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재탄생…이언 F 맥닐리·리사 울버턴 | 살림


저자에 따르면 “서양 학문 문화의 최초 중심지는 아테네가 아닌 알렉산드리아”였다. 기원전 3세기 세상의 모든 지식을 집대성하겠다는 야심으로 건립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사본을 편집하고 다시 필사하며, 그 내용을 재구성하고 주석과 해석을 붙이는 작업을 통해 고대의 지적 유산을 지중해 연안에 퍼뜨렸다. 특히 알렉산드리아는 그리스의 구술 문화를 성문(成文) 문화로 변화시킴으로써 고대의 지적 전통을 휴대 가능한 유산으로 변모시켰다. 수도원은 로마 제국의 붕괴 후 쇠락한 도서관을 대신했다. 도시로부터 은둔해 있던 수도원은 부식과 파괴의 시대에 학문을 보존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한 장소였던 것이다.

지식의 생산·보존·전달 과정을 추적한 책이다. 특히 지식을 관장했던 기관들의 역사를 담았다. 고대 이후 서양의 지적 생활을 지배해 도서관(기원전 300년~기원후 500년), 수도원(100~1100년), 대학(1100~1500년), 서신 공화국(1500~1800년), 전문학교(1700~1900년), 연구소(1770~1970년)가 등장한다. 이 기관들은 모두 학자들과 나머지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접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대대로 지식을 보호해왔다. 안정의 시대에 학문을 선도했고, 격변의 시대에는 새로운 기관이 세워져 지식을 재발견했다. 도서관은 ‘지식의 집대성과 기록의 탄생’을 가져왔으며, 수도원은 ‘학문의 보존과 시간의 재발명’을, 대학은 ‘지식과 공간의 재배치’를 가져왔다. 서신 공화국(계몽주의 시대에 철학자와 사상가들 사이에서 서신을 통한 왕래가 증가한 현상)은 ‘네트워크와 새로운 지식인의 탄생’을, 전문학교는 ‘최초의 지식 시장의 탄생’을, 연구소는 ‘거시적 시공간과 미시적 시공간의 확대’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결론에서 민주화와 상업화, 정보화로 대표되는 현대 사회의 지식 변화와 의미를 서술한다. 그러면서 끊임없는 실험, 민주적인 평등, 사회적인 진보라는 가치관을 확실하게 제도화하는 것이 다음 세대의 과제라고 주장한다. 채세진 옮김. 1만3000원

<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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