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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마흔 고독한 아빠
이시다 이라 지음 | 이은정 옮김 | 2019년 1월 25일
브랜드 : 살림
쪽수 : 404 쪽
가격 : 14,000
책크기 : 136*202
ISBN : 978-89-522-3994-5-0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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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삶, 작가의 일
좋은 아빠도 되고 싶고 인기 작가도 되고 싶은
만년 1쇄 아빠와 의젓한 아들의 성장일기
이시다 이라의 자전적 이야기
중년 남성의 성장소설
이시다 이라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일면을 그리는 작가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예리하게 분석해 각 분야에 정통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탈법 약물, 가상화폐 문제, 개인정보 장사, 혐오 발언 등 생생한 실제 사건과 사회 현상을 작품에 반영해왔다. 현장의 목소리를 성실하게 전하는 그의 작품은 동시대 독자의 공감과 성찰을 자아낸다. 왕성한 창작력으로 추리, 애정, 범죄, 청춘 소설을 넘나드는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이는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반영한 자전적 소설을 선보인다.
『텅 빈 마흔 고독한 아빠』는 이시다 이라가 2008년 마이니치 신문 일요판에 연재한 소설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아내를 사고로 여의고,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살면서 소설을 쓰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가족소설이면서 동시에 마흔을 목전에 둔 남자의 성장소설이다. 작가는 ‘다른 길로 바꿀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는 상태’에 직면한 중년의 불안하고 고독한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남자는 다들 약하다고 생각해. 자신이 진짜 곤란에 처해 있거나 고민이 있으면 아무한테도 말 안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거든. 그러니까 아슬아슬할 때까지 참다가 어느 날 갑자기 툭 하고 부러져버려. 40~50대 남성의 자살 원인은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라 외톨이에다가 마음을 보이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다고 생각해.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가까이 있는데 말이야.” -본문 중에서

마치 친구의 등을 넌지시 밀어서 용기를 북돋우는 것처럼, 이시다 이라가 담담하게 전하는 이야기는 독자에게 은근한 위안을 준다. 고헤이 가족의 잔잔한 나날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질 것이다.

깨알 관전 포인트!
문학상을 둘러싼 출판계 뒷이야기
“칫치는 나다. 나 자신과 가까운 주인공을 쓴 것은 처음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문학상 후보에 오른 소설가 고헤이는 내일모레 마흔이다. 이 소설을 쓴 작가 이시다 이라 역시 마흔셋에 『4teen』으로 나오키상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문학상의 행태, 문단 권력, 작가들의 경쟁, 책 판매의 영리와 편집자와 소설가의 관계까지 출판계 속사정을 엿볼 수 있는 잔재미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런 재미는 작가이기 때문에 표현 가능한 영역이며, 특히 작가 지망생 독자에게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제1장 | 009
제2장 | 095
제3장 | 205
제4장 | 291
고헤이는 스스로도 자신이 어떻게 계속 글을 쓸 수 있는지 이상하고 신기할 때가 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편집자가 새로운 연재나 원고 의뢰를 해온다. 도시적이고 섬세한 문체, 부드러운 유머에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인생의 쓴맛과 슬픔을 한 방울 떨어뜨린 작품 성향. 고헤이는 10년 동안 ‘히트 예감’ 작가라는 말을 계속 들어왔다. 그리고 만년 베스트셀러 미만이라는 속 편한 자리에 익숙해져버렸다. 기복 따위 있을 리 없다. 출판계는 그런 그에게도 어떻게든 살 수 있게 안식처를 제공해준다. 양극화 사회라고 하지만 책의 세상은 결코 돈이 전부는 아니다.
그런 넓고도 좁은 출판계의 한 귀퉁이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만 쓰며 생활할 수 있다. 크게 성공할 일은 없겠지만 그런대로 행복한 인생이라고, 고헤이는 자신의 작가 생활을 그렇게 정의했다. (12쪽)

작가에게는 어딘가 비뚤어진 심사가 꼭 필요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보고 있는 것을 일부러 안 본다. 독특한 세상을 풀어놓기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24쪽)

작가는 언제 일이 없어질지 모르는 비정규직, 자유의 정점을 찍는 직업이다. 보통 비정규직은 회사원보다 두 배에서 세 배 정도 더 많이 벌어야 겨우 회사원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헤이는 분명 이 사회의 루저다. (26쪽)

글을 쓴다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중노동이다. 고헤이는 멍하게 벽의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쳐다봤다. 어느새 나이를 먹어버렸다. 소설의 불가사의한 점은 아무리 책을 많이 써도 절대로 다음 책을 쓰는 게 편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작가는 새 작품을 쓸 때마다 전 작의 한계를 극복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작가의 일상은 일에 대한 불안과 긴장으로 점철되어 있다. 평범한 회사원이라면 마흔 살에 중간 관리직으로 승진한다. 현장에서 벗어나서 편해진들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그렇지만 작가에게는 부하가 존재하지 않으며 언제나 혼자서 현장을 진두지휘한다. 그야말로 죽을 때까지 현역이다. (38쪽)

몇 번이고 다시 읽고 또 읽어 스스로도 좋은 것인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군데군데 만족스러운 장면은 있고 가끔 자신이 쓴 문장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지만, 좋다 싫다 판단할 수는 없었다. 소설을 쓰는 것은 노래를 부르는 것과 무척 닮았다. 한번 음악 세계에 빠져버리면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늘 제삼자의 평가를 기초로 판단하지 않으면 자신이 지금 서 있는 위치조차 모른다. 표현하는 이의 다양한 고민이 거기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86쪽)

편집자의 말에 그저 멋쩍은 웃음밖에 지을 수 없었다. 영업이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책은 선전을 대대적으로 한다고 팔리는 것도 아니다. 책은 상당히 개인적인 존재다. 100만 부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일본 인구 전체를 놓고 보면 독자는 100명 중 한 명도 안 된다. 팔려도 마이너에 지나지 않는 것이 바로 책의 세계다. (88쪽)

“남자는 다들 약하다고 생각해. 자신이 진짜 곤란에 처해 있거나 고민이 있으면 아무한테도 말 안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거든. 그러니까 아슬아슬할 때까지 참다가 어느 날 갑자기 툭 하고 부러져버려. 40~50대 남성의 자살 원인은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라 외톨이에다가 마음을 보이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다고 생각해.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가까이 있는데 말이야.” (341쪽)

누군가에게 자신의 가장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한다. 그것을 잘 못 하는 남자는 자신 말고도 많을 것이다. 남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을 만큼 남자들은 약하다. 고헤이는 소주를 마시며 생각했다. 자신은 소설은 쓸 수 있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본심을 털어놓은 적이 있을까. 거의 없는 것 같다. 그것은 죽은 아내에게도 마찬가지다. (3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