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에 출연했던 1957년. 프랑스 일간지에는 100만 줄의 기사가, 주간지에는 200만 줄의 기사가 그녀를 위해 쓰여졌고, 2만9345장의 사진이 함께 게재됐다.

인간은 왜 이토록 아름다움에 열광하는 것일까. 일부 인류학자들이 주장처럼 아름다움이란 상대적인 것에 불과할까. 아니면 페미니스트들의 열변에서 듣는대로 여성을 상품화한 남성들의 음모일까. ‘美,가장 예쁜 유전자만 살아남는다’(살림)에서 저자인 하버드 의대 낸시 에트코프 교수는 인간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본능적인 것, 유전자에 이미 포함된 생래적인 현상이라고 파악한다. 성적인 매력은 다산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인류 진화과정에서 다산성이 종을 보존하는데 유리하다는 점이 유전자에 각인됐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슈퍼모델 신디 크로포드에게 열광하는 이유도 큰 키와 윤기나는 피부, 풍만한 둔부가 다산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생후 3개월된 아기들을 상대로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아기들 역시 어른들이 생각하는 매력적인 얼굴을 좀 더 오래 응시했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이는 미에 대한 선호가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선천적인 본능임을 직접적으로 말해준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철학자, 문학작품, 인간행동에 대한 각종 실험 등 다양한 논거들을 제시한다. 플라톤은 미(美)를 ‘빈틈없이 들어맞는 부분들에 대한 적절한 측정과 적절한 사이즈에 머무는 존재’라며 조화와 대칭, 균형으로 정의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한 지침서에는 아름다운 얼굴의 비율을 ‘입의 넓이는 코의 넓이의 1.5배, 콧마루의 경사는 귀의 축과 평행…’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대의 실험들은 이같은 비율이 미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했음을 보여주지만 엉덩이와 허리 사이즈의 비율이나 팔다리의 길이 등 균형과 조화는 남녀 신체의 아름다움을 결정짓는 강력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대칭적이고 균형 잡힌 몸, 부드러운 피부 등이 번식능력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릴린 먼로가 금발로 염색한 이유가 금발로 인해 가무잡잡한 그녀의 피부가 투명하고 하얗게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었으며, 일반적으로 투명한 피부는 좀 더 강한 성적 매력을 풍긴다.

아름다움의 추구가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로마시대 병사들은 가슴에 큰 갑옷을 달았고,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남자들은 상의에 패드를 꽉꽉 채워서 입었으며 가는 다리를 보이기 싫어 타이츠 안에도 패드를 넣었다. 역삼각형의 흉상을 갖기 위해서였다. 체지방이 여성들의 문제라면 근육은 남성들의 문제였던 셈이다.

한가지 당혹스러운 것은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자기과시용의 화려한 의상이나 코높임, 유방확대와 같은 성형수술도 아름다워지려는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아름다움을 생물학적인 관점으로만 설명했다는 비판이 있겠으나, 저자는 미를 힘이나 억압, 약함의 원천으로만 바라본 것은 오히려 우리의 본성을 가리는 행위라고 말한다.

에트코프 교수는 “그동안의 사회과학은 아름다움에 대한 지적인 논쟁을 너무 무시해왔다”며 “어떻게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또 그것을 즐거움의 영역으로 복귀시키는가하는 문제는 21세기 문명의 과제”라고 했다.
--- 국민일보 남도영 기자 (2000년 6월 26일 월요일)

아기들도 미인을 좋아한다?

잘록한 허리와 길고 곧은 다리. 자신감에 넘쳐 내민 역삼각형 근육질 가슴. 이런 요소들은 절대적 아름다움인가. 아니면 양귀비가 현대적 관점에선 그저 평범한 여인에 불과한 것처럼 상대적 관념일 뿐인가.

하버드대 의대 여성교수인 낸시 에트코프는 ‘미, 가장 예쁜 유전자가 살아남는다’(살림)에서 아름다움과 미인을 좋아하는 것은 우리 유전자 안에 콕콕 박혀 있는 생물학적 본성이라고 주장한다. 아름다움은 상대적이라는 여성․인류학계의 연구성취와 정반대의 결론을 보여준다. 저자가 보기에는 아름다운 꽃에 벌이 모여들듯이 성적 매력을 지닌 인간에게 종족번식의 기회가 잦을 수밖에 없다. 오늘날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들의 유전자란 수많은 배제와 선택에 의해 살아남은 우성의 원형질인 셈이다.

인간이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게 유전적 요인이라는 한 증거로서 생후 3개월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제시한다. 아기들조차 여러 사진들 중에서 어른들이 보기에 섹시한 사람의 사진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유전자가 열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우리의 선택은 무엇일까. 부모를 원망하며 종족 보존의 권리를 포기할 것인가. 저자는 절망만큼이나 강한 희망도 준다. “아름다움은 한 가지이지만 유일한 것은 아니다. 배우자를 찾는 사람들이 친절함을 아름다움보다 앞선 첫째 요소로 꼽는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말한다.
--- 경향신문 김광호 기자 (2000년 6월 29일 목요일)

인간은 왜 미인을 좋아하는가？ 인간은 왜 외형적인 아름다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가？ 최근 이같은 인간의 미의식은 오래된 남성우월주의에서 비롯된 그릇 된 습관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과연 그럴까. 하버드 의대의 낸시 에트코프 교수는 최근 자신의 저서 `가장, 예쁜 유전자만이 살아남는다'(살림 펴냄)에서 반론을 제기한다.

미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이라는 것이다. 생후 3개월된 아이들에게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아이들 역시 어른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진을 가장 오래 쳐다보았다는 실험 을 토대로 인간이 느끼는 아름다움이나 섹시함은 사회적으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매력적인 외모가 성적 상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그것이 종족을 보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진화과정에서 성적매력을 탐지하는 본능이 유전자에 각인되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현대인들 역시 무조건적인 미의 숭배자들일까？ 에프코트 는 이 부분에서 지식의 위력을 역설한다. 지식이 가져다준 의식이 유전자에 의한 무조건적인 미의 추구를 자제하고 극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본성에 대한 지식을 많이 알면 알수록 불공평에 대해 분개하고 그것들을 바꾸기 위한 더 나은 희망을 꿈꾸게 된다.

"생물학 적인 사실은 인간이 이간의 가치배분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는 것이 에프코트 교수의 결론이다. 예를 들자. 소설가 조지 엘리어트는 못생긴 여자였다. 인간에게 본성만 있었다면 그녀는 어느 남성에게도 선택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한 남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고 나이가 50이 됐을때 20세 연하의 잘생긴 헨리 제임스와 또 결혼을 했다.
결혼을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헨리는 이런 편지를 썼다. "그녀는 굉장히 추하지만 아주 즐거운 방식으로 추합니다. 그녀의 엄청난 추함 속에는 가장 강력한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어 몇 분내에 제 마음을 훔 쳐가 버립니다. 그녀는 내가 본 다른 어떤 아름다운 여자보다도 주위 환경에 대해 더 큰 지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매일경제신문 허연 기자 (2000년 7월 8일 토요일)

섹시한 유전자만 살아남는다

아름다움은 제 눈에 안경이라는 속담이 있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 말을 신봉하는 페미니스트와 사회과학자들은 여자의 아름다움이란 화장품과 패션 업계가 장삿속으로 만들어낸 허구이며, 여성을 현재의 사회적 위치에 고착시키기 위해 가부장적 사회가 구축한 신화일 따름이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여성미란 사회적 구성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각종 미인 선발대회는 여성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보다 여성의 성(性)을 상품화하는 행사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얼마전 페미니스트 잡지에서 키 155㎝ 이하이거나 77 사이즈 이상의 옷을 입는 여자들을 모아놓고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을 개최한 것도 여성미가 사회적 구성물임을 강조하기 위한 몸짓이다.

여성미를 단순히 문화의 산물로 보는 견해가 득세하는 세태에서, 이러한 주장을 성공적으로 반박한 책이 때마침 번역 출간됐다. 하버드 의대교수인 저자는 진화심리학에 바탕을 두고 특유의 이론을 전개한다.

진화심리학은 사람의 마음도 몸처럼 진화의 산물이라고 간주한다. 이를테면 사람의 마음은 인류의 조상이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시절부터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연선택된 기능들이 모여서 형성되었다고 본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언어에서 짝짓기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행동과 사고를 진화론으로 풀이한다. 국내에도 몇몇 이론가의 저술이 소개된 바 있다. ‘언어 본능’(스티븐 핑거), ‘욕망의 진화’(데이빗 부스),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랜돌프 네스)에 이어 여성의 성적 매력을 논의한 이 책이 소개되어 진화심리학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다.

진화심리학에서는 남자가 젊고 예쁜 여자를 선호하는 까닭은 여성미를 다산성(多産性)의 척도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름다운 여자일수록 종족 보존 능력이 뛰어나므로 짝짓기에서 유리하다는 뜻이다. 요컨대 여성의 아름다움은 생존경쟁에서 여성 자신을 위해 진화됐으며 결코 남성들을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구성물이 아니다.

여류학자인 저자 에트코프 교수는 여성미에 대한 진화심리학의 연구 성과를 이 책에서 집대성했다. 그리고 여성미를 평가하는 기준이 모든 문화권에 보편적이며 인간의 타고난 본능임을 입증하는 여러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가령 생후 3개월된 아기들도 성인들이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얼굴을 더 오래 쳐다본다고 한다.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은 여성미의 본질보다는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인간의 본능을 다루고 있다. 경쾌하고 재치 있는 문체를 따라 단숨에 일독(一讀)하고 나면 아마도 여성미를 새삼스럽게 이해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책의 원제는 Survival of the prettiest.
--- 동아일보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 (2000년 6월 24일 토요일)

여성은 왜 아름다워야 하는가

미(美)는 주관적 환상일까, 보편적 실재일까. 아름다움, 특히 여성의 아름다움에 관한 논쟁은 예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이러한 논쟁 속에서 결국 아름다움이란 남성우월문화의 조작이며,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고, 대중매체와 광고의 세뇌전략의 결과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뤄왔다.

'美-가장 예쁜 유전자만 살아남는다' (낸시 에트코프 지음. 이기문 옮김. 살림출판사)는 이에 맞서 미인을 선호하는 것은 본능이며 실재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이며 심리학자인 저자는 성적 매력이란 인류진화과정에서 종족 보전에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중요시되며 이런 매력을 느끼는 본능이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화장에서 성형수술에 이르기까지, 미를 추구하기 위한 모든 행동은 자연스러운 본성의 표출이라는 것이다.
--- 중앙일보 신간 산책 (2000년 6월 23일 금요일)

잘생겨야 성공한다?

낸시 에트코프의 「미」는 과학자다운 냉정한 시각으로 아름다움에 대해 깊이 탐구한 책이지만 적지 않은 독자들을 심란하게 만들 것 같다. 불치의 나르시시즘에 걸리지 않은 이상 사람들은 자신의 완벽하지 못한 외모에 자신이 없기 마련인데, 이 책은 일단 잘 생겨야 성공한다는 증거를 광범위하게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미남 미녀에 대한 우리의 호감은 동물적 인간이 가장 좋은 유전자를 선택하기 위한 우리 뇌의 필연적 선택이라는 결론인데, 그렇다면 짝짓기 방면에서 우리가 짐승과 달리 숭고한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조건은 무어냐에 대한 천착은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아이를 대상으로 미녀와 추녀중 어떤 쪽을 택하겠느냐고 하는 실험을 했다지만 과연 이 때 실험자와 피실험자 모두 아무런 편견이 없었을까 의심이 간다. 스스로 추녀군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고 실험에 임한 여성들이 유쾌했을 리가 없고, 미인으로 선발된 여성들은 당연히 즐겁게 아이들을 대하지 않았을까.

체격이 좋은 남자가 성공한다는 미국의 현실을 우리나라에 적용할지도 의문이다. 우리네 남자들 세계에서는 잘 생기고 덩치가 좋으면 오히려 주위에서 은근하게 견제를 당하고, 반면 작은 키를 딛고 악착같이 노력하는 독종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여성도 그렇다. 미인 박복이란 말대로 미인들은 따돌림을 당하거나 남자들에게 이용당하기 쉽고, 외모만을 믿기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 따위를 아예 하지 않아 오히려 인생이 구겨지는 경우를 더 많이 본다.

저자 낸시 에트코프는 미인의 외모는 평균에 가깝지만, 군중 속에서도 쉽게 눈에 띌 정도의 강렬한 개성을 갖고 있다고 했는데 이런 주장에는 필자도 동감한다. 동양에서는 서양의 얼굴이, 또 서양에서는 동양적인 느낌을 주는 여성들이 미인으로 간주된다는 그의 주장은 ‘아름다움이란 일상에서 해방시켜 주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갖는다’는 상식과 부합된다. 개인적으로는, 생물학적인 필요 때문에 일정 유형의 미남 미녀를 더 좋아한다는 에트코프의 자연과학적 입장과는 달리 ‘미’란 우리 혼의 상상력과 영감을 자극하는 방아쇠 같은 신비한 존재라고 믿고 산다.

에트코프가 정리한 대로 인류에게 자의식이 생긴 이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흠모의 마음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처럼 물불을 가리지 않고 외적 미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시기는 별로 없다. 왜인가. 물신에 사로잡힌 우리 시대의 영혼이 그만큼 추악하고 황폐하기 때문에 겉모습이라도 아름답게 꾸며 진실을 은폐하려는 처절한 몸짓은 혹시 아닐까. 물질문명의 극점에서, 아름다운 정신을 상실한 채 추하게 변하고 있는 서구 사회에 갇혀 살면서, 실험심리학이라는 기계적 세계관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에트코프는 왜 지금, 「미」에 대한 이처럼 참혹한 우상숭배가 횡행하는지 그 핵심을 파악할 능력은 없는 것 같다.
--- 조선일보 이나미(의사) (2000년 6월 24일 토요일)

섹시한 유전자 '美人 창조'

근래 들어 아름다움, 특히 여성의 인체미에 대한 세간의 규격화한 기준은 적잖은 비판을 받는다. 아름다움이란 시간과 공간, 문화와 민족, 그리고 역사의 패턴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것은 이미 정설이 됐으며, 최근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논란 자체가 가부장적 남성 우위 문화의 조작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편승해 광고와 매스컴 등 상업적인 대중매체와 화장품 회사를 비롯한 미용산업이 돈벌이를 위한 아름다움의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세뇌한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이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심리학자로 활약중인 여성 연구자 낸시 에트코프의 신간, `미(美), 가장 예쁜 유전자만 살아남는다'는 이렇게 상대화해 가는 아름다움에 반기를 드는, 다분히 도발적인 책이다.
`미모에 대한 갈망과 선호는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뿌리깊은 본능'으로, 생물학적 본성의 주요 부분이므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생물학적 본성의 핵심은 종족의 번성이고, 종족 번성의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성적 매력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성에게 성적 매력, 즉 아름다움을 느끼게 할 수 없다면 더 나은 후손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유전자를 남기는 것조차 어렵다. 온갖 논란이 있음에도 현대인들이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유다.

저자의 주장이 도발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름다움에 진화론을 도입해 `아름다운 유전자만 살아 남는다'고 하는 원론적인 주장이라기보다 아름다움을 문화와 역사를 초월한 절대적인 것으로 보는 시선이다. 그 근거로 저자는 생후 3개월 된 아기들을 상대로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 주었을 때, 어른들이 생각하는 매력적인 사람의 사진을 모든 아기가 가장 오래 쳐다보았다는 실험결과 등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같은 주장은 신디 크로포드나 브리지트 바르도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로, 이들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본능이 유전자에 내포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발전한다. 이들의 큰 키와 윤기나는 피부, 큰 눈과 풍부한 둔부, 매력적인 금발 등이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동시에 다산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적인 매력이 있는 유전자가 살아 남는다'는 책의 총론에 이의가 없으면서도, 그 각론에서 적잖은 저항감을 느끼는 것은 이처럼 현대 백인이 가진 아름다움의 기준에 대한 절대 우위론의 혐의 때문이다. 이를테면 신디 크로포드가 중세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키와 손발이 지나치게 크고, 피부가 허옇고 털이 많으며, 머리카락이 노란, 코 큰 여자'정도로 당시 통용되던 미인상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고, 현대 서구의 관점에 비춰서도 병적인 느낌이 없지 않은데도, 책은 마치 신디 크로포드가 동서고금에서 통하는 미인인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이런 주장은 아름다움에 대한 비인간적인 기준을 세뇌하면서 돈벌이를 하는 서구자본주의나 백인의 유색 인종 지배, 남성의 여성 지배를 유지시켜주는 시스템을 자신도 모르게 적극 찬양하거나 옹호하는 결과를 빚는다. 하긴 저자도 이런 비판을 예상하지 못하지는 않은 듯하다. 책의 말미에서 아름답지 못해 고통을 겪었던 작가 조지 엘리어트를 갑자기 언급하며 육체적인 아름다움 대신 겸손, 지식, 자부심으로 더 넓은 환경지배력을 추구한 작가의 내면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비판의 화살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일 따름으로, 아름다움에 대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특수할 수도 있는 관념이 고대로부터 내려온 보편적인 것으로, 유전자에 간직된 것이라는 저자의 시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 문화일보 김종락 기자 (2000년 6월 28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