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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대의절대사상029-에크리 (e시대의 절대사상 029)
김석 지음 | 2007년 11월 20일
브랜드 : 살림인문
쪽수 : 295 쪽
가격 : 11,900
책크기 : 사륙판
ISBN : 978-89-522-07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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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에크리』를 체계적으로 해설한 책. 국내 최초 라캉 전공자의 꼼꼼한 글쓰기가 돋보인다.

들어가는 글: 『에크리』를 효과적으로 읽기 위해





1부 구조주의 시대와 『에크리』
1장 내가 본 『에크리』
내가『에크리』를 만나기까지
『에크리』의 중요성과 특징
2장 라캉과 『에크리』
자크 라캉은 누구인가
『에크리』의 시대적 배경





2부 『에크리』의 구조와 핵심 사상
1장 『에크리』의 구조와 주요 내용
『에크리』의 구조와 구성
『에크리』의 주요 내용
2장 『에크리』의 핵심 사상
상징계와 주체: 언어는 무의식의 조건이다
시니피앙 논리/ 상징계/ 시니피앙의 주체
오이디푸스콤플렉스와 주체
오이디푸스콤플렉스의 세 단계/ 부성 은유와 무의식 주체의 탄생/ 은유와 환유
상상계와 자아
거울 단계와 상상계/ 자아 형성과 기능/ 상상적 동일시와 상징적 동일시
주체 분열과 진리 개념
주체 분열의 논리/ 진리 개념
대타자와 무의식
대타자와 소타자/ 대타자와 무의식
욕망과 말
욕구, 요구, 욕망/ 욕망의 인정과 인정의 욕망/ 욕망의 그래프
남근과 성차
남근이란 무엇인가/ 남근과 성차
임상과 세 가지 정신 구조: 정신병, 신경증, 도착증
정신병/ 신경증/ 도착증
실재, 주이상스, 승화
실재란 무엇인가/ 주이상스/ 승화
정신분석과 과학

“읽을 수 없는” 책
자크 라캉은 정신분석이론 연구로 전후 프랑스 정신분석과 구조주의 철학을 대표하는 선두주자가 된다. 그렇지만 그의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1980년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 강연에서 “여러분이 라캉주의자라면 나는 프로이트주의자입니다.”라고 말한 그였지만, 박사 학위논문을 프로이트에게 보냈을 때 프로이트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했다. 또한 1936년 국제정신분석협회(IPA)에서 ‘거울단계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는 IPA 회장이던 어니스트 존스의 제지로 중간에 중단되었고, 라캉은 회의장을 떠났다. 이후 1938년 파리정신분석학회(SPP)의 정회원이 된 라캉은 IPA에 의해 교조화되고 변질된 프로이트주의를 혁신하고자 ‘프로이트로의 복귀’를 주장하면서 평생 IPA와 투쟁한다.
1966년 󰡔에크리󰡕가 출판되었다. 이 책은 전성기의 라캉이 직접 쓰고 편집한 유일한 책이다. 이 사건이 있었기에 라캉은 프랑스를 넘어 세계 지성계를 이끄는 새로운 거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라는 개념을 통해 라캉이 왜 무의식의 본성을 언어적 구조로 설명하면서 욕망을 중시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라캉 이론의 종합적 구축물이다.
“문체는 그 사람 자신이다.”라는 신탁과 같은 경구로 시작하는 󰡔에크리󰡕는 라캉 스스로 “읽을 수 없는” 저서라고 평할 만큼 난해한 이론과 문체를 담고 있다. 900여 쪽을 넘는 두툼한 부피, 곳곳에서 해석을 방해하며 독자를 골탕 먹이는 꼬일 대로 꼬인 애매한 문장들, 잘 쓰지 않는 어려운 단어들의 현학적 나열, 지나치게 화려하면서도 때로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문체는 기이한 행적으로 널리 알려진 라캉 자신과 꼭 닮았다.
보통 텍스트를 읽는 독자는 저자의 의도와 핵심 개념 및 텍스트의 구조를 분석하고자 애쓰지만, 라캉이 노리는 것은 마치 소크라테스의 질문들처럼 텍스트가 독자에게 남기는 사후적 흔적과 의미의 분산 효과들 자체이다. 구어와 문어의 차이를 철저하게 구별했고 문어보다는 말의 즉자성과 진리 효과에 무게를 둔 라캉은, 글의 저자조차도 배제하는 텍스트 자체의 무게와 독립적인 문체의 힘을 염두에 두었다. 성경에 감춰진 비밀과 숨은 의미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무한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듯, 󰡔에크리󰡕도 텍스트로 머무는 게 아니라 독자의 ‘욕망’에 따라 무한한 재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독자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여주는 ‘요술 거울’. 어쩌면 라캉이 말하는 “읽을 수 없음”이란 이를 뜻하는 게 아닐까.





국내 최초 라캉 전공자가 풀어쓴 『에크리』 해설서
많은 사람들이 라캉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부분 다른 사람이 라캉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예를 들어 슬라보예 지젝이나 브루스 핑크 같은 학자의 눈으로 걸러진 라캉을 보고 라캉을 언급해온 게 사실이다. 그들이 비록 라캉 해석의 대가라곤 하나, 해석의 방향이 결정된 텍스트는 라캉을 박제화할 수 있는 위험을 언제나 안고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영미권에 소개된 라캉을 재수입하는 수준을 넘어 라캉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안내자가 필요했다.
프랑스 8대학에서 라캉을 공부한, 그래서 국내 최초의 라캉 전공자로 봐도 무방한 저자 김석이 『에크리』 해설서를 집필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저자는 라캉이 남긴 유일한 저작이자 라캉 이론의 핵심인 『에크리』의 프랑스어 원본을 직접 참고해 이 책을 썼다. 서술의 중점은 라캉의 사유를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해설하는 것에 두었다. 국내의 경향이 라캉 이론의 응용(영화, 문학, 연극 같은 예술 분야 비평)에 편중되어 라캉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관심을 덜 써왔다는 진단에서다. 저자는 다음의 10가지 개념으로 라캉의 󰡔에크리󰡕를 균형감 있게 해설한다. 1)상징계와 주체 2)오이디푸스콤플렉스와 주체 3)상상계와 자아 4)주체 분열과 진리 개념 5)대타자와 무의식 6)욕망과 말 7)남근과 성차 8)임상과 세 가지 정신 구조: 정신병, 신경증, 도착증 9)실재, 주이상스, 승화 10)정신분석과 과학.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라캉의 주체 개념이다. 마지막까지 주체라는 개념을 버리지 않은 라캉은 주체와 상징계의 관계에 욕망을 위치시키고 욕망의 윤리를 강조함으로써 여타의 구조주의자들과는 다른 특이성을 보였다. 또한 라캉은 ‘말하는 주체’라는 개념으로, 프로이트가 무의식의 지형학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인간 정신의 구조에 대한 보완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언어 구조를 중시함으로써 스스로 프로이트주의자라고 하면서도 프로이트를 넘어서려 했던 것이다. ‘주체 개념’은 라캉을 라캉이게 하는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하지만 그간 국내에서는 이 개념에 대한 세밀한 논의가 부족했다.
라캉 이론의 핵심이지만 “읽을 수 없는” 책이기도 한 『에크리』를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풀어썼다는 점, 라캉을 이해하는 데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었다는 점, 라캉 번역 용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라캉을 이해하는 첫 번째 텍스트’로 불릴 가치가 충분하다.





책 속으로
성경은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서술되어 있지만 텍스트에 감춰진 비밀과 숨은 의미는 텍스트와 일체가 되어 그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그리고 성경에서 자주 사용되는 비유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무한정 가능하게 한다. (중략) 텍스트는 텍스트로 머무는 게 아니라 ‘나의’ 욕망의 언어로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 『에크리』가 던지는 메시지이다. (중략) 『에크리』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요술 거울이라 할 수 있다. - 29쪽
(라캉은) 무의식의 실체가 성적 리비도의 흐름과 억압이 아니라 언어적 구조라고 설명한다. - 54쪽
충동들이 겨냥하는 부분 대상들은 충동의 최종 목표가 아니다. 충동 자체는 계속되는 순환을 통해 만족을 누리는데, 그 중심에는 영원히 잃어버린 대상에 대한 욕망 즉 결여가 놓여 있다. 충동이 겨냥하는 것은 상징계를 넘어서는 실재이다. - 56쪽
라캉에게 욕망의 주체와 무의식의 주체는 동의어이다. -88쪽
(정신) 분석은 치료나 행복을 목표로 삼는 게 아니라 욕망의 진실에 눈을 뜨고 자신의 결여를 적극적으로 떠안는 윤리적 태도와 관계되기에 언제나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90쪽
(신경증, 도착, 정신병) 세 임상 구조는 동시에 인간 정신의 가장 근본적인 세 구조에 상응한다. 세 분류는 정신적 장애와 현상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모든 말하는 주체가 겪게 되는 세 가지 구조적 양상이며, 혼재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90쪽
주체는 상징계를 통해 존재성을 획득하면서도 동시에 잃어버리기 때문에 그것이 욕망의 형태로 지속되는 것이다. -100쪽
여성성은 결국 미지의 영역, 신비의 영역이 되는데 거세에 의해 편성되는 상징계의 질서를 벗어나기에 상징화도 불가능하다. 성적 비대칭성은 나중에 “성관계는 없다.”라는 유명한 명제로 라캉에 의해 정식화된다. 결국 여성성의 문제는 상징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주이상스의 문제와 연결된다. -106쪽
언어는 주체를 상징계에서 의미로 출현시키면서 그 이면 효과로 주체 분열을 발생시키는데, 그 결과가 첫 번째 과정인 소외이다. 그러나 주체는 소외에 매몰되지 않고 분열 속에서 결여로 남게 되는 잃어버린 대상을 분리함으로써 자신을 주체로 생산하게 되는데 이것이 분리의 의미이다. 주체는 분리라는 능동적 과정을 통해 자신을 욕망하는 존재로 확립한다. -111쪽
욕망이 언어의 장소인 대타자에 대한 관계에 의존하지만 대타자 역시 결여된 존재이기에 욕망은 최종적으로 만족의 불가능성에 직면한다. 여기에서부터 그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죽음 충동이 주체를 엄습한다. 그러므로 욕망은 주이상스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상징계는 주체가 벗어날 수 없는 한계이며, 절대적 주이상스에 도달한다는 것은 말하는 주체에게는 불가능하다. -111~1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