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탕과 카스텔라,단팥빵,돈가스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아세요? 모두 일본이 서양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나왔고,결국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졌죠.”

올해 초 일본 만화의 진화과정을 다룬 ‘눈동자의 빛으로 일본만화를 본다’를 선보였던 정하미(48·사진) 한양대 일본언어문화학부 교수가 이번에는 별사탕 같은 먹거리를 키워드 삼아 일본이 서양문명을 흡수하는 과정을 조명한 ‘일본의 서양문화 수용사’(살림)를 펴냈다. 16세기에 처음 수입된 별사탕으로 시작해서 20세기 돈가스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500년 여정의 중간중간에 학교 앞에서 먹던 뽑기도 등장하고,소보로빵도 얼굴을 내민다.

“일본이 서양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지켜보면 유달리 물건에 집착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순교하면서 전파했던 가톨릭은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데 물건,특히 음식과 복장에 대한 집착이 일본인들의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죠.” 

일본과 서양과의 접촉은 1543년 포르투갈인 2명을 태웠던 중국배가 규슈 남단의 섬 다네가시마에 우연히 닿은 것으로 시작됐다. 이후 서양세계는 포르투갈과 스페인,네덜란드,영국,미국의 순서로 시차를 두고 등장하는데,별사탕은 1569년 포르투갈 선교사 루이스 프로이스가 오다 노부나가에게 포교 허가를 받기 위해 준비한 선물 중의 하나로 일본에 소개됐다. 건빵과 짝궁을 이루는 것은 20세기의 일이지만 당시의 별사탕은 선교사들이 성당을 구경시켜주면서 내놓는 ‘미끼’로 포교활동에 단단히 한몫 했다고 한다.

“성찬식에 쓰기 위해 빵도 같은 시기에 일본에 들어왔어요. 1682년에 일본을 방문한 조선통신사 일행에게 ‘카스테이라(角寺?暖뚬?)’를 진상했다는 기록도 남아있습니다.”

별사탕이 정 교수가 명명한 ‘별사탕 로드’,즉 리스본과 동남아시아,나가사키를 잇는 바닷길을 통해 직수입된 것이라면 카스텔라와 단팥빵,돈가스는 일본인들이 서양메뉴를 변형시켜 만들어낸 새로운 먹거리다. 흔히 일본의 근대화는 곧 ‘서양문화의 모방’이라고 말하지만 그저 단순한 베끼기에 그친 것이 아니라는 것. 정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네덜란드를 통해 아편전쟁과 청나라의 패전소식을 알고 있었고,미국의 페리 제독이 도착할 것을 예상해 도쿄 연안에 통역사를 배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서양과의 교류경험과 지식이 차곡차곡 쌓여 새로운 사태에도 기민하게 대비할 역량을 키우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제국주의와 함께 들어온 과학 등 서양 문물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죠. 반면 일본은 관계를 맺었던 서양국가들의 흔적을 부정하지 않고 문화를 축적하고 보태나갔어요. 우리도 청산만 외칠게 아니라 수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텐데 말이지요.” 이 책은 ‘살림지식총서’ 일본 특집편의 하나로,‘애니메이션으로 보는 일본’ 등 다른 아홉권과 함께 나왔다.

권혜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