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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생애 (큰글자 세계문학컬렉션 45)
기 드 모파상 지음 | 진형준 옮김 | 2021년 12월 15일
브랜드 : 살림
쪽수 : 224 쪽
가격 : 25,000
책크기 : 197.6*273
ISBN : 978-89-522-4146-7-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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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최초의 세계문학컬렉션
톨스토이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이후
프랑스 최고의 소설이라고 칭송한 걸작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세계문학 버킷리스트!
『여자의 일생』으로 소개된 모파상의 『어느 생애』는 쓸쓸한 소설이다. 우리의 삶에서 행복을 느끼며 눈을 빛내는 순간은 잠깐일 뿐이고 이어서 고통과 환멸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쓸쓸함은 우리를 위안해준다. 우리가 잘못 살고 있기에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우리의 삶 속에 불행과 고통이 함께하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이다. 인생이란 건 생각만큼 그렇게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는 사실에 공감하면서 우리의 그저 그런 삶 자체에 애정을 갖게 해준다.

큰글자로 읽는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읽지 않는 고전은 없는 고전이고, 즐기지 못하고 감동을 주지 못하는 고전은 죽은 고전이다. ‘큰글자 세계문학컬렉션’은 마음을 풍요롭게 다스리고 날카롭게 자신을 마주하고 싶은 시니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최초의 고전문학선이다. 두껍고 지루한 고전을 친절하고 더 맛깔스럽게 재탄생시킨 ‘축역본’이자 글자 크기를 키워, 보다 편한 독서를 도와준다.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12장
제13장
『어느 생애』를 찾아서
그는 루소의 교훈대로 자연을 사랑하는 여자로 딸을 키우고 싶었다. 그것이 딸을 선량하고 얌전한 여자, 자연에서 행복을 찾는 여자로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_9쪽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은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자신이 ‘그분’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면 ‘그분’도 온 마음을 다해서 자신을 사랑해주리라는 것, 그것뿐이었다. 두 사람은 오늘 같은 밤, 별에서 떨어지는 반짝이는 빛의 먼지를 뒤집어쓴 채 둘이 거닐 것이다. 손을 맞잡고 몸과 몸을 붙인 채 다정하게 걸어갈 것이다. 둘은 오직 둘만의 사랑의 힘만으로 굳게 맺어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청순한 사랑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_16~17쪽

차츰차츰 그녀의 생활 위로 체념의 층이 쌓여갔다. 그것은 마치 물속에 잠겨 있는 것들 위에 끼는 물이끼 같은 것이었다.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서 만나는 무의미한 일들에 대한 흥미, 단순하면서 하찮은 일들에 대한 규칙적인 관심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우수, 흐릿한 환멸 같은 것이 그녀 안에서 퍼져갔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그 어떤 세속적 욕구도 그녀를 사로잡지 못했다. 기쁨을 향한 갈증도, 환희를 향한 충동도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다른 무엇이? 세월과 더불어 응접실의 의자가 퇴색해가듯, 모든 것이 그녀의 눈에서 조금씩 그 빛을 바래가고 있었으며 모든 것이 지워져가고 있었고, 창백하고 생기 없는 색조를 띠고 있었다. _74쪽

잔느는 자식에게 몸과 마음을 다 바쳤다. 어린애는 자기 주변의 세 사람의 우상이며 관심의 전부가 되었다. 폴은 세 사람에게 폭군으로 군림했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세 사람의 노예들 사이에 질투심이 생길 정도였다. 남작이 폴을 무릎에 앉히고 말타기 놀이를 한 후, 폴이 남작에게 키스를 해주면 잔느는 시기 어린 눈빛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누구에게나 푸대접을 받는 리종 이모는 폴에게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 아이에게서 하녀 같은 대접을 받고는, 폴이 자신에게 마지못해 해주는 입맞춤을 그가 엄마나 할아버지에게 해주는 입맞춤과 비교하며 자기 방에서 서럽게 울기도 했다. _159쪽

하지만 그녀는 폴을 그리워한 것만이 아니었다. 폴을 생각하면서 그녀는 폴을 빼앗아간 저 낯선 여자에 대한 질투에도 사로잡혔다. 그리고 그녀를 증오했다. 그녀는 당장 아들을 찾고 싶었다. 당장 그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 낯모를 여자를 향한 그녀의 증오심이 그녀를 막았다. 자식의 정부가 문 앞에 버티고 서서 “부인, 여긴 뭐 하러 오셨나요?”라고 묻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어머니로서의 자부심이 그런 식의 만남을 거부했다. 언제나 순결했고 일말의 과실이나 오점이 없는 여자로서의 자존심이, 추잡한 육체적 사랑에 굴복해서 그 마음까지 비굴해져버린 남자들을 향한 분노를 키웠다. 그럴 때마다 잔느는 인간이란 것이 불결한 존재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_188쪽

그건 분명 젊은 날의 환희와 똑같은 것이었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것이기도 했다. 게다가 그녀 주변의 그 무언가가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했다. 태양은 젊은 날의 태양보다 열기가 식은 것 같았으며 하늘은 덜 푸르른 것 같았고 풀들도 그 색이 바랜 것만 같았다. 꽃들도 향기가 덜한 것 같았고 이전처럼 자신을 취하게 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어떤 날은 삶의 행복이 그녀에게 스며들어 또다시 꿈을 꾸고 희망을 품고 무엇인가를 기다리게 되기도 했다. 운명이 아무리 가혹하다 한들, 이처럼 좋은 날에 어찌 희망을 품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_206쪽