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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함팔라다 1 (그들이 본 우리 24)
이반 곤차로프 지음 | 정막래 옮김 | 2016년 12월 20일
브랜드 : 살림인문
쪽수 : 712 쪽
가격 : 34,000
책크기 : 148*192
ISBN : 978-89-522-3564-0-0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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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함에서 탄생한 러시아 대문호의 ‘위대한 통찰’
개방의 폭풍우에 휘말린 세계사를 예측하다!
▶ 내용 소개
2년여 동안의 항해에서 탄생한 당대의 베스트셀러 여행기 『전함 팔라다』
165년 전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다!
이 책에는 구한말, 개방을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한 러시아 전함의 눈을 통해 시대적 흐름인 개방에 직면하고 이에 대처하는 동양의 모습이 잘 담겨 있다. 곤차로프가 팔라다호를 타고 1852년부터 1855년까지 세계 일주를 하는 동안 여러 나라의 풍습을 접하며 사실적인 묘사와 자신의 감상을 솔직하게 기록한 이 여행기는 제2권 제6장 ‘마닐라에서 시베리아 해안까지’에 1854년 당시 조선에 대한 언급이 있기에 더 가치 있다. 특히 러시아와 영국뿐 아니라 마데이라 제도와 희망봉 등 식민지를 살펴본 후 홍콩과 싱가포르, 상하이에 이어 나가사키와 거문도를 보여줌으로써 당시의 극동아시아 상황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 출판사 리뷰

제1권 크론시타트 항구에서 일본 최남단까지의 여정
러시아의 문호 곤차로프는 안정된 공무원의 삶 대신 몇 년간의 바다 생활을 택하고 1852년 10월에 크론시타트 항구에서 일본의 개방을 목적으로 항해를 시작하는 전함 팔라다호에 올랐다. 친구들에게 약속대로 편지를 쓰면서 곤차로프는 항해 모험 소설에서 말하는 거친 선상 생활과 달리 400명의 러시아인이 폭풍우와 지루한 일상 사이에서도 지극히 평범하게 사는 현실을 고스란히 전한다. 영국과 마데이라 제도, 열대의 대서양을 거치는 동안 향수병에 걸리기도 하고 무풍지대에서 기약 없이 바람을 기다리는 등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항해 끝에 희망봉에 도착한다.
전함을 개조하고 작은 스쿠너를 사는 등 오랫동안 머문 영국에서는 산업 선진국과 러시아를 비교하면서 뒤처진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희망봉에서는 영국과 네덜란드의 식민지 정책을 통해 아프리카 개방의 역사를 살펴본다. 그다음에 기착한 자바 섬과 싱가포르, 홍콩에서는 상업이 왕성하게 꽃피우는 아시아의 역동적인 모습을 본 후 드디어 항해 10개월 만에 일본의 최남단인 보닌 제도, 즉 현재의 오가사와라 제도에 도착했다.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한 세계 일주의 맛!
세계 일주를 친구들에게 편지로 전하는 저자는 대문호라는 명성에 걸맞게 사실적인 묘사와 생생한 감상으로 독자를 팔라다호로 승선시킨다. 뱃사람의 생활이나 마주치는 새로운 문물과 풍습에 대한 묘사는 이 책의 장점이다.

“나 역시 이 무료한 공물을 바다에 바칠 때를 어쩔 수 없이 기다리고 있었어. 그러면서 다른 이들을 관찰했네. 저기 지금 소위 후보생인 한 젊은이가 창백해져서 의자에 주저앉고 있군. 눈이 흐려지고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군. 보초가 교체하러 오자 그는 소총을 내주고 앞 갑판으로 정신없이 달려가는군. 한 장교가 수병들에게 뭔가 고함을 지르려 하다 갑자기 얼굴을 바다 쪽으로 돌리고 뱃전에 기대고 있군….”(제1권 40~41쪽)

이런 필력 덕분에 이 책은 제3판 서문에서 말하듯 오랜 공백기를 거치고 되살아나기도 했다.

“이 여행기는 독자들의 변함없는 관심을 받아왔다. 독자들은 무엇보다 여행기 속에 등장하는 대상에 관심을 보였다. 먼 나라들과 그 나라의 주민, 그곳의 화려한 자연, 여행의 특별함과 우연성, 그리고 여행자들의 눈에 띄어 전해지는 모든 것에 대한 묘사는 어떤 문체로 쓰였든지 간에 모든 연령대 독자의 흥미를 결코 잃지 않고 있다. 그 외에도 배를 타고 항해하는 이야기, 즉 400명이 타고 있었으며 2년 동안 여러 대양을 두루 질주한 이 작은 러시아 세계에 대한 이야기, 항해자들의 독특한 삶, 바다 생활의 특징 등도 독자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을 붙잡아둘 힘을 지니고 있다.”(제1권 7~8쪽)
‘무지와 편견’까지 드러낸 꾸밈없이 사실적인 기록
이런 매력적인 묘사와 별개로 잘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무지와 편견 역시 은연중에 드러나고 있다. 희망봉에서 만난 흑인 여성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피부색이 다른 사람에 대한 솔직한 편견을 보여준다.

내가 한 여자에게 물었네.
“당신은 어느 종족인지요?”
“핀고입니다! 모잠비크인입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외치기 시작했어.
“호텐토트인입니다!”
세 명 모두 크게 웃기 시작했네.
아낙네가 우리에게 계속 외쳐댔다네.
“비추안인, 카불인입니다!”
정말 아낙네였네. (중략) 검은 얼굴 위의 미소는 무언가 무섭고 악한 것을 지니고 있더군.
(제1권 302~302쪽)

허례허식에 가까울 만큼 지극히 폐쇄적인 일본의 대외정책 앞에서 분통을 터트리기도 하고, 일본을 방문한 서구인의 기록을 통해서만 이해한 탓에 조선에 대한 인식은 당시 서구 지식 세계에서 흔하던 ‘선량한 야만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보내는 과정에서 탄생한 이런 솔직한 묘사는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꾸밈없는 사실적인 기록이야말로 이 책의 생생한 생명력 그 자체다.

초강대국이었던 ‘러시아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당시의 세계
이 글에서 단연 눈에 띄는 대목은 지식인답게 비판적인 시선으로 살펴보는 식민 본국이자 서구 열강의 모습이다.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는 영국을 비판하면서도 이 나라와 대비해 고국 러시아의 봉건적인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보이기도 한다.

나는 한 발자국을 내딛자마자 의구심과 비탄한 감정에 멈춰서야 했어. 어떻게 이런 하늘 밑에도, 초록색 바다의 선명하게 빛나는 색채 가운데에서도… 검은 옷을 입고 둥근 모자를 쓴 익히 아는 형상이 셋이나 서 있는 건지! 그들은 우산에 의지하여 자신의 푸른 눈으로 바다를, 배들을 그리고 자신들의 머리 위로 포도밭이 펼쳐진 산을 강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네. (중략) 남쪽의 거무스름한 주민들이 땀을 쏟으며 자기 땅에서 귀중한 과즙을 채취하고 나무통들을 해변으로 굴려서 먼 곳으로 보내는 과정을 그 형상은 차갑고 엄격한 시선으로 감독하더군.
이렇게 주민들은 자기 땅에서 나온 빵에 대한 권리를 명령자에게서 얻고 있었네. 바로 그 형상은 대양에서, 잠깐의 만남 가운데서, 배들의 갑판에서도 보였다네.
그 형상은 노래를 휘파람으로 불고 있었어.
“영국이여, 바다를 지배하라.”(제1권 35~36쪽)

잘 알다시피 19세기 후반은 전 세계가 요동치는 시기다. 구미 열강은 무지비할 정도로 식민지를 확장하며, 전함의 힘을 빌려 폐쇄적인 국가들을 개방시켜나가는 중이다. 동양의 강대국인 청나라는 그런 구미 열강에 대응하며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과도하게 밀려들어오는 서구의 개방 압력에 무기력한 관료 체제가 첫 번째 모습이며, 무섭게 꿈틀거리며 자신의 생존을 영위하는 민간의 역동성이 바로 두 번째 모습이다.
이런 양면은 일본에서도 슬쩍 비춰진다. 페리 제독이 방문한 직후라 아직은 폐쇄적이지만 곧 서구 열강을 본받아 근대화에 성공하게 되는 일본에서도 개방에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 민간 영역과 어떻게든지 개방을 회피하고자 하는 관료 사회 사이의 갈등이 잘 드러난다. 그리고 그런 시대적 상황은 개방과 폐쇄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던 조선에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의 역사가 어떻게 되는지 잘 아는 현재의 시선에서는 안타까움이 서리지만, 이 책은 당시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발간사
서문 『전함 팔라다』 제3판을 내며
제1장 크론시타트 항구에서 리저드 곶까지
제2장 대서양과 마데이라 제도
제3장 대서양 열대 항해
제4장 희망봉
제5장 희망봉에서 자바 섬까지
제6장 싱가포르
제7장 홍콩
제8장 보닌 제도

옮긴이 주
“아니, 거기서 어떻게 지내시려고요? 흔들리지 않을까요?”
“어떻게 주무시고 또 무엇을 드시려고 그러십니까? 낯선 사람들과는 어떻게 지내시려고요?”
사람들은 마치 내가 고통스러운 운명에 처한 제물이라도 되는 듯 광적인 호기심으로 나를 쳐다보았네. 이런 것을 보면 바다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쿠퍼의 오래된 장편소설이나 매리엇의 단편소설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 이들의 작품은 바다와 수병에 대한 이야기, 승객을 쇠사슬로 묶고 부하들을 화형이나 교수형에 처하기도 했던 선장에 대한 이야기, 난파와 지진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니까.
자네들을 포함하여 내 친구들과 지인들은 이런 말을 하곤 했다네.
“그곳에서는 선장이 배에서 제일 높은 곳에 당신을 올려두고 당신에게 먹을 것을 주지 말라고 명령할 것이며 아무것도 없는 텅 빈 해안에 당신을 내려놓을 겁니다.”
_제1권 17쪽
배가 어떻게 침몰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지에 대한 완벽한 이론을 아는가? 폭풍이 배에서 세 개의 돛을 모두 떼어내버리면? 침몰해버리겠구나 여겨지면? 이 모든 것은 성난 말의 고삐를 잘라내는 것과 똑같은 것 아닌가? 그러나 그사이에 비상용 목재로 돛대를 날조해서 만들어 세우고 다시 간다네. 키가 부서지면? 그러면 구조되고자 하는 희망은 경탄할 만한 민첩함을 부여해주고 키 역시 날조해 만들어지지. 심한 구멍으로 물이 새어 들어오면? 처음에는 그냥 돛으로 덮네. 그러면 구멍이 천을 빨아들이고 물이 들어오지 않게 된다네. 그동안 수십 개의 일손이 새로운 판자들을 만들어 물 새는 틈에 대고 못을 박지. 마침내 선박이 전투를 거부하고 바다 아래로 가라앉게 되면 사람들은 보트로 몸을 던지고 이 나뭇조각을 타고 가장 가까운 해안에, 때로는 1,6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해안에 다다르게 되는 걸세.
제1권 66~67쪽

그런데 인구가 순환하는 런던의 외모가 불러일으키는 전체적인 인상은 좀 이상하네. 200만 명 정도의 주민이 있으며 전 세계 교역의 중심인 이곳에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바로 삶이야. 다시 말해서 삶의 폭풍 같은 동요가 없어. 교역은 보이지만 삶은 없다네. 아니면 이곳에서는 교역이 삶이라고 결론지어야 해.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삶은 여기에서 눈에 띄지 않네. 총액을 내면 런던이 세계 제1의 수도라고 결론을 내리게 될 거야. 얼마나 많은 거대 자본이 하루에 혹은 1년에 회전하는지, 이 인구의 대양에서 외국인의 밀물과 썰물이 얼마나 무섭게 일어나는지, 영국 전역을 둘러싸는 철도가 이곳에서 어떻게 모이는지, 도시의 한쪽 끝에서 다른 한쪽 끝까지 거리마다 수만 대의 마차들이 어떻게 배회하는지 세어보고 나면 말이네. 경악하여 탄식하게 되겠지만 이 모든 것을 눈으로는 알아채지 못할 게 분명해.
_제1권 1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