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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 댄서
조조 모예스 Jojo Moyes 지음 | 이정민 옮김 | 2020년 2월 14일
브랜드 : 살림
쪽수 : 688 쪽
가격 : 16,000
책크기 : 140*210
ISBN : 978-89-522-4179-5-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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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았다고 해서 모두를 밀어내버려선 안 돼.”

우리가 조조 모예스에게 기대하는 것이 이 책에 다 담겨 있다.
『미 비포 유』를 능가하면서, 또 한 번 우리 마음을 뒤흔든다!
애들은 왜 어른 말을 안 들을까? 이 유구한 질문에 육아책은 다양한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과학책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청소년이 방황하는 데도 이른바 과학적인 이유가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 모든 분석에는 한 가지 이상한 전제가 깔려 있는데, 바로 아이와 어른을 둘로 나눈다는 것이다. 조조 모예스의 장편소설 『호스 댄서』는 이 점에서 특별하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전작 『미 비포 유』가 ‘안락사’라는 예민한 화두를 로맨스로 풀어냈듯, 『호스 댄서』는 ‘방황하는 청소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지극히 소설적인 방법으로 다룬다. ‘말 안 듣는 아이와 가르침을 주는 어른’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벗어나 각각의 개인에 초점을 맞추어, 여전히 소설이라는 장르가 중요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음을 역설하는 것이다.

젊은 부부의 틈에 들어온 한 아이
헤어지려던 두 사람이 화목한 가정을 연기하다

너태샤 매컬리는 런던 사는 변호사다. ‘런던’과 ‘변호사’, 두 단어에서 연상되는 그대로 그녀는 성공한 삶을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부유한 동네에서 교양 있는 이웃들과 살며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전남편이나 다름없는 남자 맥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녀의 개인사는 꼬이기 시작한다. 일 년 동안 집을 나가 살던 맥은 두 사람의 공동명의로 된 이 집을 처분하자고 제안한다. 각자 새로운 삶을 위해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인데, 심지어 그는 집이 팔려서 돈이 생기기 전까지 이 집에 머물겠다고 말한다. 마치 공무원이 행정업무 집행하듯 이별 절차를 밟는 맥 앞에서, 너태샤는 공연히 성을 낼 뿐 그를 막아서거나 쫓아내지는 못한다.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는 어느 십 대 소녀의 등장으로 새 국면을 맞는다. 너태샤가 슈퍼마켓에 갔다가 곤경에 처한 한 소녀를 구해주면서다. 빈민가에 혼자 사는 그 소녀를 집에 데려다준 끝에, 그 집이 도둑맞은 걸 맞닥뜨린 것이다. 하필 청소년임시보호소에 자리가 없어 사라는 경찰서에 머물러야 할 상황에 놓이지만, 그것만은 안 된다는 맥의 주장에 두 사람은 사라를 잠시 맡아 돌보기로 한다. 너태샤는 생각한다. 어쩌면 이건 관계를 회복할 좋은 기회가 아닐까? 집에 아이를 들여놓았으니 억지로라도 화목한 가정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 너태샤는 맥과 함께 사라를 돌보며 자신이 꾸릴 수 없었던 관계를 잠깐씩이나마 느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라는 마음을 내주기는커녕 너태샤와 맥이 자기 삶을 방해한다고 여긴다. 학교 수업을 빼먹고 너태샤의 비상금에 손을 대기에 이른다. 결국 두 사람은 사라가 학교에 가지 않고 어디를 드나드는지 뒤를 캐게 되고, 도시 한구석에서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게 된다.

할아버지의 지시대로 두 번째로 고삐를 당기면서 두 손을 모은 채 몸을 깊숙이 숙이고 두 다리를 뒤로 살짝 붙였다. 불과 몇 분 사이에 사라는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규칙에 따라 살아야 하는 절망감과 앞으로 갚아야 할 돈, 병든 노인의 냄새를 풍기며 무력하게 침상에 누워 있는 할아버지를 보는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열심히 달리는 동안에는 오로지 부와 사라 자신만이 존재했다. 비가 내려 부옇게 변한 대기 속으로 그들의 열기가 섞여 들어갔다. 이제 사라는 고삐를 늦추어 부가 움츠렸던 몸을 펴고 긴장을 풀게 했다. 부는 더 이상 거리의 소음이나 이층버스의 위압적인 모습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본문 241쪽에서

소설만이 전할 수 있는 묵직한 메시지
아이와 어른이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길

「워싱턴 포스트」는 『호스 댄서』에 핵심적 논평을 남겼다. “마치 찰스 디킨스의 소설처럼 여러 스토리라인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절망에 빠진 인물이 사랑으로 구원받는 모습을 그려낸다.” 프랑스 출신 할아버지에게 마장마술을 배우며 꿈을 키우던 사라,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홀로 런던 외곽에서 말을 돌보며 연습하는 상황, 자신을 옥죄는 현실적 조건들을 벗어나고자 말을 달려 도망친 사라와 그 뒤를 쫓으며 자신들의 관계를 돌아보는 너태샤와 맥…….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는 이 이야기는 분명 고전 소설을 연상시키지만, 『호스 댄서』가 다루고 있는 사건과 인물은 지극히 현대적이다. 예컨대 너태샤는 아동학대 재판에 피해자 측 변호인으로 참석하는데, 이때 피해자 아이 학급 교사의 증언이 인상적이다.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아이들은 위기를 견디고 살아남을 것입니다.”
데블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이들은 좀 더 빨리 자랄 것이고 결국엔 좀 더 현명하게 성장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더 이상 어떤 것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아마 좀 더 냉소적인 사람이 되겠죠. 모든 게 또다시 무너지는 것을 기다리면서 인생을 살아가게 되겠죠. 자신의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아이를 이해하고 지원할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으로 판단할 때 대체로 부모들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세심하게 주변을 살피지 못했어요. 어찌 보면 너무 이기적인 거죠. 그러니 제가 뭘 알겠습니까? 전 부모도 아닌데요. 게다가 전 결혼도 하지 않았어요. 일한 만큼 월급 받는 직장인에 불과하답니다.”
-본문 471쪽에서

자신의 반 학생이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했을지 모르는 상황, 법정에 불려나와 증언하는 담임선생님의 말이라기에는 너무 차갑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위 대사는 우리가 속한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기에 서늘한 것이다. 『호스 댄서』의 주제의식은 바로 이 점에서 확장된다.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가 아이와 어른을 구분하여 전자가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깨달아가는 교훈을 전하는 반면, 『호스 댄서』에서는 아이와 어른의 이야기가 거울상처럼 진행된다. 선생님마저 “나는 직장인에 불과하다”고 손을 들어버리는 이기적인 사회에서, 사라와 너태샤는 각자의 꿈과 욕망을 실현하고자 각자의 난관을 극복해나가며 이내 하나의 길을 만들어낸다. 어려운 상황에도 사라는 마장마술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 나가고, 너태샤와 맥은 그녀의 공동운명체를 자처하며 결국 자신들의 관계를 회복한다.

정상가정이라는 판타지를 넘어,
새로운 시대를 위한 가족 이야기

따라서 “찰스 디킨스 소설을 연상시킨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찬사는 매우 예리하다고 할 수 있다. 개인을 조명하여 사회를 비추는 것은 소설의 본령이며, 『호스 댄서』는 이에 충실함으로써 현대의 가정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너태샤와 맥과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사라의 모습을 비춰준다. 너태샤와 맥은 그사이 아기를 낳아 기르지만, 기존의 소설이나 영화 등이 자주 보여준 소외감이 사라에게서는 보이지 않는다. 각자의 방황과 결핍을 견뎌내어 갈등을 해소한 이 ‘가족’은 계속 꿈을 추구할 뿐이다.

청소년의 방황과 입양가정이라는 소재를 매우 고전적인 형식으로 풀어낸 것은 징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새 형태의 가족이 늘어나고 수많은 아이들이 방황하는 시대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결국 개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 아닐까? 따라서 『호스 댄서』는 왜 소설이 여전히 읽혀야 하는가에 대한 우직한 대답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가 조조 모예스에게 기대하는 것이 이 책에 다 담겨 있다. 개성 있는 주인공들, 깊은 감동과 눈물 몇 방울.”
-「커커스 리뷰(Kirkus Review)」

“조조 모예스의 신작 『호스 댄서』를 읽노라면 자꾸만 디킨스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그는 여러 스토리라인을 넘나들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도시와 교외 지역을 모두 배경으로 삼는다. 그리하여 사람이 사랑만으로 구원받는 모습을 그려낸 조조 모예스의 시각은 가슴이 저릴 만큼 감동적이다.”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호스 댄서』는 모두가 좋아할 만한 작품이다. 기쁨, 흥분 그리고 셀 수 없을 만큼의 눈물이 뒤엉켜 마음을 움켜쥐는 소설을 탄생시켰다. 조조 모예스는 복합적인 이야기를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로 풀어냈는데, 독자들은 책을 덮은 뒤에도 소설 속 인물들을 오랫동안 떠올리게 될 것이다. 세대를 넘나드는 이 이야기에는 누구나 티슈에 손을 뻗어 눈물을 닦게 할 만한 감동이 있다. 단언컨대, 『호스 댄서』는 사랑하는 이에게 주저 없이 선물할 만한 바로 그 책이다.”
-「버슬(Bustle)」

“부드러운 사랑과 로맨스로 가득한 이야기!”
-「마리 클레르(Marie Claire)」

“조조 모예스는 사람 사이의 가르침과 사랑, 시간을 견뎌내는 것의 중요성을 모험소설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한다.”
-「북 리스트(Book List)」

“첫 장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클래식한 매력의 놀라운 소설!”
-「데일리 익스프레스(Daily Express)」
기수들의 정돈된 이미지와 품위 있는 승마 공연은 흠잡을 데 없었지만 카드르 누아르의 생활은 정신적・육체적 평가가 끊이지 않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앙리 라샤펠은 날마다 기진맥진한 기분이 들었고, 강사들의 끝없는 지적과 말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곡예를 망쳤다는 무력감 때문에 눈물을 흘릴 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본문 17쪽에서

너태샤는 거의 매일 그런 애들을 보았다. 난민을 비롯해 문제아들, 쫓겨나거나 방치된 청소년, 칭찬이나 지지, 포용 같은 단어를 알 길이 없는 십 대들. 그런 아이들의 얼굴은 너무 일찍 철면피가 되었고, 그들의 마음은 철저히 생존 본능에 따라 움직이도록 굳어져 있었다. 너태샤는 거짓말하는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예를 들면 부모가 자신을 학대하는 것은 집에서 함께 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여자애들, 성년이 될 무렵에 자라는 까칠하고 텁수룩한 수염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데도 열한 살이나 열두 살이라고 우기는 망명 신청자들. 하지만 진정성 없는 뉘우침과 비행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구조 속에서 그 애들이 범죄에 빠지기란 어렵지 않았다.
-본문 49쪽에서

“소뮈르의 옛 친구 자크 바르쥐한테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카드르 누아르에서도 이제 여자 둘을 받는다는구나. 지난 수백 년 동안 여자를 뽑거나 고려해본 적이 없었지. 근데 이제 뽑는다는구나. 군대를 다녀올 필요는 없어. 그냥 실력을 보여주면 돼. 이번이 기회야, 사라.”
할아버지가 너무 힘주어 말하는 바람에 사라는 약간 움츠러들었다.
“넌 능력을 타고났으니 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어. 난 네가 인생을 허비하는 걸 원치 않는다. 네가 여기 남아 얼간이들과 어울리는 걸 보고 싶지 않구나. 그러면 결국 이 근방에서 유모차나 밀고 다닐 게 뻔해.”
할아버지가 말을 마치며 창문 너머 주차장 쪽을 가리켰다.
“하지만 전…….”
할아버지가 손을 들어 올리며 말을 가로챘다.
“이것밖에는 네게 줄 게 없단다. 내 지식과 노력.”
그러더니 환한 미소와 함께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검은 제복을 입은 우리 손녀, 어? 카드르 누아르의 여성 기수.”
-본문 65~66쪽에서

말의 목에서 고개를 든 사라는 입술에 달라붙은 갈기를 뱉어내며 얼마나 멀리 달려왔는지 거리를 헤아려보았다. 그러면서 고삐를 살짝 당겼다. 하지만 부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멈춰 세울 힘이 자신에게는 없었다. 한편으로는 계속 달리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풀로 덮인 둔덕을 달려 고속도로를 타면 어떨까. 차량들 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발굽에 불꽃이 일 때까지 달리면 어떨까. 아니면 철탑 아래를 달려 대형 창고와 주차장을 지나 시골 지역에 닿을 때까지 계속 질주하는 건 어떨까. 그렇게 기다란 풀숲을 헤치고 복잡하지 않은 미래로 나아가면 어떨까.
-본문 201쪽에서

사라가 온 지도 열흘이 지났다. 처음 이틀 동안은 모두 서먹서먹했다. 사라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너태샤가 집에 있으면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3일째부터는 그런대로 일상의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너태샤는 주로 맨 먼저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했고, 맥은 사회복지사의 충고에 따라 아침마다 사라를 학교에 내려주고 방과 후에도 두세 시간을 함께했다. 그런 다음에는 너태샤의 일이 끝나는 시간에 따라 사라와 맥, 아니면 셋이 함께 저녁을 먹으며 단란한 가정을 흉내 냈다.
-본문 211쪽에서

몇 차례 유산을 겪으면서 너태샤는 여성의 자질과 관련해 자신감을 잃기 시작했다. 순조롭게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다른 여자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남모르게 부러워하고 절망했다. 너태샤의 눈에 그들은 탐스럽고 에너지가 왕성하고 젊음이 넘쳐 보였다. 반면에 자신은 아주 늙어버린 기분이 들었고 내면도 바싹 말라가는 듯했다. 하지만 맥은 변함없이 자기 자리를 유지하며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어쩌면 벌써 자신보다 더 젊고 아름다운 상대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있을지도 몰랐다.
-본문 358쪽에서

고가도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잡히는 건 시간 문제였다. 사라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담즙이 올라온 것처럼 입 속에서 쓴맛이 났다.
사라는 방향을 바꾸고 있는 차를 노려보았다. 마음속으로는 제발 길 좀 비켜달라고 빌면서.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었다. 용서해줘요, 할아버지, 사라는 조용히 읊조리며 부의 갈기 한 줌을 꼭 잡은 뒤 그 차의 보닛을 향해 멈추지 않고 달렸다.
부는 사라의 요구에 혼란스러워하며 잠시 주저하는 듯했지만 사라가 두 다리로 압박하며 재촉하자 용기를 내더니 순식간에 등 근육을 뻗으며 차 위로 높이 뛰어올랐다. 한순간에 사라는 크세노폰이 되어 말을 타고 벌이는 전투의 함성을 들었고, 자신의 온몸과 마음을 용기 있는 동물에게 의탁했다. 보호를 받았고, 분노와 영광이 뒤섞인 상태에서 오로지 생존만을 요구했다. 온 세상이 정지해버린 것 같았다.
-본문 423쪽에서

젊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건 희망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맥은 생각했다. 때로는 신뢰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덕분에 믿음의 불꽃이 다시 타오르기도 한다. 미래는 장애와 실망이 가득한 길이 아니라 그 자체로 경이로운 대상이라는 믿음.
-본문 671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