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튀면서 부모를 길들여?

"양처럼 순종하지 말고 염소처럼 튀어라"
독일 베스트셀러 작가 요제프 폰 베스트팔렌(55)의 최신작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부모 길들이기'(유영미 옮김·살림)의 주제다. 부모를 길들여 마음껏 튀면서 살라는 말씀. 부모를 흡족하게 해서 그 결과로 자유를 쟁취하는 법을 청소년들에게 가르친다.

그 중 '독서의 효과'라는 부분을 들추어보자. 책 대신 모니터가 판치는 세상. 어른들의 우려가 대단하다. 부모에게 "200년 전 아이들은 책에 푹 빠져 있었으며 당시 어른들은 그런 현상을 우려했대요"라고 대꾸했다간 혼쭐난다. 부모는 책 비슷한 것만 손에 들고 있어도 공부하는 줄 알고 기뻐하는데 좋은 방법 없을까. 저자는 '쉬운 일'이라고 단언한다.

부모가 모르는 책의 명언을 가끔 인용하면 된다. 책을 통해 책을 강요하는 부모를 기죽게 하는 방법이다. 밖에 나가서 놀고 싶을 때 부모는 '숙제를 마치고 놀라'고 한다. "무엇이 나의 마음을 이토록 잡아끄는가. 무엇이 나를 나사처럼 빙빙 돌려 이곳으로부터 끌어내려 하는가"라고 대답해보자. 부모는 "헛소리하지 말라"며 화를 낸다. 이때 "괴테의 시 구절입니다. 잘 모르시나요"라고 대답하자. 부모는 헛기침을 하게 된다. 저자는 "괴테의 시로 부모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 부모는 구제불능"이라는 단서조항을 잊지 않는다.

즉, 한국식 버전으로 옮긴다면 이럴 것이다. 부모가 "넌 왜 부모 마음도 모르냐"고 꾸짖는다 치자. 덩달아 화내지 말고 "나도 부모되어 알아보리라"는 김소월 시를 인용한다면 부모는 항복선언을 하지 않을까. 저자의 말대로라면 '부모를 데리고 놀기'가 편할 것 같다. 우리 현실에 적합할지 의문이 들지만 한번 써먹는다고 손해볼 건 없어 보인다.

그래도 책을 접한다는 자체가 짜증나는데 어쩌면 좋을까. 저자는 "모든 책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적당한 것을 찾지 못했을 뿐. 책은 군것질거리와 같다. 기호의 문제다. (중략) 도서관에 가서 멋진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말자. 어떤 때는 숲에 가도 버섯이 눈에 띄지 않는 법. 그러나 한번 두번 가다보면 어느 순간 무성히 자라 있는 버섯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적었다.
--- 경향신문 김중식 기자 (2000년 5월 18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