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누구에게나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내가 아니라고, 아니면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결과가 그렇게 되었다고 이유나 변명을 들어 보이려 해도 상대방은 이미 자신이 믿는 대로만 받아들일 뿐 전혀 귀를 열지 않는 경우 말이다.

나도 한때 그런 경험이 있어서 심각한 우울증이 생길 정도였다.
특히 한국 사람이 적은 외국에서는 한인들만의 가십거리가 상당히 존재한다. 외국 사람들 틈에서 워낙 눈에 잘 띄기도 했지만, 좁은 한인사회에서 누가 무슨 행동을 했다더라, 어떤 외국인과 호텔에 들어가더라 하는 식의 가십거리가 시도 때도 없이 생겨나고 사라지곤 했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겪을 고통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없이...

이 책 [제발 내 말 좀 들어주세요]를 읽으면서 그때 생각이 나서 디에나의 상처와 아픔이 참으로 와 닿았다. 이미 살과 뼈가 붙여져 여러 버전으로 나뉘어진 자신의 소문들 때문에 일일이 사람들을 쫒아다니며 아니라고 부정할 수 도 없는 그런 답답한 심정과 괴로움.
여기서는 소통의 부재와 대화의 단절로 인해 한 사람이 얼마나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는지 그 아이의 성장에 어떻게 나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듯 하다.

  그래도 어린 디에나는 용감하고 당찼다.
앞으로 나아가 부딪칠 생각도 하지 않고 혼자만의 세계에 문을 닫고 숨어버린 것이 아니라 밖으로 뛰쳐나갈 기회를 항상 엿보고 있다가 마침내 스스로가 그 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은 참으로 대견해 보일 정도였으니까.

물론, 그녀의 가족들이 그리고 친구들이 디에나를 적극적으로 이해해주고 사랑으로 보듬어준 존재는 아니었지만,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려고 노력을 하였고 거부하지 않았기에 결국 그녀는 혼자 힘으로 세상과, 그리고 자기 자신과 당당하게 마주볼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그녀 편에서 적극적으로 힘이 되어줄 수 있었던 아빠의 존재가 너무 미약해서 디에나를 오랜 시간 힘들게 한 점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적어도 현장을 목격했던 그녀의 아빠가 다른 누구보다 더 그녀를 믿고 위로해주었더라면 그렇게 한참을 방황하고 아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이제 디에나는 인생이라는 커다란 길에서 힘들게 한 걸음을 내디었다.
그 한걸음을 걷기까지 많은 시간과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앞으로는 쭉쭉 걸어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용서, 타인에 대한 사랑이 함께 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