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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체성 : 10가지 코드로 미국을 말한다 (살림지식총서 002)
김형인 지음 | 2003년 6월 30일
브랜드 : 살림지식총서
쪽수 : 96 쪽
가격 : 4,800
책크기 : 사륙판
ISBN : 978-89-522-0098-3-0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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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을 움직이게 하는 가치체계를 이해하기 위한 한 권!
10가지 코드를 통해 미국인들의 정체성과 신념을 추적한 책. 미국인들의 가치관과 정신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형성되고 변천되어왔는지를 보여준다. 역사, 문화, 정치 분야에서 오늘날 미국인들의 생활방식과 독특한 기질들을 형성한 토대들을 드러냄으로써 한 걸음 더 미국에 대한 이해로 다가서게 한다.
다수의 횡포 견제하기-개인주의
미국인의 원초적 생존 방식-자유의 예찬
보통사람의 나라-평등주의
미국의 수출품 No. 1-법치주의
멜팅 팟을 넘어 샐러드 보울로-다문화주의
충성 서약과 악의 축-퓨리턴 정신
움직이는 서부, 영원한 서부-개척정신
검증되지 않은 것은 믿지도 말자-실용주의
맨해튼 프로젝트와 아메리칸 시스템-과학기술의 신뢰
비즈니스 매너-미래 지향성과 직설적 대화
미국에 관한 책들이 무수히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문화는 아직 단편적으로만, 아니면 애매모호하고 혼돈된 모습으로 다가올 뿐이다. 비교문명학의 거장 아놀드 토인비의 말대로 두 문명이 만날 때, 우선은 피상적인 의식주에 관한 부분이 섞이고 그 다음에야 문화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비가시적인 가치체계의 교류가 있게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인들의 피상적인 삶의 방식에 익숙해있는 우리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미국문화의 핵심이라고 본다. 즉 미국인들을 움직이게 하는 행위의 기저에 있는 가치체계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최근의 제국주의 미국에 대한 반감에 가리워진 미국의 또 다른 모습을 파악하는 것이다. 저자는 복잡한 미국의 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자연적·사회적·역사적 비교방법을 택하고 있다.

1. 나의 주장도 내세우지만 타인의 취향도 존중한다는 '개인주의'는 민주주의에 따르는 병폐인 '다수의 횡포'에 대한 견제로서 등장하고 그러한 개인주의의 기수는 토마스 제퍼슨이었다. 개인의 권리를 보호해주지 않는 정부는 존재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제퍼슨은 민주당의 원조가 되고 강력한 정부를 주장한 해밀턴은 공화당의 원조가 되어 미국 정치철학의 양대산맥을 이룬다. 또한 자신이 낸 세금이 부도덕한 전쟁에 쓰이는 것을 거부하기 위해 납세거부를 한 문필가 소로우는 시민불복종 원리를 통해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2.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추구되는 '자유에 대한 예찬'은 창조적으로 승화되어 뜻하지 않게 사회에 이바지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유에 대한 예찬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은 건국시기 99퍼센트 이상의 시민이 개신교였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의 자유가 가장 기본적인 자유라는 이유로 개신교를 국교로 정하지 않은 사건이다. 이것은 서구 역사상 획기적인 일로서 개인에 대한 자유의 보장이 사회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미국의 신념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넓은 농장에 따로 떨어져 사는 주거환경은 독립성과 자주성을 길러주었고, '미란다 원칙'은 정당한 절차 없이 개인의 자유를 박탈할 수 없다는 그들의 가치관을 드러낸다. 그리고 자유에 대한 예찬은 자유시장의 원리로까지 이어져 미국 경제의 초석이 되었다.

3. 귀족들이 지배하던 계급적인 유럽사회를 부패한 구세계로 보고 계급적 갈등이 없는 신세계로 이주해온 미국인들은 자연스럽게 '평등주의'를 실천하게 되었다. 이러한 그들의 가치관은 소비패턴에도 그대로 이어져 미국의 보통 사람들은 호화 사치품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평등주의는 서유럽보다 수십년 앞서 보통선거를 실시하게 된 저력의 바탕이 되었으며, 평등하게 열린 교육으로 인해 사회에 대한 계급적 불만이나 계층적 위화감마저 완화시키는 기능을 했다.

4. 미국인들은 개척생활에서 이질적이고 독립적인 개개인을 묶어놓을 수 있는 사회적 규범이 상호 합의에서 도출된 법률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 결과 고도의 '법치주의' 사회를 이룩했다. 개개인의 삶은 자유분방하되 그들의 사회적 행위는 법을 지킨다는 것이 미국인의 기본적 삶의 태도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스캔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된 것도 한 유명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법을 어기고도 은폐하려한 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요람에서부터 무덤에 이르기까지 부패에 익숙해있는 우리로서는 이 얼마나 부러운 법치주의적 전통인가!

5.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이고 따라서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다문화가 인정되기에는 실로 많은 역정과 분쟁의 길을 걸어야했다. 하지만 다문화주의적 사회로의 변신은 지난 세월동안 미국이 이루어놓은 변화 중에 가장 훌륭한 것이었다. 그것은 과거 고정관념화되었던 인종의 장벽, 편견, 차별을 넘어 한 인간을 소속된 배경이 아닌 개인의 개성과 능력으로 평가하려는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던 것이다.

6. 1950년대까지 미국 문화의 가장 중심적 원리는 '퓨리턴(청교도) 정신'이었다. 퓨리턴의 엄격성은 시간을 지키는 관습이나, 정직함, 근면성을 발달시킴으로써 직업 윤리를 한층 강화시키고 미국인들의 생활 방식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다. 또한 청교도적 정신의 유산으로 꼽을 수 있는 사회봉사 정신과 세상의 모범이 되겠다는 신념은 검약과 미덕을 그들의 미덕으로 삼게하는 순기능을 하였다. 하지만 퓨리턴의 엄격성은 마녀재판이라는 사회적 히스테리로 변질되기도 했으며 세계를 선악으로 구분함으로써 자신들의 우월성을 드러내게 하기도 했다.

7. 미국인들에게 '서부'는 이민시대와 개척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낭만의 대상이기도 하며 자신들의 독특한 기질을 형성한 요인이기도 하다. 터너(F.J. Turner)는 미국 문화의 형성에서 '개척정신'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강조하였다. 서부야말로 미국인의 기질을 조성하고 역사를 움직인 핵심적 요소라는 것이다. 즉 서부의 존재로부터 오늘의 미국인을 있게 해준 진취적·민주적·실용적·낙천적 기질들이 굳어졌다고 한다.

8. 미국인들은 '실천가'이지 '사유자'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그들은 탁상공론 같은 복잡한 철학을 싫어하고 확실하게 행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미국인들의 기질은 검증되지 않은 것은 믿지도 말라는 그들의 '실용주의'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실용주의는 미국의 외교와 경제 분야에도 그대로 그 전통이 이어져 '불개입주의'와 뉴딜정책 등을 탄생시켰다.

9. 오늘날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쥐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과학과 기술에 대한 그들의 신뢰'에서 비롯된다. 개인의 창의력과 능률을 존중하는 미국의 사회 풍토는 새로운 기술 혁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실험정신과 더불어 미국을 세계의 선두에 자리매김했다. 비록 맨허튼 프로젝트처럼 실험 정신이 세계평화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온 사례들도 있지만 말이다.

10. 미국인들이 동양인들과 가장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엄격한 시간관리와 직설적 표현, 그리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매너들이다. 에드워드 홀은 미국인들의 시간관이 '미래지향성'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시간 엄수의 관념이 강하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 그들의 진취적 기상을 강화시켰다고 본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동양이 언어의 주변 정황과 문장의 맥락에서 의미를 이해하는 반면에 미국은 말의 정확한 표현에서 상대방의 뜻을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권위를 싫어하고 일을 상식과 실용적 시각에서 처리하기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은 행동에 있어서도 비형식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10가지 코드들이 어떻게 미국인의 행동양식을 형성했는가를 미국의 독특한 사회적 환경과 역사적 맥락에서 살피고 있다. 오늘의 미국인들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 그들의 모든 행동과 사유를 결정하는 요인들, 즉 미국의 정체성을 우리는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도대체 미국이 뭐길래 이 땅 위에 홀로 남은 수많은 기러기 아빠들이 애틋한 부성애를 가슴에 묻고 달 기우는 먹자골목에서 배회하는가? _p.4

집단주의적 논리에 익숙한 우리 나라 같은 곳에서는 ‘개인주의’라는 말을 나만 생각하고 단체의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얌체족 같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이해하는 ‘개인주의’라는 것은 난의 주장도 내세우지만 타인의 취향도 존중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포함한다. _p.9

말하자면 미국의 농장은 모두 외딴 집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그러므로 경찰이 가깝게 상존하여 치안유지가 잘 되는 도시에서는 총기휴대를 금지하라고 아우성이지만, 외딴 집이 띄엄띄엄 있는 농촌의 주거형태에서 미국인들은 자기방어의 차원에서 무기 휴대를 절대 포기하려 들지 않는다. 이런 주거환경은 미국인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길러주었다. _pp.18

왜 미국에 고가의 제품이 생산이 되지 않느냐 하면, 미국인들이 그런 것을 안 사기 때문이다. 요즈음의 고가제품은 옛날 귀족들이 사용하던 물품의 품격을 화폐로 파는 것이다. 고가의 디자이너들은 바로 이런 이미지를 판매 타깃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런 판촉 작전이 미국에는 안 먹어 들어간다, 호화 사치품에 연연해하지 않는 성향은 예로부터 미국인들은 귀족들이 지배하던 계급적인 유럽사회를 부폐한 구세계로 보았고, 자기들은 타락한 구세게를 떠나 신세계로 이주해서 계급적 갈등이 없는 더 좋은 사회를 세운다는 자긍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 갑부나 할리우드 스타들은 유럽의 명품을 사용하겠으나 미국인 대다수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귀족같이 호화스럽게 뽐내는 생활에 목말라하지 않는다. 갈망하지 않으니까 다른 사람이 과소비를 한다고 성토할 이유도 없다. _pp.24~25

다문화주의적 사회로의 변신은 지난 반 세기 동안 미국이 이루어놓은 변화 중에 가장 훌륭한 것이었다. 그것은 몇 백년 동안 고정관념화됐었던 인종의 장벽, 편견, 차별을 넘어 한 인간을 소속된 배경이 아닌 개인의 개성과 능력으로 평가하려는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 결과 미국 사회는 예전의 인종차별적 양상이었던 많은 부분을 고쳐나갔다. _pp.5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