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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5)
로버트 프로스트 지음 | 이상희 옮김 | 수잔 제퍼스 삽화 | 2013년 1월 25일
브랜드 : 살림어린이
쪽수 : 40 쪽
가격 : 10,000
책크기 : 228*265
ISBN : 978-89-522-2246-6-77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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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행복한 아침독서_어린이 추천도서
“어스레한 저녁, 잠시 멈춰선 숲가에서 계절이 말을 걸어온다.”
'가지 않은 길' 작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와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가 수잔 제퍼스의 그림이 선사하는 겨울 숲의 보석 같은 아름다움!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시선과 깊이 있는 어른의 사유가 공존하는 책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전해지는 가슴 먹먹한 자연의 아름다움

동요나 동시에 익숙한 어린이들에게 어른의 생각이 담긴 시를 소개하기란 쉽지 않다. 고차원적인 시의 상징과 비유를 해석하기도, 철학적인 내용을 이해하기도 어린이로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동시를 졸업해야 할 어린이가 처음 접하는 시로 프로스트의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를 소개해 주는 것은 어떨까? 이상희 시인이 친근한 말투로 번역한 시와 소박하고도 담담한 화자의 시선을 쏙 빼닮은 수잔 제퍼스의 그림은 프로스트의 시를 감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는 로버트 프로스트와 수잔 제퍼스라는 대표적인 자연친화적 작가 두 사람이 만나서 완성한 걸작이다. 짧은 시가 담긴 그림책 한 권에 긴 여운과 깊은 생각, 순수한 기쁨이 모두 녹아 있다. 프로스트 특유의 친구에게 말하는 듯한 친근한 화법은 어렵지 않게 독자에게 다가가 시 속에 담긴 삶의 철학을 전해준다. 이들의 작품 속에는 겨울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자연이 가르쳐주는 것들, 이를 테면 풍요로움, 깊음, 장엄함, 질서 등 모든 아름다운 가치가 녹아 있다.
수잔 제퍼스는 어릴 적 눈보라를 관찰하던 호기심 넘치는 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작가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리면서 머물렀던 웨스트체스터는 눈 덮인 풍경이 곳곳에 그림같이 펼쳐지는 곳이었다고 한다. 과하지 않은 절제된 시선으로, 화자가 시선을 옮길 때마다 그림도 따라서 시선을 옮긴다. 이 절묘함이 독자로 하여금 마치 겨울 숲가에 서 있는 것 같고, 화자의 생각이 마치 내 생각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눈 덮인 숲에서 먹을 것을 찾지 못해 굶주렸을 숲속의 동물들을 위해 건초와 곡식을 듬뿍 뿌려두고 떠나는 장면에서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씨가 전해져 나도 모르게 흐뭇해진다.
여백을 잘 살린 글 배치에 섬세한 묘사가 더해져 시와 그림을 음미할수록 찻잎에서 은은한 향이 우러나듯 감동을 더해간다. 시끌시끌한 버스 안에서든 따뜻한 난로 앞에서든, 어느 공간에서 책을 펼치든지 독자들을 눈 덮인 고요한 숲가로 데려갈 것이다. 책을 펼치면 시와 그림에 매료되고 책을 덮으면 아련한 여운이 가슴을 울린다. 다 읽고 나서 눈보라 가운데로 다시 들어가기 전, 어스름이 깔린 숲가에 멈춰선 그 짧은 순간의 고요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깨닫는 것은 덤으로 받는 선물이다.

자연을 닮아 가장 순수한 고전적 시인으로 꼽히는 로버트 프로스트
소유하지 않아도 만끽할 수 있는 자연과 소박한 삶의 기쁨을 노래하다

‘가지 않은 길’로 잘 알려져 있는 로버트 프로스트는 농장에서 생활한 경험을 살려 소박한 농민과 자연을 노래해 현대 미국 시인 중 가장 순수한 고전적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에 실린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역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시로, 숲과 호수가 있는 농가에 사는 화자를 내세워 겨울 숲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이 숲이 누구네 숲인지 / 난 알듯 해 / 숲 주인은 마을에 집이 있어서 / 내가 지금 여기 멈춰 선 채 / 눈 덮이는 자기 숲 바라보는 것도 모를 테지 / 내 어린 말은 이상하게 여길 거야 / 농가도 없는 데서 이렇게 멈춰 선 것을 / 한 해 중 가장 어두운 저녁 / 숲과 꽁꽁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서서 / 어린 말이 방울을 딸랑이며 / 무슨 일이냐고 묻네

어스레한 저녁, 나이든 농부가 어린 말이 끄는 마차를 몰고 먼 길을 가던 중 문득 숲가에 멈춰 선다. 이 숲의 주인은 다른 사람이지만 농부는 깊어가는 숲의 고요함에 기대어 잠시 쉬었다 가려는 모양이다. 어린 말은 영문 모를 멈춤에 자못 당황한 듯 고개를 털며 방울 소리를 낸다. 언젠가 이 멈춤의 가치를 저 어린 말도 알게 될까?

말방울 소리 말고는 스쳐가는 바람 소리뿐 / 폴폴 날리는 눈송이 소리뿐 / 숲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어둡고 깊지만 / 난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 잠자리에 누우려면 한참 더 가야 하네 / 한참을 더 가야 한다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고요를 즐기며 마냥 머물고 싶을 법도 한데, 농부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숲은 지극히 아름답고, 이곳을 벗어나면 곧장 눈보라가 몰아칠 테지만 농부는 다시 길을 떠난다. 프로스트가 말하는 자연은 꼭 소유하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기쁨이고, 프로스트가 말하는 삶이란 쉼 없이 계속 살아가겠다는 약속이다. 욕심 부리지 않고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 프로스트는 이 시를 통해 삶의 작은 기쁨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유년기의 눈보라 치는 겨울을 섬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화가
수잔 제퍼스가 마음을 담아 그려낸 풍경 그 이상의 그림

화가는 어떻게 세상을 관찰할까? 책의 마지막에 실린 그린이 수잔 제퍼스의 말에 이런 내용이 있다. ‘사실 우리 어머니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은 사물을 관찰하는 방법이었어요. “저 나무 그늘은 무슨 색이지? 파란색? 청록색? 보라색?” “저 구리 주전자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부분은 어떤 형상(꼴)이지? 타원형? 정사각형? 마름모(꼴)?” 어머니는 내게 곧잘 이렇게 물었지요. 어머니는 내게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는 법을 가르쳐 주셨던 거예요. 이미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 겨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아름답다.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의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 수잔 제퍼스가 선사하는 겨울 풍경이 마치 직접 찾아간 것처럼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종이여백의 하얀색과 흑연의 검정색만으로 살아 있는 겨울 숲을 그려내는 수잔 제퍼스의 솜씨는 탁월하다. 거기에 온통 하얀 눈으로 덮인 세계이지만 너무 밋밋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마차와 담요, 그리고 노인만을 절제된 색으로 칠해 놓았다.
바람 소리만 들려오는 고요한 숲속. 눈송이가 내리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이 조용한 숲이 오늘은 낯선 손님의 방문으로 부산하다.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노라면 그제야 풀숲에 숨어있는 다람쥐, 노루, 토끼가 보인다. 옹기종기 모여서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농부를 바라보는 숲속의 작은 동물들. 새들과 올빼미는 소리 없이 농부 주변의 나뭇가지로 날아들고, 아이처럼 눈밭에 누워 한껏 팔다리를 버둥거린 자리에는 날개 달린 천사가 흔적을 남긴다. 경계심 많은 담비는 마차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서있지만 농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잔 제퍼스는 어릴 적부터 시골의 겨울 풍경에 친숙한 화가로, 온통 하얗기만 한 세상에 어떤 모습들이 감춰져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풀거리며 어깨 위로 내리는 눈송이, 썰매를 타고 노는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과 금세라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장엄한 눈보라까지, 환상적이면서도 따뜻한 분위기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겨울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잔 제퍼스의 그림이 얼마나 자연과 닮아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