되고, 공자를 위시한 유학적 관점에서 도덕적・정치적 교훈을 주는 책으로 해석되어져왔다. 예를 들어 “구욱구욱 우는 물수리, 모래톱에 있고, 얌전한 아가씨 사내의 좋은 짝.”이라고 읊은 『시경』의 첫머리나, “복숭아나무 어여쁘게 싹텄네! 꽃이 활짝 피었네! 저 아가씨 시집가면 가시버시 짝이 되리!”라는 시는 서로를 그리워하는 처녀 총각의 애잔한 정과 혼인 적령기에 이른 처녀가 시집가서 잘 살기를 온 마을 사람들이 바라고 노래하는 아름다운 시로 해석되기보다는 남편의 다른 비빈들에 대해 질투하지 않고 포용함으로써 집안을 크게 일으킨 문왕의 비 태사(太姒)의 현숙한 규방의 덕을 칭송하는 노래로 해석되어져왔다. 이는 유학적인 관점에서만 『시경』을 해석할 때 생기는 웃지 못 할 현상이다. 이처럼 『시경』의 최초의 뜻은 차츰 잊혀졌고, 절름발이 해석에 의문을 제시하기까지는 25세기 이상이 걸려야했다. 그것도 동양인이 아닌 프랑스 학자에 의해서…….

『시경』 해석의 역사는 그라네(M. Granet)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사서삼경을 달달 외었다는 옛날 선비들도 이런 유학적인 관점에 얽매여 진정한 『시경』의 의미를 놓치고 말았다는 점을 밝힌 책이 바로 프랑스의 저명한 중국학자 마르셀 그라네의 『중국의 고대 축제와 가요』이다. 일본에선 이미 1938년에 번연본이 나올 만큼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 책이 중국학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저서로 통하는 이유는 『시경』이야말로 중국 고대인들의 생활을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시가문학, 민속학, 문화사, 종교사, 생활사를 아우르는 종합 텍스트였음을 밝혔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학자들은 그라네 이전과 이후로 『시경』 해석학의 역사가 나뉜다고 말하는 것이다.

마르셀은 사회학적 방법을 적용해서 『시경』의 「국풍」을 아주 새로우면서도 입체적으로 분석해냈다. 종래에는 「국풍」이 역사적 사건이나 정치적 상황과 결부되어 불려진 노래로서 훈계나 교훈을 주는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그는 고대 농경사회의 계절제와 노동 생활에서 나온 농요, 노동요, 민요, 연애가로 보고 있다. 그라네의 관점으로 『시경』의 가요를 읽어보면 한 편 한 편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들 노래는 그야말로 갑남을녀가 만나고 눈이 마주치고 사랑하고 질투하고 헤어지고 맺어져서 아이 낳고 고된 시집살이를 하고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너무도 대중적인 노래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라네는 기존의 유학적인 관점으로만 『시경』의 시를 보아온 사람들에게는 생소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제야 『시경』의 시들이 유학이라는 사회적 관념의 탈을 벗고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중국학자와 한국의 촉망받는 철학자의 만남
그라네는 뒤르켐의 영향을 받아 무분별한 비교를 거부하고 사회학적 영감 아래 모든 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하려고 애쓴 사회학자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도 있지만 중국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저명한 학자이다. 중국의 문화를 중국인의 주관적인 시선이 아닌 서양인의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연구했다는 점에서 그의 연구 성과는 더욱 빛을 발한다. 한 세기나 전에 그라네가 제시한 해석학적 성찰은 아직까지도 우리가 『시경』을 이해하는 데 많은 깨우침을 주고 있다.

『중국의 고대 축제와 가요』를 공동 번역한 신하령, 김태완 선생은 대학에서 만난 선후배 사이로 함께 혹은 따로 끊임없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미 『상수역학』과 『도교』를 함께 번역한 바 있으며 김태완 선생은 작년(2004)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가 된 책, 『책문』을 내기도 했다. 두 학자는 그라네의 학문을 소개하고자 하는 애정으로 『중국의 고대 축제와 가요』의 일본어 번역판을 초역하고 원서인 불어판을 구해서 원고를 고치고 다듬었다. 이를 위해 불어를 배울 정도로 열정을 가지고 작업에 임했다.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오기까지는 그라네의 학문에 애정을 가지고 7년여를 작업한 두 학자의 값진 노고가 있었다. 이 두 학자의 노고로 마르셀 그라네의 학문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번역서가 없어서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그라네의 학문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라네의 『시경』읽기
왜 중국인 학자들은 『시경』을 제대로 읽을 수 없었을까?
그라네는 기원에 대한 연구는 대체로 잘못된 견해에 이르기 쉽고, 중국의 경우에는 특히 그러하다고 말한다. 그의 비판에 의하면, 중국의 학자들은 사물의 기원을 탐구하려고 하지는 않고, 그 사물을 나타내는 글자가 어느 시대에 최초로 사용되었는가 하는 것에만 집착하고 있다. 게다가 거기서 탐구하는 것은, 어떤 사람들이 ‘실제로 행한’ 관습에 의해서 만들어진 관념이라기보다는 ‘우리에게 전승된’ 관습에 의해서 만들어진 관념이다. 사람들은 그 관념이 오래된 것일수록 더 좋다고 여긴다. 그래서 일종의 권한 존중 때문에 이런 관념을 비평하려고 하지도 않으며, 그것들이 분명히 나중에 고안된 것이라는 점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또 실증적 언어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런 관념의 체계 전체와 그것을 만든 학자들의 모든 서술 성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조차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라네는 말한다.

도덕적 상징주의의 편견을 벗어라
그렇다면 왜 중국의 학자들은 시를 정치적 도덕에 활용하게 되었는가? 고대 사회에서 학자들은 정치자문위원의 역할을 맡았다. 이런 학자들이 군주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사례를 들어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것이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일찍부터 학자들은 역사적 지식과 전승을 축적해왔고, 『시경』에서도 과거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암시를 발견하려고 노력했다. 시는 은유와 상징성 때문에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서도 간접적인 훈계나 충고 등의 효과를 달성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사실 드러내놓고 목적을 말하기보다 자신의 심경을 실을 수 있는 시를 읊거나 인용하는 것만으로도 더 큰 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라네는 시를 도덕적으로 해석하게 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시가 의례, 특히 계절적 의례에서 생겨났다는 사실로 입증한다. 이런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그라네는 중국 고대의 축제를 분석하는데, 고대 축제는 본질적으로 계절제이기 때문이다. 계절이란 영원히 흐르는 시간의 흐름을 순환적 계기와 질서로 파악하는 인위적인 마디이며 매듭이다. 인간은 시간을 상징적 형식으로 파악함으로써 삶에 규칙성과 질서를 부여하였다. 바로 계절제를 통해 자연의 사태를 파악하고 좌우하며 인간의 사회와 자연에 규칙적인 질서를 부여하였던 것이다. 이 계절제의 의례를 장식하는 것이 바로 즉흥적으로 노래 경연을 하는 시의 경쟁이었다. 즉 시가 개인적 감정의 표현을 넘어서 집단(사회)의 의례적 가치를 지니게 되고, 그래서 중국의 학자들이 시에서 도덕적 교훈을 유추한 것이라고 그라네는 말한다.

고대 중국의 축제와 문화
그라네는 축제의 변형 과정을 보여주는 원형을 발견함으로써 서민적 의례가 공식적 제사 의식으로 변천한 경로를 보여주고 있다. 즉 시 경연에서 표현되는 감정을 분석함으로써 이런 의식적인 대립이 개인과 집단 사이에 친교를 맺는 방법으로 선택될 수 있었던 까닭을 밝히고 있다. 또 남녀가 서로 대치하는 놀이와 집단적인 약혼을 통해 지역적으로 다른 여러 집단을 전통적 공동체에 결합시키는 동맹의 기원도 설명한다. 그리고 고대 중국의 연애 감정과 사랑 노래에 특정 인물을 지칭하지 않는 풍조가 있는 까닭을 지적함으로써 성적 의례를 수행하는 것이 그 본질적 특색이었던 축제가, 후세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어떻게 하여 무질서의 원인이 되지 않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