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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이야기 (살림지식총서 533)
이지형 지음 | 2015년 10월 16일
브랜드 : 살림지식총서
쪽수 : 108 쪽
가격 : 4,800
책크기 : 120*190
ISBN : 978-89-522-3229-8-0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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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술자리의 수다처럼,
시종일관 유쾌하고 재미있는 소주 이야기!
소주는 과연 우리가 아는 소주인가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는 ‘살림지식총서’가 이번에는 ‘소주’로 눈을 돌렸다. 만 18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술. 술에도 ‘국민’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다면 감히 ‘국민 술’이라 칭해도 부족하지 않은 게 바로 소주다. 실제로 ‘술’ 하면 소주를 첫 번째로 떠올린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소주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술이다. 힘들거나 즐거운 일이 있을 때 찾게 되는 오랜 친구처럼, 늘 곁에 머물러 있는 술이 바로 소주다.
그런데 이처럼 우리가 자주 찾고, 즐겨 마시는 소주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소주병에 담긴 맑은 액체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언제부터 우리가 이토록 소주를 즐겨 마시기 시작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는 소주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소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소주’가 맞을까? 우리는 정말 소주를 알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미처 몰랐던 소주의 사생활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소주는 소주가 아니다’라는 다소 엉뚱한 명제로 『소주 이야기』의 첫 잔을 따른다. 이 말인즉슨, 현재 우리가 흔히 마시는 소주는 전통 방식으로 제조되는 ‘증류식 소주’가 아닌 ‘희석식 소주’라는 것이다. 우리는 사전적․전통적 의미의 진짜 ‘소주(燒酒)’가 아니라 주정(酒精)을 물에 희석해서 만든 가짜 ‘소주(燒酎)’를 그간 마시고 있었던 셈이다. 놀라운 건 이러한 사실은 앞으로 한바탕 이어질 ‘소주 이야기’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다음 잔, 그리고 다음 잔…… 술자리에서 수다와 건배 제의가 끊이지 않듯, 저자는 소주에 관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풀어놓는다.
이 책엔 소주를 만드는 방법에서부터 제조 공정을 둘러싼 다양한 비화(秘話), 모델로 보는 소주 광고의 변화와 시대의 아픔을 위로했던 소주의 역할, 막소주의 의미, 폭탄주와 관련한 해프닝, 해장국과 삼겹살 등 듣기만 해도 소주 한잔이 그리워지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우리가 미처 관심을 가질 틈이 없었던 소주의 은밀한 사생활에 대한 맛깔 나는 이야기들이 말이다.

감칠맛 나는 입담에 담긴 소주와 사람에 대한 애정
저자의 입담은 그가 들려주고자 하는 소주 이야기에 감칠맛을 더한다. 소주와 궁합이 맞는 안성맞춤의 안주처럼. 그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다. 술자리에서 듣는 유쾌한 옛날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다. 실제 애주가이기도 한 저자의 이러한 입담은 소주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말한다. 삶의 응어리를 푸는 데에는 소주만한 처방이 없다고. 무엇보다 소주는 그 오랜 세월 동안 우리 곁에서 누구보다 좋은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느냐고. 결국 소주를 누군가와 함께 나눈다는 것은, 맨 정신으로는 고백할 수 없는 깊은 정을 나누는 것이다.
이 『소주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될 소주의 속성은,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되지만 적당하면 약이 되고 위로가 되는 우리네 인생을 닮아 있다. 우리는 소주를 마시고, 소주를 통해 사람과 인생을 배운다. 그러면서 더욱더 삶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이 책은 소주라는 술을 통해 사람과 삶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연서(戀書)인 셈이다.
들어가며
이것은 소주가 아니다
가짜 소주 제조법
선술집 풍경
순수 또는 섹시
소주 전쟁
막소주
폭탄
해장국과 삼겹살
몽골의 추억
나가며
어찌 보면 막걸리에 비해 훨씬 독한 이 소주라는 술은, 태생적인 역사적 비애를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건 증류식/희석식의 구분을 무색하게 하는 내밀한 일이기도 할 텐데 여기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이런 사연이다. 독주(毒酒)는 원래 추운 지방의 술이다. 러시아 사람들이 보드카를 훌훌 마시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몸속 피를 잘 돌게 해 추위를 이겨내려는 삶의 지혜이기도 하다. 같은 이유로 한반도의 북부 지역 사람들 역시 독한 술을 선호했다. 그 지역에서 소주가 인기를 얻는 일은 불가피했다.
남쪽은 따뜻하다. 독한 술이 쉽게 들어가겠는가? 햇볕 쨍쨍한 여름날 알코올 도수 40도짜리 술을 들이켠다고 해보라. 몸속의 피가 빨리 돌아 아마 음주자를 길바닥에 쓰러뜨리고 말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자주 먹던 술은 막걸리였다. 그게 아니라면 막걸리를 한 번 거른 약주 정도다.
그러다 비극이 있었다. 한반도에 전쟁이 나고, 북쪽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때론 이념을 위해, 사실은 그보다 생존을 위해 남쪽으로 향했다. 실향민이 되고 말았다. 그들 실향민의 상심(傷心)을 어루만질 수 있는 건 무엇이었을까? 소주는 치유하기 어려운 그들의 상심을 순간적으로나마, 빠르게 마비시켜주는 약(藥)이었다. 게다가 막걸리와 약주가 대세인 남쪽에서, 잃어버린 고향의 체취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해주었다. 이른바 향수(鄕愁)를 달래주는 수단이었다. 20세기 중반의 현대사를 관통한 소주는 피난민의 술이자 실향민의 술이었다. 비교할 수 없이 강한 농도의 애환과 소주가 결합하는 순간이었다.
_pp.31-32

해장……. 장(腸)을 풀어준다(解)고 해장이라 표현한 것일까? 그건 아닌 모양이다. 해장국의 원래 이름은 해정국이었는데, 그 단어가 변한 것이라 한다. 해정(解酲)은 숙취를 풀어준다는 뜻이다. 한자 ‘정(酲)’은 숙취를 뜻한다. 술에 취한 상태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을 풀어주든, 숙취를 풀어주든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숙취로 피로해진 우리 몸의 내장 기관을 다스려준다는 의미의 ‘해장’ 역시 딱히 틀린 표현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넓게 보아 ‘속을 풀어주는 국’이라 해석하면 그만이리라. 어느 쪽이든 이 해장국이란 음식은 그 이름에 재료도, 조리법도 나타나 있지 않다. 그저 용도만 표시하고 있을 뿐이다. 숙취를 풀어준다고 하는, 이 음식의 용도가 중요한 것이다. 재료도 조리법도 중요하지 않다. 어떤 재료를 쓰든, 어떤 조리법을 적용하든 술 취해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사람을 정신 차리게 해주기만 하면 된다.
길거리 식당가를 한번 둘러보시라. 모르긴 해도 해장국 간판을 내건 음식점이 적어도 한두 개는 포함돼 있을 것이다. 해장국은 지역을 가리지 않는 그야말로 전국구 음식이며, 유행을 타지 않는 전천후 음식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속을 풀고 싶었기에 해장국이란 기상천외한 이름의 음식이 생겨나고, 그 면면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일까?
따지고 보면, 그게 다 소주 때문이겠지만.
_pp.8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